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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대청소를 하다.
Level 2   조회수 34
2018-06-06 11:26:59
유난히 정리정돈을 잘 못하고
활동적인 일을 하지 않을 때에는 무기력증과 귀차니즘이 도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를 발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가끔은 집안을 확 뒤엎고 싶은 생각이 드는 때가 있는데,
그게 오늘인 것 같다.
좀처럼 오지 않는 기회인 것 같아서
오늘은 간만에 몸을 일으켜 집안 청소를 하고 있다.
(청소를 하다 말고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있다는 게 함정이지만. ㅋㅋㅋ)
버릴 건 버리고,
필요는 하지만 당장 안 쓰는 것들은 깊숙한 곳에 집어 넣어놓고,
자주 쓰는 건 눈에 잘 띄는 곳에 보관하고.

예전에는 정리정돈을 하더라도 뭘 어디다 놔야 하는지
어떤 일을 먼저 해야 할지 몰라서 패닉이 오곤 했다.
방안은 치워야 할 것들이 산더미인데,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으니까.
이 물건을 저기에 갖다 놓고, 자리만 옮겨놓는 사람이었던 나는
그래도 이제는 제법 이 물건이 어디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개념은
조금이나마 생기는 것 같다.
이게 처음부터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겠냐마는,
그런 걸 못하는 게 이 질환을 가진 사람의 특징이기에
이제부터는 이걸 좀 극복해보려고 한다.

인지행동치료에 들어가면서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있다.
"모든 물건에는 자기가 있어야 하는 위치가 있어요.
그래서 그 위치로 돌려놔 줘야 한다는 걸
항상 기억해야 한다는 게 첫번째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부터는 그걸 계속 몸에 익혀서 습관으로 만들어야 해요.
그래도 환자 분은 부족한 부분을 고치려고 굉장히 많이 노력하고 있고,
내원할 때마다 개선되는 모습이 보여서
앞으로도 충분히 잘 해내실 거라고 생각해요."

모든 것에는 자기가 있어야 하는 위치가 있다는 것.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인데, 난 왜 그걸 생각하지 못했던 건지.
그걸 모르고 그냥 지나쳐 온 30여년의 세월이 아깝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이라도 치료를 받을 수 있고,
내가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더 좋아질 수 있음에 감사하다.

지금도 나는 어떤 일이든 습관화하는 게 쉽지는 않다.
다른 사람들은 2주 정도면 습관이 잡힌다는데,
어떤 일이든 하루 하고 잊어버리는 나에게
습관이라는 게 붙으려면 최소한 두달 이상은 꾸준히 해야 한다.
그런데 그 '꾸준히' 뭔가를 한다는 게 힘드니까 문제지.

일기도 하루 이틀 쓰다가 잊어버리고 안 쓰고,
가계부도 써야지 해놓고는 하루 쓰고는 안 썼다.
블로그에 글도 자주 써야겠다 싶었는데, 한 달에 한 번 들어올까 말까고.
심지어는 다이어리에도 하루에 해야 할 일을 적어놓는데
적어놓고선 안 본다.
그리고 나서 며칠 후에 다이어리에 있는 빈칸을 또 보면서
'아 맞다. 또 안 적었네. 오늘부터 다시 적어야지.'의 무한 반복.

그나마 다행인 건,
고정적으로 뭔가를 적을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 것,
예전보다는 다이어리에 뭔가를 적는 일이 많아졌다는 것.
그리고 조금씩은 더 그 내용을 확인하려고 한다는 것.
이게 계속 반복이 되다 보면
내가 가지고 있는 부족한 점은 그래도 상당부분 보완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도 다시 다이어리에 할 일을 쭉 적어보고
남아있는 할 일들을 마저 해야겠다.
좋은 습관이라는 걸 들이기가 정말 쉽지만은 않지만,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몸에 익숙한 패턴이 되어버리면
그 이후부터는 생각하지 않아도 그렇게 할 수 있게 되니까.
꼭 그렇게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 이제 썰 그만 풀고 대청소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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