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상태가 많이 안 좋다. 불안과 긴장이 늘 온몸에 가득 차서 숨쉬기가 벅차고 모든 근육이 경직된 채로 하루를 지낸다. 내가 무얼 해야 하는지 무얼 할 수 있는지 끊임없이 간절하게 고민해도 작은 빛줄기 하나 보이지 않는다.
1. 나는 일적으로 사람을 대하는 걸 어려워해서 일을 시작하면 출근 전날부터 몸이 굳어버리고 속이 뒤틀리기 시작한다. 회사에서 아무 일 없이 편하게 일하고 돌아와도 출근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에너지를 소진해서 갈수록 몸 상태를 갉아먹는다. 약국에서 위장 약 사 먹는 데에만 한 달에 10만 원 가까이 쓰는 것 같다.
2. 나는 불안정도가 심해서 누구나 쉽게 딴다는 운전면허조차 따지 못했다. 연습 운전을 하는 동안 식은땀이 온몸을 적시고 공황 상태가 되어서 나 스스로 면허 취득을 포기했다. 포기할 때는 '나중에 불안감이 나아지고 정신이 건강해지면 다시 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지금 상황을 보아서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3. 부모라는 존재는 어릴 때부터 내가 의지할 수 있는 상대가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불안감의 시작의 주원인이었다. 이젠 기본적인 대화조차 어려울 정도로 부모님의 정신 상태는 더 안 좋아져있고 당연히 가면 갈수록 집안 상황과 분위기도 더 나빠지고 있다. 사실상 가족이라기보다 서로 의지할 수도 버릴 수도 끊을 수도 없는 이상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저 둘 사이에서 태어나고 자란 내 정신이 건강하길 기대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다. 몇 년째 독립을 알아보고 고민하는 중인데 돈이 늘 문제다. 이대로는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나 싶다.
4. 다음 주쯤에 4년간 다닌 회사를 퇴사한다. 배울 것도 없고 체계도 엉망인데다 임금도 적고 출퇴근도 엄청 오래 걸리는 곳이었기 때문에 진작 퇴사하는 것이 맞았고 나 스스로도 그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주위 사람들도 빨리 이직을 알아보라고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이보다 나은 회사에 내가 입사해서 다시 적응할 자신이 도저히 없기 때문이었다. 정신과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아져서 퇴사하겠다고 말하긴 했지만, 잡플래닛 같은 곳을 아무리 뒤져봐도 나같이 능력은 부족하면서 사회생활은 잘 못하는 부적응자가 일할 수 있는 곳은 없다.
5. 기분전환을 위해 혼자서라도 나가서 놀거나 여행을 가야 하나 싶기도 하지만 경제적으로 여유를 부릴 상황이 아니라는 생각에 맘 편히 그럴 수가 없다. 돈은 못 버는데 물가 같은 경제 상황은 갈수록 안 좋아져서 중요하지 않은 일에 돈을 쓰기가 조금 두렵다. 다행히 술 담배도 못하고 친구가 많지도 않아서 집안에 틀어박혀서 답답하고 숨 막히는 것만 참으면 돈 쓸 일이 별로 없기는 하다.
--- 정신이 아프면 돈 벌기가 힘들어지고, 돈이 없으면 더 불안해지고, 불안해서 정신이 더 나빠지면, 더 돈을 벌기 어려워진다. 할 줄 아는 것은 없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다. 대체 어디에서 내가 희망을 찾을 수 있는지 아무리 고민하고 찾아봐도 사방에 벽이 있다는 사실만 계속 확인하게 될 뿐이다.
그냥 끝내는 것이 맞는데 그럴 용기조차 없다.
늘 그런 생각을 한다. 아무 고통 없이, 아무도 모르게, 원래 내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세상에서 사라질 수 있는 버튼이 존재했다면 나는 이미 오래전에 그 버튼을 눌렀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