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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굴까
Level 3   조회수 100
2023-05-22 22:19:40


올해 초 고민과 고민 그리고 고민 끝에 두려움을 가득 안고 정신과를 방문했다. 

뭔가 형용할 수 없는 비참함, 슬픔, 외로움, 귀찮음이 가득했고 그 무엇도 열심히 하지 않으면서 매일매일이 피곤에 쩔어있었다.

매년 이런 시기가 있었기에 이번에도 시간이 흐르면 또 괜찮아지겠지 싶었으나 취업이란 벽 앞에 온갖 것들이 아픔이 되어서 마음과 정신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그 어떤것도 재미가 없어졌고 그 누구를 만나도 재미가 없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으며 이 사회에서 너무나도 무가치하고 한심한 나라는 생각에 지배당해 타인을 만나는 것을 넘어 나를 있는 그대로 보이기 조차 겁이 났다. 


그나마 취준을 위한 외국어 공부를 시작했으나 그마저도 또 2달을 못넘기고 도망치듯 그만뒀다. 속으론 정신 차려야지 정신차려야지 하지만 실상은 여전히 학원 숙제조차 일주일을 못넘기고 안해가는 상태, 조금 뒤쳐진단 느낌에 흥미가 팍 식어서 금세 그만두는 이 행태를 또 반복하고 있었다.


정말 난 왜 이런걸까 남들 다 하는 것들 뭐가 겁난다고 뭐가 그리 불만이 많다고 매번 꾸준히 못하고 도망칠 생각부터 하는걸까

그 어떤 스트레스나 위험도 부담하기 꺼려하고 편하고 쉽고 익숙하고 좋아하는 것만 하려하고 그때 그때 관심가는 것만 앞뒤 계획 없이 하려할까,

돌이켜보면 삶 자체가 모두 계획이 아닌 충동에서 이뤄진 것이었고 계획은 모두 그 충동에 맞춰서 짰던것 같다. 그리고 난 그런 충동적인 내가 또 이 시기를 벼랑 끝에 몰린 그 순간 해결하겠지 하며 모든걸 미루고 미루고 미뤘으며 때론 그 충동적인 나를 좋아했다.. 


그렇게 준비는 커녕 어린애와 다를 바 없는 상태로 지금의 현실을 마주했다.
 

죽음이란걸 자주 생각하게 되었다. 이는 뭔가 힘들어서 죽고 싶다란 것과 다르게 스스로 바뀔 자신이 없어짐에서 비롯된 절망에서 나온 생각들이었다. 변하지 못할것이란 두려움 계속해서 가족의 짐만 될것이란 두려움, 사회에서 도태될것이란 두려움 그런 미래를 맞이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나하는 삶에 대한 회의감과 허무감 스스로에 대한 무력감이 넘쳐흐르면서 일상은 더욱 망가졌고 마음은 더욱 굴을 팠다.


그래도 이런 생각은 그 자체로 그래 어차피 망한거 정신과 왜 못가보냐란 생각을 하게 해줬고, 먼저 도움을 받던 심리상담소에서도 우울과 불안에 대한 약물치룔 권했다.

그렇게 방문을 하리라 마음 먹었지만 알수없는 두려움은 발걸음을 무겁게 했고 1주 2주 한달을 미뤘다.

그러다 우연히 성인ADHD관련 영상을 보면서 너무나도 나와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마치 한줄기 희망을 찾은 것 마냥 온갖 커뮤니티를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adhd관련 정보를 수집했으며 에이앱에서 검증된 주변 병원을 찾아서 예약까지 일사천리로 잡았다. 


첫 방문 후 여러검사를 받고 이런저런 스스로 @라 생각하게 된 이유를 말해야지 하고 다짐했으나 첫 상담때는 정말 벌벌 떨면서 스스로도 주체 못할정도로 횡설수설하다 왔다. 

그래서 결국 우울과 불안을 먼저 걷어내자는 제안을 받았고 진정하지 못하는 스스로의 낯선 모습에 놀란 나는 알겠다고 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아마 정신과를 절망의 마지막 피난처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서 삶의 끝까지 와버렸다는 사실을 스스로가 못받아들였고 이곳에서 마저 거절당하거나 개선의 방향이 없다는 답변을 받을것이라는 불안감에 휩싸여서 그런것 같다.


우울과 불안관련 약을 먹으면서 한달, 감정은 사라졌고 불안은 줄었으며 기존에 나의 삶의 일부였던 것들 그래서 당연시 했고 때론 좋아했으면 이상하다고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이 조금씩 변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의 성격, 성향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병이란걸 알게 되었으며 스스로 난 왜 이런 사람이 된 걸까 하는 생각을 많이하게 되었다.


계속된 심리상담과 치료를 통해 남들은 이런 과도한 걱정과 불안 눈치를 보고 살지 않는단 사실도 알게되었고 고칠수 있단 사실에 기뻤지만 왠지 모르게 삶은 더욱 무기력해져 갔고 무감각해졌으며 즐거움과 웃음이 사라져 갔다. 유일하게 하는 건 게임 , 숏츠보기와 adhd관련 글, 영상 보기였다.. 그렇게 한달만에 다시 의사 쌤에게 @ 이야기를 다시 꺼냈고 선생님도 정확성을 위해서 조금더 지켜보고자 했으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검사를 한번 해보자고 동의해주셨고, 지금도 긴가민가 하지만 결과상 확진을 받아 콘서타를 처방받았다.


* 또 서론이 너무 길어진 것 같다.. 

결국 하고 싶은 말은 지금까지 나라고 여겨왔던 행동, 감정, 선택, 말, 생각들이 사실은 아픔이었고 치료를 통해 개선할 수 있는 것들이었으며 남들과 다른 것들 이었단 것이다. 

그렇다면 내 진짜 모습은 뭘까? 지금까지 삶의 일부로 여겨왔던 것들과 함께한 내가 진짜 나의 모습일까 혹은 그 모든것이 잦아든 후에 내가 진짜 나인 것일까 혹은 둘다 나인 것일까


이런 쓸데없는 고민을 하는 중이다. 뭐가 되었든 스스로의 삶을 책임질 수 있는 더이상 도망치지 않고 적어도 마주하려고 하는 내가 되었으면 한다.

어쨌든 우린 모두 나아가고 싶어서, 나이지고 싶어서, 더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치료를 받기로, 사회의 시선과 무거운 선입겹 그리고 두려움을 지고서도 선택한것이니까. 


나도 또 마치 모든 삶의 문제를 개선할 방법을 찾은 양 일희일비하지 않고 약에 너무 의존하려는 생각을 경계하고 끝없는 변화의 노력을 해야겠다고 이 글을 쓰며 다짐해본다.

변화에 대한 의지와 희망모두 잃은 나에게 도움을 받을 수단과 응원을 해주는 상담사와 의사쌤이 생겨 기뻤고 그 이야기와 비슷한 경험들을 나눌 사람들이 있어서 안심이되었다. 


생각으로만 맴돌던 것들 조금이라도 신경이 새면 흩어져 실행까지 옮기지 못한 거나 끝없이 미뤄졌던 것들, 이젠 세상 밖으로 다 잡아서 꺼내보고 싶다.

새로운 나를 만나기 위한 길의 시작 점에서 지금의 생각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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