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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5 화를 옮기지 않기.
Level 4   조회수 34
2019-01-25 18:40:34
#1. 저녁 먹으러 갔다가 느닷없이, 어머니로부터 말 한 마디를 맞았다.

며칠 전에 부부싸움이 있었으니, 공연히 그걸 상기시키는 말을 내가 살짝 해버린 것이다.

말을 들자마자 화가 났다. 잠시 마음의 힘을 뺐더니 우울이 되었다.

그리고 누구나만큼 고통스러운 어머니 생의 어두운 부분들이 연상되었다.

생각해보면, 외할머니도 이런 날카로운 말투로 어머니를 대하곤 했다.

외할머니는 항상 그랬다. 그리고 항상 그렇지는 않다는 점이 어머니의 대단한 부분이었다.

완전히 없애지는 못했지만, 어린시절의 어머니를 생각하니 어머니가 안쓰러웠다.

내 턴에 없애버릴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당장 참는 것은 별 일이 아니었다.

사람은 다 그렇게 애처로운 존재다.

 

#2. 그렇지만 나도 참 연약한 사람이라, 뱉지 않은 불을 속에 품고 있으니 자꾸 불이 옮겨붙으려고 드는 것이었다.

가지고 있는 펜이 자꾸 번져서 다른 펜을 사러 가야 하는데, 화를 참는데 주력하다보니 아무렇게나 걷고 있었다.

감정을 가지고 걷는 길이 좁게만 느껴졌다. 머리가 터질 것 같아 나도 모르게 부처님을 찾았다.

불을 죽이는 법은 알고 있었다. 울면 된다. 하지만 그게 쉬운가? 곧 앞자리가 3이 되는 사람이?

 

가려던 가게는 결국 못 찾고 이마트로 들어섰더니 설상가상으로 옛날 기억이 밀려왔다.

공부한 나를 잠시 불러냈던 취업한 친구가 여기서 2시간동안 여친 이야기를 하면서 자기가 이걸 사 줄 거라느니 저걸 사 줄 거라느니 했었던 것이다...

간다는데 자꾸 붙잡으면서 이게 낫냐 저게 낫냐 했었던 것이다. 아니 그거 물어보려고 불렀던 거야?

순간적으로 그때의 화가 떠올랐다.

나는 너처럼 능숙하게 취업하고 쉽게 헤쳐나갈 수 없는데 왜 자꾸 그런 이야기를 나한테 하는거지?

 

순간적으로 그때 풀죽은 내 모습이 어린아이처럼 떠올라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사랑이 사람을 그렇게 정신없게 만드는 건 너도 알고 있잖아?

말하자면 마음을 다친 것은 스스로 다친 것이지 악의를 가진 적으로서의 친구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니까.

 

#3. 때마침 피아노소리가 들렸다.

장내 음악인 줄 알았는데 속도가 빨라지거나 느려지길래 따라가보니 아재 하나가 피아노를 치고 계셨다.

막 치고 싶은데 사람 지나갈 때마다 작게, 살짝 놓았다가 다시 잡으면서

나는 사려던 펜은 진작에 손에 들고 더 고를 게 있는 것처럼 근처에 서서 피아노소리를 들었다.

정말 겁나 잘 치셨다...

이제 웃기도 했고 음악도 듣고 있으니 마음속의 화도 날아간 것 같았다.

근데... 잠시 있으니까 예전에 좋아했던 분 생각이 해일처럼 밀려오는 것이었다.

나는 이마트 매장 바닥에 주저앉아서 죽고만 싶었다. 하하하... 정말 힘들었지만, 이제는 거기서 벗어나는 방법도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몇번씩 극복하다보면 감각적으로 요령을 깨치게 되는 것이다.

 

#4. 독서실로 돌아와서  커피를 마시면서 음악을 들었다.

피아노는 도움이 된다. 그러나 무엇이 아직도 내 속에서 타고 있는 화를 꺼버릴 수 있을까?

불천노 불천노...

한동안은 긴장을 놓지 말아야겠다. 속이 좁은 나는 언제 이걸 터뜨려버릴지 모르니까.

 

P.S 독서실에서 느닷없이 TSUNAMI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https://www.youtube.com/watch?v=ARSG9JRQRAI

夢が終わり 目醒める時
(유메가 오와리 메자메루 또키)
꿈이 끝나 눈을 뜰 때면
深い闇に 夜明けが來る
(후카이 야미니 요아케가 쿠루)
깊은 어둠에도 새벽이 찾아와
本當は見た目以上 打たれ强い僕がいる
(혼또와 미따메 이죠오 우따레츠요이 보쿠가이루)
사실은 겉보기보다 감동받기 쉬운 내가 있어

출처: https://www.lyrics.co.kr/?p=23377

+우타레츠요이는 감동도 있지만, 감정에 휩쓸리기 쉬운 쪽으로 알고 있다.

PS2. ... 사전 찾아보니까 정반대인데...?

 反対者からの批判や非難、また逆境に耐える強さがある。=반대하는 비판이나 비난 또는 역경에 견디는 강함이 있음.

출처:https://kotobank.jp/word/%E6%89%93%E3%81%9F%E3%82%8C%E5%BC%B7%E3%81%84-44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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