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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또 한번 꽂히면 엄청나게 몰입하잖아요.
Level 2   조회수 109
2022-01-06 01:59:58

커피를 내려 보온컵에 담아 산책을 다녀오려다 말고! 갑자기! 책상에 앉아 글을 쓰기 시작했다. 누군가 이 장면을 보고 있으면 당신 대체 왜 그러는 거냐고 묻겠지? 이건 불안(오늘 자정이 지나기 전에 글을 보내야만 한다는)과 즉흥적인 아이디어가 떠나기 전에(우리는 우리의 기억력과 지속력을 믿지 못하고…)의 콜라보다.


하루에도 이런 장면이 여러 번 반복된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이런 모습을 숨기고 싶어하거나 억제해 왔다…는 걸 ADHD확진 후 깨달았다. (나중에 더 쓰겠지만…그래서 나는 내가 일하는 동안 꽤 움츠러들고는 했다. 이리 갔다 저리갔다 왔다리 갔다리 하는 것을 들키지 말기! 들키면 ‘미친년’이라고 불릴 거야! 나 일하는 거, 요리하는 거, 연주하는 거, 청소하는 거 사랑스럽게 지그시 쳐다보지마! 바로 실수할 거야!)


위의 괄호처럼 1을 쓰던 중 2가 떠오르면 참지 않고 2를 도중에 말해 버리는 것도 A클럽의 여러 특성 중 하나다. 물론 그런 이도 안 그런 이도 있고, 나는 극단적으로 말이 없던 친가의 영향과 말하고 글쓰는 직업적 특성상 그런 점을 적당히 교정한 편이다. 아무튼.


메일링도 이런 불안과 흥으로 시작했다. 갑자기! 느닷없이!


샤워를 하다 아이디어와 욕망이 솟구쳤다. 샤워가운을 입은 채로 스마트폰으로 트위터에 내 메일링 계획을 발설해 버린다. 좋아요가 하나 이상 눌리면 바로 돌진해 버린다.


우선 실행하고, 그 이후에 욕망을 바라본다. 이런 것들이었다.

1 메일이어야 말이 나올 것 같아.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내 장애(혹은 질환)을 밝히기 꺼려져.

2 말하고 싶어! 평생 동안 숨겨왔는데 남은 인생은 이걸 드러내고 살고 말거야!

3 듣고 싶어! A클럽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내가 발신하면 누군가 수신할 거야.


머릿속이 이 생각들로 터질 것 같은 흥분에 끓어넘치면

-> 실행


이 되는 것이다.


A클럽은 보통 놀라운 추진력과 회복력이 장점이라고 일컬어진다.


아, 제 말이 아니고

박사님들 말이니까 믿으세요.

그래서 ‘창업가형'이라고도 써 있다.

이건 우리 엄마가 참 좋아하는 말들이다.

전략상 나는 이 말들이 담긴 유튜브나 책을 엄마에게 보여줬다. A클럽 멤버가 된 것을 밝히는 자리에서.

나는 한국 부모를 어떻게 설득하는지 잘 안다.

나의 A클럽적인 면이 1인 기업이자 창작자인 내 인생에 도움이 된다는, 나조차 완벽히 믿지 못하는 것을 엄마에게 슥, 흘렸다.


아무튼, 인생에 이벤트가 생기면 (핫. A클럽 가입도 이벤트라고 여긴다는 점에서…나는 증맬….빼박이다)

관련 도서들을 주문하는 인생을 살아온 나는

프랑스로 돌아오면서 여러 권의 ADHD서적을 싸그리 가져왔다.

전자책으로 발간된 게 많지 않아 그 두꺼운 종이책들을 수트케이스에 가장 먼저 넣었다.

매일 한권은 가방에 넣고 다닌다. 1년 동안 다 소화할 심산이다.


이 장애 혹은 질환을 잘 데리고 살기 위해 책이 필요하다.

아는 게 병이라고? A클럽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몰라서! 평생을! 내가 바보멍충이둔탱이인 줄 알고 살았던 게 아이고 억울해라.


나는 서바이버였다.

생존자.

난데없이 비장해지는 걸 좋아한다.


뇌의 구조 오류를 (전두엽이 도파민을 튕겨버린다나 뭐라나…) 지닌 채로 어떻게든 이렇게 살았잖아?


장하지 않냐고.


아무튼.

첫 편지니까 우왕좌왕하게, 산만하게, 정신없게 이야기하는 것을 양해해 주시라.

그러지 않으려고, 구조적으로 쓰려다가, 첫날 못 썼지 않은가.

이 메일링만큼은 A클럽으로서의 자존심을 걸고, 나답게,

쓰겠다.


시작은 언제나 흐트러뜨리면서, 

해냈다. 그래왔다. 


실수와 미룸이 특성인 A클럽이 별 수 있나? 

매번 '대체 왜 그러냐'는 지적을 받아온 인간이, 긴장 안하고 자신만만하면 그게 더 이상하다! 

자주 실수하고 자주 지연하는 게 이 클럽의 특성이라고 지침서에 써 있던데

아따 솔직히 말하자면....'이거 뭐 루저 아냐? 뭐 이런 게 다 있냐' 생각이 든다....

그런 특성을 자신의 것으로 계속 인지하고, 그것을 교정하려 애쓰는 동안 깨달은 게 있다. 

별 수 없다고. 


착수하기 전의 긴장과 걱정은 내 탓이 아니라고. 그렇게 디자인된 인간이라고. 

그렇다면 긴장과 걱정을 무너뜨리는 방법이란 오직 하나.

흐트러뜨리면서, 

대충, 

아무렇게나 시작해버리는 수밖에 없다고.


그 다음엔 도미노처럼 다 착착 풀려나간다.


우리가 또 한번 꽂히면 엄청나게 몰입하잖아요. 


그러니까 한 장, 

딱 그 한장은 

실수로 발로 찬 것처럼 

의식하지 않고 

해 버리자구요. 


저는 오늘 시작했습니다.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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