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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가는 힘겹던 여름에서
Level 2   조회수 22
2018-08-23 19:36:51
#1

시골에서 일을 가끔씩 도와주곤 합니다. 굉장히 힘들어요. 20kg포대를 나르고 붓고. 또한 피-잡초의 이름-를 뽑는 것은 몹시도 지루하고 나른한 일입니다. 풀을 뽑고. 풀을 베고. 하루종일 풀을 뽑다보면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기보다는 그냥 짜증이 나서 견딜 수가 없어요. 물론 하루종일 하진 않습니다. 여름에 한낮에 농사하는 사람은 잘 못봤습니다. 정말 쓰러지니까요.

#2

농약을 뿌려도 피가 너무 자라면 농약으로 피를 못죽인다 하더라고요. 그리고 농약을 쳐도 논에 물을 대줘야 농약이 효과가 있다는걸 이제서야 알았네요.

#3

레이먼드 챈들러의 소설은 가볍다면 가볍지만 크나큰 감동이 있습니다. 책을 다 덮을 때 환희와 압도적인 쾌감이 너무 좋네요. 사실, 불멸의 고전이라고 해도 결국 자신에게 해당하는, 그러니까 자신이 받아들이는 영역은 차이가 있을테고 모든 고전이 읽고나서 감동이 없을 수가 있고 재미가 없을 수도 있을겁니다.

"아니, 어쩌라고?"

"뭔 재미로 읽는거지."

"지루한데 다 읽어야 할까."

대표적으로 저에겐 프랑스 소설들이 그랬네요. 그 쪽들 감성은 다 이상해요. 또한, 고전이라 해도 모든 책이 다 감동을 가져다주진 못했고요.

저번에 톡방에서 누가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을 추천해주라는 말이 있었는데, 그 공에게 챈들러의 소설을 꼭 권해주고 싶네요. 그 공의 이름은 까먹었네요..

#4

전 게임을 지나치게 좋아합니다. 왜 지나치다고 말하냐면 롤 10000판을 한 사람은 미X놈이라고 불릴 것이고 제가 그렇기 때문입니다. 항상 병적으로 집착하고 집착해버리는 그런게 있습니다.

#5

사실 이런 좀, 우울한, 잘못된 자기 사정을 말하다보면 나를 위로해줘! 내 말을 들어줘! 나에게 공감해줘! 관심을 줘! 이런 느낌이에요. 듣고 있는 사람이 세상에 대한 사랑과 인간에 대한 아름다움을 동경하는 인간이 아니라면 공감해주기 어렵고 타인의 마음마저 지루함과 짜증으로 얼룩지게 한다고 어느정돈, 생각합니다.

물론 제가 우울증을 앓고 있어서 부정적으로 인간을 바라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6

책을 읽으며 좋은 구절을 보았습니다.

"그 사람이 듣지 않을 조언이라면 자기만족에 불과하다."

"인터넷상에서 읽은 글귀 하나로 세운 신념이 아니라, 자신의 삶 토대 위에서 세워진 진짜 신념이다."

#7

글을 쓰고 있는 동안 밖에서 비바람이 몰아치는 것을 보았습니다. 굵은 비가 내려서 비가 내리는 형태가 눈에 잘 띄었습니다. 바람이 몰아치며 물보라를 뿌리치는게 태풍이라는게 체감되더군요. 멍하니 창 밖을 보며 태풍이라는 말이 참 멋지다고 생각했습니다. 비바람이 몰아치고, 바람으로 우산이 뒤집히고, 창문이 휭휭 울리며, 서있으면 날라가버릴 것 같은 바람은 태풍이라는 말로 밖에 표현할 수 없는 그런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닉네임인 장마도 비슷한 아름다운 울림이 있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대체할 수 없는 그 말만의 아름다움. 특히 장마는 외국에서 번역하기 까다로운 단어라고 하더군요. 우기라던가. 몬순. 이런 말로 대체하기 어려운 느낌이니까요.

#8

다들 문 잘 닫고 주무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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