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이 생물 오징어를 보내줬다. 나보다 나이 많은 어른이기에 이런 걸 왜 보내주나 거부감이 들었지만 사양하지는 않았다. 통 오징어찜을 해 먹으라고 손질 안 된 5마리와 손질된 15마리를 보내준 거 같다. 웃겼던 건 통 오징어찜을 해 먹으려고 유튜브로 레시피를 찾아봤고 오징어 손질법을 여러 번 반복해 보았는데, 모든 오징어가 손질이 안 된 건 줄 알고 열심히 손질했다가 그만 통 오징어찜 전용 오징어도 손질하는 바람에 내장을 먹어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생물 오징어를 손질하면서 너무나 혐오스러웠다. 하지만 연로하신 어머니에게 맡기기 싫어서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빨판 제거, 오징어 눈알 제거, 내장 제거 등 해보지 않았던 시도를 해봤다.
나는 오징어 손질을 하고 나서부터 요리에 급 관심을 두게 되었다. 나 자신도 놀랄 정도로 여러 시도를 해봤다.
우선 손질한 오징어를 가지고 오징어무국, 오징어볶음, 오징어숙회를 해봤고 그 과정에서 대파를 손질하여 써는 방법, 무를 손질하여 써는 방법 등을 익히게 되었다. 유튜브에는 백종원, 류수영 등 유명 요리 인플루언서 외에도 일반인부터 요리장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요리 영상이 있어서 요리를 익히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던 거 같다.
나는 대파를 씻고 채를 썰면서 스트레스가 풀렸고, 양파도 마찬가지였다. 양파를 먹으면 기분이 좋은데 그런 양파를 마음껏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 외에도 채소는 자신의 수분에 의해 스스로 변질될 수 있어서 잘 보관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영상을 보았다.
내가 글을 요리와 ADHD라고 적은 이유는 이렇게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게 쉽지가 않은데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해보지 않은 도전을 참 용감하게 한 거 같아 돌이켜 보면 놀랍다. 다만, 아쉬운 점이 많았다. 우선 충동성이 그대로 적용되었다. 뭔가 계획을 세우고 합리적인 목적에 따라 음식 재료를 사고 조리 도구를 사야 하는데 충동적으로 이것저것 사보기도 했다. 아쉬웠던 실제 사례를 말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류수영의 갈배제육을 따라 하기 위해 쿠팡으로 돼지고기 앞다릿살을 구매했었는데, 제육 요리 후 나머지 400G를 냉장 보관을 했다. 랩을 씌우면 오래 보관할 줄 알았다. 오산이었다. 돼지고기가 갈색으로 변했고 곰팡이 같은 게 보였으며 변질된 냄새가 났다. 그 외에도 백숙이 성공해서 이마트에서 500g짜리 영계 닭 2개를 구매했는데, 그걸 계속 냉장고에 보관해 뒀다. 4~5일 정도 지나니까 닭에서 끈끈한 점액질 같은 게 보이면서 암모니아 냄새가 났다. 그다음으로 마트에서 다진 마늘을 사야 하는데, 통이 똑같아서 다진 생강을 사서 또다시 식재료를 사야 했다.
나는 이걸 통해서 느낀 게 있다. 이런 내 성향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식재료를 구매했으면 언제 구매했는지 엑셀로 정리를 해야겠다. 그리고 기존에 시도해 봤던 음식을 다시 하기 위해서 봤던 유튜브 영상을 다시 보곤 하는데, 그게 상당히 비효율적인 거 같다. 영상을 보고서 어떤 재료를 언급했고, 어떤 조리 방법이 있었는지를 정리해서 마찬가지로 엑셀로 정리해 보려 한다. 그러면 다시 휴대전화나 태블릿을 올려두고서 요리 영상을 일시 정지했다가 되감았다가 앞으로 갔다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