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02. 17 새벽에페니드 조회수 26 2019-02-17 11:50:43 |
#1.
거의 한 달간 다른 수험생들처럼 생활했다.
phase 1 : 늦어도 9시 30분에는 일어나서 아침먹고 설거지
point : 수족냉증이 있는 걸 '이용'함. 설거지를 늘 온수로 하면서, 엄마미안.. 온수의 기분좋은 감각으로 아침을 시작하기.
phase 2 : 독서실로 와서 마음 유지하며 빡공하기. 마음을 유지하는 건 정말 어렵다.
처음에는 어떻게 공부했는지 모르겠지만 요즘은 합격을 단언할 수 있는 수준이 적어도 시야 안에 들어와있다고 암시하며 집중한다.
절박함을 남들처럼 이용하는 게 왜 이리도 어려웠을까? 사실 지금도 어렵다.
point : 마음이 힘들 때는 명상이 더 쉽다. 마음 편한 방식으로 하면 효과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스트레스가 극단적이지 않은 형태로 지속되면 그게 더 컨트롤하기 힘들다.
phase 3 : 점심은 먹지 않고 저녁 5~6시에 아버지가 부르면 가서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한다.
가족은 늘 갑갑했는데 요즘은 이런 생각이 든다.
일정한 패턴, 가족 안에서의 안정적인 삶보다, 예측할 수 없고 늘 새로운 무언가를 내가 원하지만, 결국 내가 그것을 통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내가 안정을 찾아야 하는 곳은 갑갑함 안이라고.
이건 결국 삶의 방식의 연장선상에서 만나는 것이다. 나는 내가 통제하지 못하는 것들 (핸드폰, 소설, 외로움, 성적인 욕구, 일부러 길잃기)을 절단하다시피 잘라내면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point : 요즘은 외로우면 그 피드백을 친구보다는 가족에게 돌리고 있다. 결국 나도 남들만큼 이기적이고 남들만큼 이타적인 그런 사람이다.
친구에 대한 희생보다는 가족에 대한 희생이 보다 안정적인 패턴을 가져온다.
적어도 지금은 그게 한계기도 하고.
phase 4 : 저녁을 먹고 온 마지막 타임 19:~01:00은 집중하기 가장 좋은 시간대다.
하루의 끝이 보이고, 남은 시간은 제한되어 있으며 그 시간동안 할 수 있는 것들도 얼마 없기 때문에 그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가 보다 명확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이건 전체 수험생활에서 지금의 단계기도 하다. 100일을 남기고는 모의고사만 계속 푸는 것을 목표로, 사전에 준비하고 닦아야 할 것들을 닦고 있다.
따라서 phase2의 모호한 스트레스에 저항하는 방식이 될 수 있음.
point : 약효의 부작용으로 우울이 찾아오는 시기다. 하루 한 대 정도의 담배를 허용한다. 오늘은 좀 우울이 심하겠다 싶으면, 아예 저녁공부 시작을 조금 늦추고 그 전에 샤워를 거하게 온수로 엄마미안... 하는 것도 방법이다.
마찬가지로, 떨어지는 것에 대한 불안이 심하게 찾아오고 있고, 나날이 심해져 간다. 전체 계획표에서 다소 자유로운 시기니만큼, 쉬기로 결정한 날의 하루를 온전히 회복에 돌리는 휴식을 취해야 한다.
3에서 말한 것처럼, 휴식의 방향성이 통제하던 충동의 해방이 아니도록 의식해야 한다.
result : 개에게 산책이 있다면 나에게 온수가 있다. 노후에는 목욕탕 아저씨를 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