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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사람들에게 솔직하지 못한데, 이유가 무엇일까요?
Level 3   조회수 182
2023-09-15 11:57:20

사연) 안녕하세요! 고민이 있습니다. 직장에서 상대방과 대화를 나눌 때 솔직하게 대화하지 못해요. 예를 들면, 잘하지 못하면서도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부유하지 못하면서도 어느 정도 수준은 되는 것처럼 말해요.

제 자신이 대단하다는 인상을 주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 시간이 지나면 거짓말이라는 게 드러나게 되고 대인관계가 힘들어져요.

저와 다른 사람을 자꾸 비교하게 되고, 저한테는 없는 것이 다른 사람에겐 있을 때 그것을 너무 부러워하게 돼요. 그것이 무엇이든지 간에요. 많이… 힘들어요. 어떻게 하면 고칠 수 있나요?

 

사진_ freepik사진_ freepik

 

답변) 안녕하세요, 사연자님. 올려 주신 고민글 잘 읽어 보았습니다. 직장에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때 사실보다 더 부풀려서 말하거나 사실과 다르게 이야기하는 등 거짓말하게 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이후에 그것이 밝혀지면서 곤란해지는 일들이 생기면서 힘들어지신 상황 같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거짓말을 합니다. 미국의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 제리 제리슨(Jerry Jellison) 교수와 그의 연구진에 따르면, 사람은 하루에 평균 200번 정도의 거짓말을 한다고 하니 가히 놀랍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만, 이렇게 많은 횟수의 거짓말을 카운트한 실험에서는 “그 옷 정말 잘 어울리네요.”, “음식이 진짜 맛있네요.”처럼 전혀 악의적이지 않은 ‘하얀 거짓말’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하루에 평균 2~3회 정도로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이처럼 실험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늘 100% 사실과 진심만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으며, 정도와 빈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지 간에 누구나 사소한 거짓말을 하며 살아간다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이토록 거짓말을 하는 걸까요? 사람에 따라, 또 각각의 상황에 따라 그 이유는 다르겠지만, 몇 가지 이유를 간추려 보는 것은 가능합니다. 첫 번째는 거짓말을 통해 어떤 이득을 보고 싶을 때 사람들은 거짓말을 합니다. 정치인들 중에 이런 이유로 거짓말하는 분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요, 보통 사람들도 자신이 거짓말을 함으로써 쉽게 이득을 볼 수 있다고 생각될 때 일종의 도구로서 사용하는 것이죠.  

두 번째는 자신의 무능함이나 열등감을 숨기고 사람들에게 유능하다는 인상을 주고 싶을 때도 거짓말을 하기도 합니다. 사연자님께서 올려 주신 사연을 보면, “잘하지 못하면서도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고”라는 대목이 있는데요, 아마도 본인이 유능하지 못하거나, 무언가를 할 수 없다고 이야기할 때 사람들에게 외면당하거나 무시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으신 것은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해 볼 수 있습니다. 

혹은 이러한 유능감과 관련하여 과거에 안 좋은 기억이 있다거나 성장하면서 누군가와 끊임없이 비교당했던 경험이 있지는 않은지, 아니면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거나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시는 것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아무리 유능하더라도 잘난 척하고 교만한 사람보다는 지금 당장 유능하지는 못해도 꾸준히 노력하며 성실하게 임하는 사람들, 자신의 부족함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을 더 높이 평가하며 인간적인 매력과 호감을 느낀다는 사실을 기억하셨으면 합니다.   

세 번째는 사람들에게 관심받고 싶고 잘 보이고 싶은 경우에도 거짓말을 한다는 것입니다. 즉,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스스로도 잘 인정하지 못하는 자존감 부족으로 인해 스스로가 다른 사람들에게 충분히 사랑받을 만한 존재라는 확신이 없을 때, 자신의 능력이나 재력 등을 부풀려서 자꾸만 자기 존재의 가치를 입증하려고 하는 것이죠.

그러나 나의 존재 가치가 외부적인 요인(조건, 성공, 능력, 외모, 재력 등등)에 의해 결정된다거나, 나와 타인을 끊임없이 비교하는 행위가 이어진다면 사연자님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온전한 자기 가치를 받아들이기 힘들 것입니다. 

 

사진_ freepik사진_ freepik

 

중국 도가 사상의 중심인물인 장자는 ‘절대 가치는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요, 이는 자연이나 인생에, 또 사람에 있어서도 한쪽으로만 치우친 절대적 가치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는 다리가 긴 새인 학과 다리가 짧은 오리가 둘 다 자신의 다리만 훌륭하다고 생각하며 상대방의 다리는 흉측하다고 갑론을박하는 우화를 통해, 무언가를 단순히 ‘좋다’, ‘나쁘다’로 이분법적으로 판단하는 자체가 결국 상대적 관점과 평가에서 비롯된다고 일침을 가했습니다. 

즉, 모든 사물이나 생명체는 그 존재 가치에 있어서 동일하다는 제물론(齊物論)을 펼쳤는데요, 모든 존재는 서로 달라 보이지만 결국 그 가치는 동등하다는 것이며, 보는 관점에 따라 사물이나 사람의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유연성을 강조하였습니다.

갑자기 철학을 논하며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하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그만큼 사연자님께서 현재 자신의 존재 가치를 외부 조건이나 세상의 잣대로 너무 경직되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우화 하나를 빌려 오게 되었네요.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한 명 한 명, 그 특성과 다양한 면모는 이루 말할 것이 없죠.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존재함에도 각자의 개성과 특성, 장단점들은 무척이나 다르고, 같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좋은 점만 있는 사람도, 잘나기만 한 사람도 없죠. 사연자님께도 사연자님만의 장점이나 좋은 면들이 분명 있으실 겁니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다른 사람에겐 있고 사연자님에게 없는 것만 찾지 마시고, 사연자님에게는 있고 다른 사람에게는 없는 것들도 하나씩 찾아 가면서 스스로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연습을 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또 만약 부족하거나 채우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마치 없는 것을 있는 것마냥 떠벌릴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는 실제적인 노력과 행동을 통해 조금씩 키우고 채워 가시면 됩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다른 사람이 아닌 어제의 나, 일 년 전의 나와 비교하며 점차 성장하고 발전하는 스스로를 격려하고 성취감을 느껴 보셨으면 합니다. 

 

사연자님께서도 이미 너무 잘 아시겠지만 거짓말을 잘 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또 어렵게 쌓은 신뢰 관계도 한 번의 거짓말이 밝혀짐으로써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일 테고요. 사연자님께서는 이러한 사실을 너무도 잘 인지하고 계시고 또 고치고 싶은 의지도 있는 만큼, 거짓말하고 싶은 충동이 생길 때는 거짓말이 득보다 실이 더 많고, 장기적으로도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더 악화시킨다는 것을 상기하신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거짓말이 이미 마치 습관처럼 자리 잡았다면, 이런 습관을 고치는 데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걸릴 수도 있음을 인식하고 차차 거짓말의 정도나 횟수를 줄여 나가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거짓말하는 습관이 잘 고쳐지지 않는다면,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사연자님의 내면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며 전문적인 조언을 받으시는 방법도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모쪼록 지금의 문제를 잘 극복하셔서 거짓말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솔직한 자기 자신과 만나게 되시기를 응원하겠습니다. 

 

강남푸른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이규홍 원장


http://www.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34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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