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1. 의지박약은 약으로도 못 고치나 봅니다 약한사람 조회수 70 2019-02-19 04:51:12 |
안녕하세요. 약한사람입니다.
얼마전에 처방받은 데파코트에는 별다른 효과나 부작용 없이 그럭저럭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또, @ 치료 효과인지는 모르겠지만 쓸데없는 공상에 빠져 시간을 낭비하는 일도 꽤 줄어들었어요.
덕분에 지난 두어달 정도는 그간 못 만났던 친구들을 다시 만나고, 마음 맞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공연 관람이나 단기알바를 핑계 삼아 처음 가보는 동네를 걸어다니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뭐, 그럭저럭 잘 지냈던 것 같습니다. 가장 중요한 수험 공부가 완전히 뒷전으로 밀렸다는 걸 빼면요...
사실 여태까지 공부라고는 중학생 때 벼락치기 하듯 해놓은게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닌 사람이 이제 와서 열심히 공부한다는 게 말이 안 되는 일이죠. 치료를 받으면 뭐가 알아서 될 거라고 생각했나봐요. 왜 그랬어 과거의 나...
하고 싶은 일도 해야 할 일을 먼저 해놓고 놔야 마음 편히 할 수 있는건데 말이죠. 덮어 놓고 놀다보니 공허함이랑 초조함이 너무 커져서 뭘 해도 찝찝함만 남는 지경까지 이르렀어요.
이렇게 계속 미루다가 다시 시작하기가 두려워지는 수준까지 가버리면 정말 끝장인데ㅋㅋㅋㅋ 고3때도 이렇게 입시 망쳐놓고 또 이러면 치료 받는 의미가 뭐냐고오오오오
adhd 환자가 일을 미루는 이유는 계획을 너무 거창하게 잡아놓기 때문이란걸 숙지하고, 조금씩 손에 잡히는 대로 공부를 해 나가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 옆에서 누가 억지로 시키면 질려버려서 역효과만 나니까요.
어째 그냥 대학을 안 가는게 답인 것 같은데...?
덧붙여서, 피아노를 다시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위에서 징징댄거랑 너무 상반되는 행동 아닌가 싶지만 (사실 맞습니다) 공부를 피아노랑 병행했을 때 오히려 성적이 좋았었거든요.
그런 고로, 정서함양 외 이것저것 핑계를 덧붙여서, 뭐 아무튼 배우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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