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박사과정 유학 나온지 삼 개월 쯤 된 학생입니다. 좋아하는 공부 하고 있는 데다가, 풀펀딩 받고 와서 경제적으로도 안정되어 있고, 지도교수님하고도 잘 맞아서 즐겁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정신과는 2017년인가 2018년부터 다니기 시작했고, 양극성 장애 약을 2년 정도 복용하다가, 차도가 없어 자의로 단약을 했다가, ADHD로 진단 받고 약을 복용하게 된지는 5년~6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약발이 너무 잘 받아서 ADHD 진단 이후부터는 생활 전반이 정돈 되었습니다. 학업 퍼포먼스도 눈에 띄게 좋아졌고, 인간 관계에서 불안이 많이 해결되어 전체적으로 정신 건강이 한층 좋아졌습니다. (물론 약의 단점 또한 느낄 때가 있는데, 약으로 얻는 효과에 비해서 미미한 수준이라 크게 상관쓰지 않고 있습니다.)
진단 받은 후, 개인적으로는 유년기의 경험을 언어화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저는 어린 시절부터 감각 과민(택 달린 옷을 못 참았고, 양말을 못 신었고, 털실 재질로 된 의류 및 악세사리 일반을 하지 못했고, 갱지로 된 가정통신문을 새끼손가락으로 못 만졌고, 코 아랫 부분이 종이에 베이는 것 같은 느낌을 하루 종일 느꼈고, 싫어하는 소리를 한번 듣고 나면 귀에서 계속 그 소리가 남아 있는 등) 및 약한 틱 증상(특히 초등학생 때 약한 정도의 음성틱으로 인해 담임 선생님들께 여러 번 지적을 받았습니다)으로 고통 받아왔고, 완화되긴 했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도 몇몇 증상들에는 여전히 시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이 증상들의 원인을 유년기의 ADHD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에서 엄청난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또 원인을 알기 때문에, 스스로 이 증상들을 어느 정도 통제하고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안정감을 주었습니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뒤 약 용량에도 안정적으로 정착하여 근 3년 간은 약 용량의 변화 없이 항상 똑같은 약만 한 달 단위로 처방 받아 먹어왔습니다. 지금 거주하고 있는 국가에서 약을 처방받는 것이 한국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불편하긴 하지만, 그래도 어찌저찌 해결 방법을 찾아 안정적으로 처방 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모든 것이 만족스럽지만, 단 한 가지 제가 아직까지 컨트롤 할 수 없다고 느끼는 것은 바로 '일찍 일어나기'입니다. 대체 사람들은 어떻게 제 시간에 일어나서 출근을 하고 등교를 하는 것인지 아직까지 잘 이해가 안 됩니다. 한국에 있을 때도, 유학을 나와서도, 저는 1교시 아침 수업이 제일 두렵습니다. 1교시가 있는 날은 다음 날 못 일어날까봐 전전긍긍하느라 더 늦게자게 되고, 실제로 한 학기에 두어 번은 알람을 못 듣고 수업에 가는 것에 실패합니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아침에 만나자고 하면, 거절해야 하는지 수백 번을 고민합니다. 수업 한 두 번 못 가고, 약속 한 두 번 빠지는 게 대수인가 싶을 수도 있지만, 이게 스케일이 커져서 정말 중요한 큰 시험에 자느라 못 간 적도 인생에 세 번 정도 있습니다. 수습하느라 정말 힘들었습니다. 또 주변인들(청소년기에는 어머니, 성인이 되고 나서는 애인)이 저를 깨우는 것을 너무 힘들어하고, 대신 스트레스 받아 해서 죄책감이 들기도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그래도 지금까지는 능력 + 주변의 좋은 인간관계를 통해 제 약점을 덮으면서 살아올 수 있었다는 겁니다. 지각을 밥먹듯이 하고, 아침에 못 일어나서 약속 시간에 나타나지 않는 등의 문제들을 모두 좋은 퍼포먼스를 통해 상쇄할 수 있었고, 좋은 주변 사람들 덕분에 오히려 제 지각하는 습관을 이해받고 배려받는 경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살고 있는 곳이 외국이니 만큼, 언어적, 문화적 한계로 인해 한국에서만큼 사회성을 발휘하기 힘들기 때문에, 이제 정말로 이 습관을 좀 고치고 싶습니다. 게다가 제 체감상 이곳의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보다 훨씬 아침형이라서, 관공서 업무든 수업이든 모든 게 한국보다 더 일찍 시작하고 더 일찍 끝나는 느낌이라, 저도 이 사람들의 패턴에 맞춰서 좀 살아보고 싶습니다.
우습지만, 제가 기억하기로, 저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항상 일찍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그런데 이십 대 중반이 된 지금까지 아직 한 번도 이걸 제대로 성공해 본 적이 없습니다. 정말 정말 드물게 1~2주 정도 잠깐 성공한 적도 있는데, 며칠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듯 다시 새벽 3-4시 취침, 정오 기상의 패턴으로 돌아갑니다. 알람은 무용지물입니다. 잘 때 거의 취한 것처럼 잠을 자고, 12시~오후 1시 쯤 되어서 '다 잤다!' 이런 생각이 들어야 일어납니다. 조금이라도 '졸림'이라는 감각이 남아 있으면 절대 몸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거의 수면 본능에 지배받는 상태가 됩니다. 고치려고 나름대로 노력해봐도 항상 같은 문제가 반복되기에, 내 생체 시계는 애초에 이렇게 맞춰져 있는 건가 의심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7시에 일어나서 공부를 시작하나, 12시에 일어나서 공부를 시작하나, 절대적인 작업량만 놓고 보면 큰 차이가 없긴 합니다. 하지만 기분에서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저도 이제는 정말 '아침'에 일어나보고 싶습니다. 제가 원하는 건 사실 일반 직장인들만큼 일찍 일어나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9시, 아니 이게 욕심이라면 10시에만 좀 일어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일찍 일어나는 꿀팁을 좀 공유받고 싶다는 겁니다. 물론 저도 일찍 자면 일찍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압니다만, 그런 당연한 진리 말고 정말 실전 꿀팁을 좀 알고 싶습니다. 나만의 꿀팁을 공유해주신다면, 하나씩 따라해보고 후기를 남겨보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