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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힘들다.
Level 2   조회수 109
2022-01-07 15:51:30

진단을 받은지 약 반년이 지났다.


콘서타 18로 시작해서 지금은 27을 먹는다.


체중 80키로그램인 나에게 아직은 작은 용량이지만, 과거보다 많이 나아진 것을 느낀다.


그렇지만, 흐려진 눈으로 보던 세상이 조금 더 선명해졌지만, 내 행동양식은 아직 선명해지지 않은 것만 같다.


요즘에는 속상하고 힘든 일도 많고, 스스로에 대한 의심과 불신이 많이 생긴다.


처음 약을 먹었을 때는 의욕에 가득 차 있었고, 달라진 나를 보면서, 매우 기분이 좋았다.


내 30년 인생의 실마리가 풀리고 해답이 나온 느낌이었으니까.


그렇지만, 그 후로 덮쳐드는 여러 사건 들이나, 도전에 대한 실패들, 적절하지 못하다고 느껴지는 나의 과거 행동들이나 현재 행동들


여전히 억제하지 않으면 나타나는 조급함과 충동성들, 여러 가지를 보면서 많이 힘들다.


내가 힘듬을 느끼는 사건은 다음과 같다.


1. 가족

경제적으로 어려우신 부모님이 내게 손을 벌리신다. 도와드리려면 도와드릴 수 있다. 빚으로.

그렇지만, 아버지가 하시는 일이나 돈을 쓰는 방식을 보면 이게 계속해서 반복될 수 있다는 생각에, 거절했다.

전화와 카톡이 오는데 답을 하지 않았다.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는 인간적으로 참 좋은 분이다. 그렇지만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능력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내 @는 아마 부모님께 유전 받은 것 같다. 그래서 부모님의 그런 행동을 보면, 화가 치솟아 오른다.

나는 내 그런 행동들을 알고 스스로 수치심을 많이 느끼는데, 부모님이 그런 행동을 하는게 부끄럽고 답답하기도 하고.

그 행동 자체의 비효율적임에 짜증이 치솟아 오르고 답답하기도 하면서도, 이해되기도 한다.

적절하게 행동하는 사회규범을 부모님께 학습받지는 못한 것 같다.


돈이 없어 절절대면서도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그 모습에도 화가 치솟는다.

그렇지만 나도 속이 상한다. 부모님이 걱정하고 고뇌하고 계시는 모습이 상상이 되면 마음이 아프고, 

키워주신 부모님인데 더 도와드려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돈을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 한달에 천만원씩 번다면 더 도와드릴 수 있을 텐데.

그래서 속이 상하고 슬프다.

그렇지만 짜증도 나고 화도 치솟는다. 하는 행동이 너무 답답하다.


2. 나 자신 - @

충동적이고 조급하다. 그런 면을 재확인 할 때마다 미래가 어두워지고 우울해진다.

약을 먹고 항상 지금 하는 일에 집중하는 마음챙김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루에 일정 시간은 가능하다. 그렇지만 피곤해지고 힘들어지면 다시 대충하는 나의 모습이 드러난다.

부주의한 운전으로 차를 긁었다. 범퍼를 갈았다. 그리고 보도를 올라타기도 했다.

부주의한 행동들로 업무를 적절하게 처리하지 못했다.

아마 계속해서 주의하면서 행동을 유지하면 가능할 것이다.

그렇지만, 좀 힘들다. 스위치를 켜놓고 생활한다는 건 어렵다.

약을 증량해야 하는 걸까? 증량한다면 한결 더 쉬워질까?


충동적인 행동으로 동기에게 이성적으로 다가갔다. 답장은 오지 않았다.

내 스스로가 너무 부끄럽다. 2번 만나고 장문카톡으로 거의 고백을 박았다.

데이트 코스 짜는 것도, 대화하는 것도, 리드하는 것도 내 스스로가 참 나이 30에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치스럽고 숨고 싶었다.

그 사람이 당황하거나 짜증내거나 또는 어이없어 하거나 나를 이상하게 본다거나, 이러는걸 상상하는 건

나를 정말 힘들게 만든다.


나 자신의 판단을 신뢰하기가 어렵다. 조급하고 근시안적인 판단이 많다. 스스로가 좀 한심하다.

사람들의 말이나 정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왜곡되게 해석하여 받아들이고 나만의 방식으로 판단을 내린다.

그 경우 대부분 비효율 적이다.


3. 나 자신 - @과 인간관계

다른 사람이 있으면, 다른 사람을 너무 많이 의식하는 편이다.

그거 때문에 더 허둥지둥 대는 모습을 보이며 적절하게 행동하지 못한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람의 행동이나 기분을 매우 많이 생각하고 눈치를 많이 본다.

예민하다. 그리고 그런 생각들은 보통 사실과 다른 경우도 꽤 있다.


다른 사람과 있을 때 적절하게 대화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처음엔 집중한다. 말을 끊지 말자. 흐름에 맞는 말을 하자.

그러다 보면 말이 없어진다.

그럼 침묵을 견딜 수가 없다. 너무 힘들다. 다시 입에 모터가 달린 것 처럼 말을 한다.

그런 충동적인 행동을 지나고 나면

머리는 지쳐있다. 스스로에게 부끄러워진다. 


내 과거의 인간관계들, 실패했던 관계들 또는 내 스스로가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관계들.

내 스스로 적절하지 못한 처신이라고 생각하는 행동들

그런 여러 가지의 사실들이 나는 적절히 사회화되지 못한 사람이라고,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나를 생각하게 한다.


그래서 억지로 약속을 잡아 사람을 만나려 한다. 반응이 썩 달갑지 않다.

상처받는다.

만났다. 피상적인 대화를 한다. 1-2시간 여러 가지 잡다한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집에 가거나 일을 하러 간다. 그러면 허무하다. 피상적인 관계로 느껴진다. 

더 깊은 관계를 원한다. 더 진솔한 대화를 했으면 좋겠고, 누군가가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이야기나 가족이야기는 꺼내지 못하겠다. 내 약점이 될 것 같다.

사람들을 신뢰하지 못하겠다.

사람이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것에는 가족도, 연인도 어느 정도의 한계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사람은 이기적이고, 글쎄, 사람을 두려워한다. 누군가가 나에게 가깝게 다가오는 것도, 누군가가 나에게 다가오지 않는 것도

두 상황 모두 편안하지 않다.


대학교 친구들, 고등학교 친구들도, 직장 동기들도 어렵다.

내가 대화를 잘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노력을 하면 할 수 있겠지만,

자연스러운 모습 그 자체로 대화하는게 어렵다. 내 자연스러운 모습이 나오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느낀다.

항상 집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적절하지 못하다.


4. 나 자신 - 불안감

항상 조급하고 충동적이고 불안하다.

사람과 같이 있는 건 불안하다.

가장 편안한 건, 이불 속에 누워있을 때이다.

심장이 자주 두근두근한다. 약 때문인걸까?

다른 사람을 마주쳐야 할 때 두근두근 하다.


눈이 마주칠 때 인사를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모르겠다.

한번 인사를 하면 마주칠 때마다 인사해야 할 것 같다. 그럼 번거로울 것 같다.

누군가와 친해지면 지속적으로 그 사람에게 관계유지를 위한 대화를 주어야 할 것 같다.

근데 나는 그럴만한 능력이 없다. 능력은 있겠지만, 그게 진심에서 나오는 것일지도 모르겠기에 가짜인 나 자신의 행동을 보는게 싫다.

그리고 그런 행위를 지속해서 할 에너지가 있을지 모르겠다. 나는 언젠가 다시 도망쳐서 편안한 혼자로 돌아가고 싶다.


인사를 안하면 저 사람이 나를 싫어할 것만 같다. 저 사람이 내게 반갑게 인사해주지 않으면, 저 사람이 나를 싫어하는 것만 같다.

그럼 너무 무섭고 두렵다.


이런 생각들을 잘 멈출 수 없다. 그래서 더 힘들어지고 머리속에서 생각들이 되새김질 되면서 확대 증폭되고

나를 더 힘들게 한다.


5. 정리하면,

나의 문제점은, 너무 수많은 자극을 받고 있지만 그것을 적절하게 처리해낼 수가 없다.


(1) 가장 최신의 자극에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잦아 업무든 관계든 일상생활이든 실수를 한다. 근시안적으로 '조급하게' 충동적인 판단을 한다.


(2) 약을 먹기 전에는 이성이 아닌 본능적으로 행동했고 부모님으로부터의 사회화가 부족하여 관계를 쌓는 법이나 여러 사회규범들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하다. 

즉, 다양한 상황에서의 적절한 행동양식에 대한 롤모델이 적고 그런 생각으로 인해 자신감이 부족하다.


(3) 타인과의 관계 양식 설정이 힘들다. 

나를 좋아하거나 칭찬해주면 그런 사람이 되어야만 할 것 같은 압박에 불편해지고, 나를 싫어하거나 나에 대해 안 좋은 평판이 도는 것을 견디기가 매우 힘들다.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해주고 나와 깊은 관계를 맺기를 원했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의 기분이나 행동이 과하게 신경쓰이고 눈치를 본다. "불안하다."


이런 생각들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치유받고 싶다.

상담을 해봐야 겠다.

오프라인 모임이 있으면 나가보고 싶다.

누군가 나를 도와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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