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내딸이 ADHD라니 홀랑 조회수 108 2018-04-11 14:23:00 |
"내딸이 발달장애라니!!!!!!!"
이런 장면을 많이들 경험하셨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의 이기적이고 유아적인 (다시말해 솔직한) 반응은 이렇습니다. 왜, 어째서.. 기뻐해주지 않는거죠?
하긴 이때껏 좀 특이하긴해도 잘난 내딸 금이야옥이야 키워놨더니 "엄마 나 친가로부터 발달장애를 물려받은 듯 해 ㅇ,ㅇ 봐바 아빠도 이상하자나" 이러고 있으면 속이 터질만도 합니다.
하지만 저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진단을 받았다고 없던 것이 생긴게 아니에요. 뭔지 몰랐던 괴로움에 실체가 나타난거죠.
비유하자면 이렇습니다. 어렸을때, 어 분명히 엄마가 나 똑똑하댔는데, 아이큐도 127이고, 책벌레에 말도 나불나불 잘 한댔는데, 택배박스로 작은 슈퍼마켓 (3D, 아이스크림 냉동실도 장착) 도 척척 만들어내는 재능쟁이랬는데... 그따위 것들은 애석하게도 중요하지 않았어요. 마치 투명한 괴물이 괴롭히는것 같았죠! 선생님이 알림장을 불러줄때 쓸데없는 곳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속삭인다던지, 친구와 대화중에 내 귀를 틀어막는다던지, 내가 무슨 엉뚱한 말을 지껄이게해서 다른 애들이 '이건 같이 놀만한 거가 아니다'라고 생각하게 만든다던지...!! 헥헥
투명한 괴물 얘기는 얼마든지 더 이어갈 수 있습니다. 그 투명하고 찐득찐득한 녀석은, 어렸을때부터 지금까지 제 머리와 눈과 귀와 말과 행동을 어지럽혀 놓았으니까요.
한때는 그걸 모조리 부정한 적도 있었죠! 내가 어째서, 뭐가 이상햇!! 그렇게 또 다른 사람인 척 몇년을 살아보니 결국 남는건, 아 뭔지 모르지만 내가 남들보다 확실히 뭔가 떨어지는 뱅신돌이인가부다, 였습니다. 그렇게 파란만장한 학창시절 (유학시절 몹시 포함) 을 거쳐, 혼란한 성인이 되었습니다.
우연히 넷서핑을 하다 성인 ADHD라는 걸 보게 됐습니다. ADHD? 그거 막 초딩남자애들이 갑자기 의자던지고 이러는거 아닌가, 라는게 솔직한 제 첫 생각이었습니다. 근데 아뿔사, 보다보니 이거 완전 접니다.
ADHD를 의심하고 간 병원 첫 진료날. 진료실 천장에 샹들리에가 멋있었고, 머리에 있는 책 한권 분량의 할말은 몇마디 얼빠진 소리로 압축되어 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아, 그리고 의사쌤이 건내주신 문진을 보며 몇분간 첫번째 문항을 체크못하고 콧바람만 흥흥 내쉬고 있던 기억이 납니다.
이윽고 의사쌤이 말씀하셨습니다. 성인 ADHD를 의심하고 오는 사람 열의 아홉은 불안 장애라고, 또 불행인지 다행인지 본인은 열의 하나인것 같다고 하십니다.
할렐루야! (아직 세례는 안받았습니다) 저에겐 당연히 다행입니다. 이름도 모르는 투명 괴물한테 계속 당하고 사느니, 이름이라도 아는게 낫잖아요. 통성명도 하고.
얘 너 이름이 모니? (으르르) 에이-디에이치-디이다. 그래, 밥은 먹었고? (으르르르르) 내가 낼은 바쁜일이 있어서 좀 가만있어줘야돼. 맛있는 메디키넷 줄게. (으르르) (흡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