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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제 이야기를 풀어봅니다.
Level 1   조회수 83
2025-03-30 20:23:17

@, 주민등록증만 대여섯 번 가까이 잃어버렸다고 소개하는 것 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가지고 있는 주민등록증의 발급 날짜는 2023.03, 2년 동안 주민등록증을 잃어버리지 않은 나에게 고맙다.

그 사이 지갑은 두어 번 잃어버렸으나, 지갑에 넣어둔 직장 명함에 전화번호가 있어 무사히 내게 되돌아왔다.

여담으로, 분실의 여지가 너무 크기에 나는 절대 지갑을 명품으로 구입하지 않는다.


학창시절이 선명하게 기억나는 건 아니다.

다만, 생활기록부의 모든 선생님들이 써 주신 공통적인 문구로 '마무리가 부족하다' 라는 말이 들어가 있다.

정작 나는 그랬는지 생각조차 나지 않는데, 학창 시절부터 나는 이미 @의 성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었던 것이다.


대학 들어가기 전까지는 약을 먹지 않았다. 

부모님이 정신과 약에 대한 편견이 심해서 @를 진단받은 이후에도 약은 먹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약을 먹기 전, 대학교 1학년 있었던 에피소드다.

한 강의에서 나는 수업의 약 1/4 정도 교재를 챙기지 못했다.

오죽하면 교수님이 수업 후 따로 나를 불러 교재를 챙기지 못하는 이유가 있냐고 물어봤을까.

강의가 종료된 뒤 교수님을 우연히 마주쳤을 때, 교수님이 나에게 한 말이 "다른 수업에서는 꼭 교재 잘 챙기세요" 였으니.


대학교 2학년 일년 자취를 하며 알바를 했었는데, 물리적/경제적 독립이 충족된 그때야 처음으로 콘서타를 처방받아 먹을 수 있었다.

처음 부모님에게 들켰을 때 한 달을 싸웠다. 지금도 부모님은 약에 대해 긍정적인 편은 아니다.

초반에는 약 먹는 간격, 병원 가는 간격도 들쭉날쭉했다.

한 달간 병원을 가지 않는가 하면(처음 약을 처방받았을 때 병원 가는 간격은 2주에 한번), 

다음날이 시험이랍시고 새벽에 용량 2배를 한꺼번에 복용하기도 했다.

한 달만에 병원에 나타나서 댔던 핑계가 

"약 효과를 잘 모르겠어요 또는 이틀치를 한꺼번에 먹어서 약이 일찍 떨어졌어요" 였으니 의사선생님은 얼마나 어이가 없었을까.


약 반년에 걸쳐 약을 규칙적으로, 일정량을 먹는 습관을 잡았던 것 같다.

약을 복용한지 약 1년 반만에 병원 가는 주기를 2주에서 1달로 바꿀 수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바로 약 복용하기.(물도 필요 없다. 콘서타든, 메디키넷이든 알약 겉이 매끈해서 잘 넘어간다)

작심삼일이 심한 나에게, 칼같이 지키는 몇 안 되는 습관 중 하나다.

'약 미복용=하루가 힘들어짐' 이라는 공식은, 습관이라기보다는 하루를 멀쩡히 살아가기 위한 절박함의 감정이 더 큰 것 같다.

약의 드라마틱한 효과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이전보다 지갑(카드), 핸드폰, 우산을 잃어버리는 빈도가 확연하게 준 것이, 약을 정기적으로 먹는 습관이 든 시기와 일치하는 것이 신기하다.

그럼에도 지금도 자리를 옮길 때, OO아 지갑, 핸드폰, 우산, 한 마다씩 챙겨 주는 지인들에게 감사하다.


현재는 약 복용 4년차에 들어선 직장인이 되었다.

꽤 우여곡절이 있긴 했지만 어쨌든 대학을 졸업했고,

적성에 맞는 운동을 찾았고(한계치까지 몰아붙이다 다쳐서 한동안 병원 신세 진 건 안비밀;),

알바에서도 @ 때문에 잘릴 뻔했지만, 현 직장에서 정규직으로 1년 넘게 그럭저럭 근무하고 있다.

하필이면 엑셀 입력과 숫자 계산이 많은 업무여서, 실수하고 집에 와서 여러 번 울기도 했지만,

직장 사람들은 퇴근했다가 허겁지겁 다시 뛰쳐 들어와 지갑과 핸드폰을 챙겨 다시 나가는 나의 모습에 익숙해져 버렸지만,

야근을 하더라도 남들보다 한번 더 엑셀을 검토하고 간다.

재검토를 하면 꼭 틀린 지점이 나오기에, 한 번에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는 직장인의 모습은 꿈도 꾸지 않는다.

근데 어쩌다 보니 아래 후임을 둔 상사가 되어 버렸다. 


사실 20대 초반, @ 모임에 참여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 했던 하소연이 '부모님이 반대해서 약을 못 먹어요' 였으니 그때와 비교해서 여러 가지가 달라지긴 했다.

그럼에도 퇴근 후, 그리고 주말 시간에 대한 관리는 아직 내게 풀어야 할 숙제다.

이제 슬슬 이직을 생각하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들의 시간 관리에 대한 도움을 받고 싶기도 하고, 하던 일을 계속 할 지 새로운 일을 할 지에 대한 고민도 깊어진다.

앞으로 어떻게 살지는 좀 더 생각해 보아야겠지만, 나는 이렇게 살았고 지금은 이렇다, 이 얘기를 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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