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 없이 산다 Quartz 조회수 93 2023-02-18 03:11:56 |
장기하가 그랬지, 별일 없이 사는 게 나를 무시하는 누군가에게 한 방 먹여주는 일이라고. 나는 별일 없이 살고 있다. 처음엔 누군가에게 한 방 먹이고 싶어서 별일 없이 살았던 것 같은데, 이젠 그냥 별일 없이 산다. 항상 적당히 행복하게.
억지로 잘 살고 있음을 내세우려던 때가 있었다. 나 잘 살아, 나 아주 행복하다고, 열심히 소리쳐야 삶의 피폐함이 안 보일 줄 알았다. 하나도 의미 없단 걸 깨닫고 어느 순간부터는 인정하게 됐다. 맞아, 나 요즘 힘들어. 외롭기도 하고, 조금은 이 삶이 벅차. 근데 신기하게도 내가 인정하니까 오히려 아무렇지 않더라. 사실 그래, 인간 다 외로운 거 아니야? 다들 벅차게 살고, 힘들기도 하고. 그런데도 적당히 괜찮으니까 살아있는 거지.
내 삶을 살기로 했다. 남에게 여유로움을 과시하기 위해 지금 당장을 소비하는 삶 말고, 내가 만족할 나의 삶. 주말마다 예쁜 카페에서 디저트를 먹어야만 행복한 삶 말고, 대책없는 미래를 여행지의 멋진 배경으로 가리는 삶 말고, 그냥 나의 삶.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릴 하이라이트 장면 없어도 평범하게 행복할 미래가 존재하는 삶. 나한테는 그게 더 맞더라. 과외 하니까 돈도 딱히 안 쪼들려서 좋고, 배우는 게 있으니 미래가 크게 걱정되지도 않는다. 거창한 해외 여행 대신 경기권이나 충청도를 차 끌고 돌아다닌다. 해외 유명한 맛집 굳이 안 가고 동네의 맛집 리스트를 하나씩 늘려간다. 멋진 인스타그램 하이라이트가 아닌 내 행복을 위해서.
그래서 요즘 나는 항상 꽤 행복하게 별일 없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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