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살의 여름, 나는 그 동안 나를 괴롭혀 왔던 것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직장에 적응하지 못하고 따돌림을 당하던 나는 결국 병원의 문턱을 넘었고, ADHD 진단을 받았다. 의사 선생님은 CAT 검사에서 저하가 7개나 나왔다고, 이제서야 알게 된 게 신기하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그러고 보면 나는 유독 눈치가 없었고, 건망증이 심했고, 매일 어딘가에 부딪혔으며, 충동적으로 대화에 끼어들기 일수였다. 감정을 조절하기 어려웠고, 체계적으로 시간을 관리하지 못했으며,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어려웠다. 손발을 가만히 두지 못했고, 매번 부주의한 실수를 저질렀다. 어디서도 적응하지 못했고, 따돌림 당하기 일수였다. 노력해도 크게 나아지는 게 없었다.
그 동안은 이런 나를 이해할 수 없었고, 도무지 좋아할 수 없었다. 항상 극도로 우울하고, 불안했다. 하지만 이제 알게 되었다. 이러한 증상들과 우울, 불안까지 ADHD와 관련된 특징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모든 퍼즐이 맞춰지는 환희와 해방감을 느꼈다. 하지만 이윽고 불안과 두려움이 고개를 들었다. '그래서 ADHD가 뭔데?'. '나 이대로 평생 살아야 하는 건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지?', '왜 나만 이렇게 억울해?', '사실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등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휩쓸고 다녔다.
당시 일상이 괴로움이었던 나는 용기를 내서 심리상담을 신청했다. 심리상담을 통해 그 동안의 아픔과 억울함을 쏟아내고, 나의 내면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나를 공격하기만 하던 사고 회로를 바꿀 수 있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러자 ADHD를 직면할 용기가 생겼고, 이와 관련된 공부를 시작했다. 교수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논문 주제를 ADHD로 정했고, 온갖 자료들을 찾아보았다. 도저히 집중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한 줄이라도 이해하고자 노력했다.
이 과정을 통해 나는 점차 달갑지 않은 동반자인 'ADHD'에 대해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이해가 수반되자 더 이상 ADHD가 두렵지 않았고, 그저 '귀찮게 하는 인생의 동반자' 정도로 느껴졌다.
이렇게 나에 대해서, 그리고 ADHD에 대해서 이해하기 시작하니 마음이 조금씩 편해졌다. 예전에는 나를 '기본적인 것 조차 못하는 게으르고 한심한 사람' 으로만 바라봤다면, 이제는 나를 '원인도 모르는 괴로운 상황 속에서도 성장하려고 노력한 사람' 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아직도 주의력 결핍과 충동성은 나를 괴롭게 하고, 우울감과 불안이 찾아올 때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예전처럼 극단적으로 괴로워하고, 자존감이 저하되지 않는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2006년 보고에 따르면 성인 ADHD 환자의 65~89% 정도가 1건 이상의 정신과 질환을 동반한다고 한다. ADHD 증상이 일상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지속적인 부정적 피드백과 실패를 경험하면서 점차 자존감이 낮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그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말해주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DHD를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당신이 정말 멋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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