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에 가려고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했다. 막상 대학에 오니 시험 붙을 자신도 없고 오래 공부하기도 싫어 빨리 취직을 하고싶어졌다. 고민을 하다 무난하디 무난한, 채용공고에서 흔히 볼수 있는 '상경계열 우대'를 떠올렸다. 경영학과에 갔다. 모든 과목이 무난했다. 코로나로 제대로 배운 게 없기도 하고 (비대면 시험이라서 갤럭시탭 찾기 기능 이용해서 시험침.. ) 내가 그냥 무난하게 어느 과목이든 적당히 했다 흥미도 적당~했고 적성도 적당~했다 경영학과는 스펙트럼이 너무 넓어서 내가 분야를 가닥을 잡아야하는데 나한테는 모든 게 적당했고, 배운 게 없어서 난감했다 adhd 약을 먹으니 (인지하는) 시야가 맑아졌다. 각을 잡고 많이 고민을 하다 전문직 준비를 했다. 하루 10시간 씩 독서실에 앉아있으려니 한 달 하고 정말로 죽고싶어졌다 그만두고 계약직을 했다 좋은 회사 였다 복지 좋고 일 편하고 (정규직한테) 돈 많이 주고.. 안정적이고.. 그럼 이 회사를 목표로 공부를 하면 되나? 이 회사는 문이 굉장히 좁다 전문직 준비(2년 정도 한 사람) 하던 사람들이 필기 시험에서 떨어지는 곳이다 기약 없이 공부를 하기엔 나는 자신감과 끈기가 없다 그럼 지금 취직할 수 있는 곳에 들어가면 되지 않나? 그건 성장가능성 측면에서 맘에 들지 않는다 어딜 가서든 본인이 열심히 하면 된다지만 내가 붙은 0000은 아무리봐도 물경력이 되기 딱 좋은 이것저것을 시키는 곳이다 첫 단추가 중요하다고들 한다 이것저것을 할 수 있어서 뭐 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회사가 너무 주먹구구로 돌아가는 게 입사 전부터 눈에 너무 잘 보여서 안 갔다 나는 무엇을 욕망하는 걸까? 안정적이고 성장 가능성이 있고 배워서 몸 값을 올릴 수 있는 포지션을 원하면서 노력은 하기싫다. 피곤하다 더운 날씨에 오늘 씻어도 내일도 씻어야 하는 것도, 씻으면 머리카락 치워야하는 것도, 친구의 친구 얘기를 듣는것도, 무언가를 기억하는 것도.. 살이 너무 많이 쪄서 병원을 바꿨다 그래서 그런 지 자꾸 먼 미래를 생각하게 되면서 막막하고 기력이 없다 나는 졸업반이 되어버렸다 계약직으로 회사를 다닐 때는 task가 딱 주어져서 좋았다 지금은 내가 일을 찾고 직무를 찾고 그에 맞는 (눈에 바로 보이지 않는) 노력을 하고 자격증 접수를 하고 자기소개서를 써서 넣어야 한다. 나는 아직 젊다 못해 어리고 확정된 건 아무 것도 없고 내일도 모레도 눈을 뜨고 씻어야 한다는 게 막막하다 이런 얘기를 하니 ㅇㅇㅇ가 ~~하면 어떠하냐고 얘기해주었다 나를 챙기고 내가 지속되기를 바라는 이가 있어서 좋다,, 사는 건 안좋은 것, 의무가 100이고 좋은 것, 권리가 40? 30? 정도 인 것 같지만 이 조금의 좋음이 나를 계속 살고싶게 만들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