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아저씨의 이야기 (1) - 정체성 혼란 노랑포도 조회수 146 2023-07-12 13:13:46 |
안녕하세요, 저는 30대 중반에 ADHD 진단을 받고, 현재 콘서타18을 3주째 복용하고 있습니다. 이 기간 동안의 경험과 생각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처음 약을 복용한 지 3일째, 정체성에 혼란과 억울한 감정이 밀려왔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개선하려고 노력해왔던 태도와 습관들이 약을 먹으니 노력 없이도 개선되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또, 예전에는 책을 느리게 읽고 여러 번 읽어야 했지만, 약을 복용하면서 책을 편하고 즐겁게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른사람과 대화 할 때는 대화에 집중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들였었지만, 이제는 편하게 대화를 오랫동안 나눌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갑작스런 변화로 인해 진정한 나는 누구인지, 약을 복용하기 전의 나는 부정해야 하는지 등 많은 혼란이 찾아왔습니다. 지금까지 겪었던 억울한 일들이 떠오르면서 눈물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노력들이 약의 효과를 잘 받을 수 있게 해 준 것 같아서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시도해온 방법들(환경 바꾸기, 보상 설정, 작은 목표 설정 등)과 우울한 감정과 부정적인 생각을 줄이기 위한 감사일기 쓰기, 꾸준한 운동 등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 노력들 덕분에 약의 도움을 더 쉽게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약의 효과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지만, 저의 정신건강을 위해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약에 의존하는 것보다는 새로 주어진 기회를 감사하며,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ADHD는 약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만능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피곤하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에는 일반인도 집중력이 떨어지고 짜증을 내기 마련이고, 사람이라면 누구나 집중을 유지하기 힘들때도 있을것입니다.
저는 지금도 효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증량은 천천히, 조심스럽게 진행할 예정입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1주차에 증량 제안을 하셨지만, 거절하고 3주차인 내일부터 27로 증량 할 예정입니다. ADHD 약을 복용하면 좋은 점도 많지만, 이전과 달라지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평소의 뇌와 약을 복용한 뇌는 작동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예전처럼 나의 뇌를 잘 활용하려면 약을 복용한 자신을 잘 활용하는 방법을 다시 찾아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