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부터 저의 정신은 항상 산만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곤 했고, 한 가지에 집중하는 것이 무척 힘들었습니다. 수업
시간에는 종종 수업을 듣지 않고 교실 뒤로 나가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거나, 운동장에 나가 놀며 시간을 보내곤 했습니다. 다행히 책 읽는 것을 정말 좋아해서 성적은 좋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행동이 가족 내에서는 골칫거리가 되었던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커졌습니다. 학교에 부모님 면담으로 오실 때마다 마음이 좋지 않았음에도 통제되지 않는 제 행동이 원망스러웠습니다. 저를 사랑해주시는 부모님이 저를 걱정하고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며 더욱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어른이 되어, 제 자신이 왜 이렇게 힘든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내 마음속의 혼란을 이해하고 싶었고, 왜 다른 친구들은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나는 그렇게 힘들게 하는지에 대해 자주 생각했습니다. 성장하면서 나을 수 있다는 가능성에 걸지 않고 차라리 빨리 ADHD 판정을 받아 약물 치료를 시작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자주 들었습니다. 이제서야 약을 먹기 시작했는데, 그 사실이 너무나 속상하게 느껴졌습니다. 약물의 도움을 받아야만 정상인처럼 살 수 있다는 현실이 우울하게 다가오기도 했지만, 동시에
이제서야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저와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게 됩니다. 제가 겪고 있는 문제는 저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진단을 받고 약을 먹으니 이제는 업무나 일상생활에도 큰 지장을 주지 않게 되었고, 그런 점에서
문제 생길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주기적으로 약값이 들어가는 것은 부담이지만, 그로 인해 얻는 정신적 안정과 집중력은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부작용으로 인해 식욕이 저하되고 잠이 잘 오지 않는 증상은 다이어트와 회사 생활에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니 전화위복이라는 말이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ADHD 덕분에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경험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ADHD로 인해 겪는 여러 가지 일들이
가끔은 저에게 특별한 재미를 주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작은 것들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 세상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호기심은 제가 새로운 경험을 즐기고, 다양한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 더 풍부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특히 이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나니, 저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위안을 받게 되었습니다. 세상에는 저와
같은 사람들이나 혹은 비슷한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비정상이 아니고 단지 개인적인 특성이라고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힘이 되기도 합니다.
ADHD를 겪고 계신 모든 분들이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각자의 아픔과 고통 속에서도
작은 행복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삶은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계속 나아가야 하는 여정이니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또 다른 배움과 발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질병을 가진 사람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저 또한 이러한 과정을 통해 더 나은 자신으로 발전할 수 있기를 바라며 부정적인 생각에 매몰되기 보다는 항상 긍정적인 태도로 삶을 마주해 나가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며 살려 합니다.
모두 행복한 한 해가 되셨길 바라며, 더 긍정적으로 살 수 있는 행복한 신년이 되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