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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답게 살기
Level 3   조회수 90
2021-12-14 21:01:13

조울증 진단을 받았다. 사실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나는 평생을 이렇게 살았는데 이제와서 병이라고 진단된 거니까 그게 이해가 안갔다.

adhd진단을 받았을때도 비슷했던 것 같다. 내가 adhd가 아니라고 믿으려는게 강했다. 겉으로는 인정하면서 속으로는 인정하지 않았다.

사실 당연한 것이였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내 인생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 이였으니까. 그래도 지금은 받아들이고 마음이 편해졌다.

그냥 나는 그런 사람이라고 받아들이니까. 이게 나만의 잘못이 아니라고 받아들이고 약을 먹기 시작하면서 조금은 달라진 것 같다. 

들쭉날쭉한 기분이 줄어드니까 세상에 이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갑자기 억울해졌던 것 도 있었다. 보통 사람들은 항상 이러고 살아가는구나 싶어서 지금 말고 몇년전에 알았다면 뭔가 더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다. 

 기분이 정리되니까 무언가 할 마음이 생겼다. 그래도 큼직 큼직 한 것들은 어느정도 정리 할 수 있게 되었고 쓰레기 수집장이 였던 내 방도 바닥이 보일정도로 깨끗해졌다.

씻는 횟수도 늘어났고 체계를 만들었다. 핸드폰으로 수면시간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일어나는 시간이 어느정도 일정해졌고 매일 빼먹던 아침약도 챙겨먹을 수 있게 되었다.

까먹는 것들은 미리알림과 메모장에 그때그떄 적어놓기 시작했다. 무언가 잡히는 느낌이었다. 이게 사람답게 사는 것 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까먹는 것도 많고 뺴먹는 것도 많다. 자잘한 정리는 아직 못해서 내 방을 다른 사람들이 보게 된다면 더럽다고 말하겠지만 나는 뿌듯하다.

 지금은 adhd약을 먹지 못한다고 하셨다. 기분의 들쭉날쭉함을 잡고 나서야 adhd약을 조심스럽게 써볼 수 있다고 하셨다. 

조울증 약을 최소 5년은 먹어야 한다고 하셔서 현재는 내 adhd를 잡을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

그래도 나는 내 삶을 살아야한다. 약은 못먹지만 그래도 사람답게 살기위해서 노력하려고 한다.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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