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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혼란하니까~
Level 8   조회수 65
2018-04-20 18:18:27
뒤죽~박죽이니까아아!!!
너에게서 떠나줄~꺼어야아~

가 아니고..
벌써 장문의 블로그를 2개나 쓰고 통째로 날려버렸습니다 (도저히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역시는 역시나 역시라더니. 나란 인간은 @무리 속에서 혼자 떠드는 것조차 마음대로 안되나싶어 또 자괴감이 듭니다.

이렇게 일이 꼬여버릴 때는 "에라 모르겠다" 입니다. 무심함도, 대범함도 그다지 아닙니다. 단지 @로 살며 이런일 (이것도저것도요것도 전부죄다싹다안되는) 이 익숙하기 때문에, 달리 방법이 없다는걸 몸소 알기 때문입니다.

에라 모르겠다.
생각해보니 제가 최근에 사는 방식을 설명하기에도 꽤 적합한 표현일지 모르겠습니다. "이것도저것도요것도 전부죄다싹다안될때"가, 우리 모두 그렇겠지만, 지독히 많았거든요.

 

***

"비가 올때는 잠자코 비를 맞는 수밖에 없다." 이렇게 생각한 시기가 있었습니다. 몇년 전입니다. 비는 무참히 쏟아지고, 저는 절박한 심정으로 비를 피할 수단을 찾아 쏘다닙니다. 두개골을 빠개버릴듯한 천둥 소리가 진짜 천둥인지, 뼈속까지 흠뻑 젖은 제 자신의 울부짖음인지 구분이 안갈 지경입니다. 버려진 낡은 우산 하나, 하다못해 젖어서 누더기가 된 신문뭉치조차 찾을 수 없습니다. 인생에 이런일이 없길 바라지만, 이런 진창속으로도 인생이 잘도 굴러서 쳐박힙디다.

그런데 최근에 어디선가 "인생이란 비가 지나가길 기다리는게 아니라 비를 맞으며 춤을 추는 것이다" 라는 인용문을 보았습니다. 참으로 고차원적이지 않습니까? 내 인생이 "이따위 진창속으로 빠질수도 있는거였다"는 엄청난 깨달음 (엄청나지 않습니까? 어른들은 아이들한테 "너 피아니스트가 되고싶니, 아니면 변호사가 되고싶니?" 라고 묻지, "넌 히키코모리가 될거니, 아니면 건달이 될거니? 라고는 안 묻는다고요.) 을 얻고, 비가 올때는 묵묵히 비를 맞아야하는 때도 있다는 깨달음보다도, 명백히 한 차원 위입니다.

 

***

고등학교 때 이런 일기를 쓴 적이 있습니다.
인생은 정말로 꽃꽂이같은 건 아니다. 누구나 아름답게 만개한, 다양한 꽃들이 어우러진 꽃병을 꿈꾸겠지만, 현실은 주변에 꽃은 커녕 말라 비틀어진 나뭇가지나 쓰다버린 휴지같은 쓰레기가 대부분이다.
살기 위해선 화병에 뭐든 닥치는대로 쑤셔넣어야하고, 사람들은 그게 내 인생이라고 말한다.
그게 네 빌어먹을 인생이야.

춤을 추라는 인용문대로라면, 우리는 화병을 허접한 쓰레기들로나마 콧노래를 부르며 나름대로 조화롭게 꾸며야하는 것일까요?

의식의 흐름이 도가 지나쳤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그럴듯한 결론이 생각났습니다. 우리같은 사람들은 생각보다 대담하고도 뻔뻔하게 살아야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입니다. 어차피 "창의적"이라는 것도 그런거 아니겠습니까? 내 맘대로 할꺼야. 뭐. 어쩌라고. 이것도 이쁘잖아.

"에라 모르겠다" 라는 소리가 지금처럼 좌절감과 피로감에서 나오기보다, 언젠가 적절한 무심함과 해방감으로 뱉어지기 바랍니다.

이토록 고군분투하는 우리는, 분명히 지금보다 훨씬 뻔뻔해질 권리가 있습니다.

아닙니까? (뭐. 왜. 배째라. 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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