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의 뒷걸음질을 청산하며 겜돌이 조회수 122 2025-06-07 12:02:19 |
3년 전쯤, 여러 악재가 겹쳐서 닥쳐왔다.
키우던 고양이가 심장병으로 떠났고,
코로나 버블이 끝나고 회사의 상황이 악화되면서 많은 동료들이 떠났고,
남아있는 사람중 일부는 잘 풀리지 않는 상황을 서로의 책임으로 떠넘기며 정치판을 벌이기 시작했다.
우울증과 무기력증으로 범벅되어 회사와 주변사람들에 민폐를 끼치고 있던 나에게는,
이직을 시도할 에너지도 없었고,
양쪽에 끼어서 무기력한 미소를 지으며 휘둘리는게 최선이었다.
'어떻게든 정식 출시까지는 책임감을 갖고 일을 끝마치자'는 일념으로,
3개월정도 버텨서 정식출시를 하고, 3개월정도 휴직을 하고, 복직한 첫날에 느꼈다.
아, 내가 생각보다 더 망가져 있구나. 이 이상 사회생활을 이어갈 자신이 없다.
그렇게 나는 백수가 되면서 쓰레기장으로 변해있던 자취방을 정리하고 본가에 돌아가게 되었고
'마음 좀 추스리고 나면 차라리 좋아하는 게임이라도 혼자서 만들어보자' 라는 생각을 하며 1년반을 통째로 쉬었다.
이대로는 안될것 같다는 생각에, 내 친구중 가장 성실하고 자기관리와 살림살이도 철저하게 하는 친구를 어떻게든 꼬셔서, 그친구와 둘이서 자취를 하게 됐다.
에너지 넘치고 본보기가 되는 친구와 살면서 많은 도움이 되었고,
그동안 손도 못대고 있던 게임개발도 삽정도는 풀수 있었지만, 역시나 혼자서 뭔가를 이어나가기에는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고
자취시작 반년만에 재취업을 결심하게 됐다.
장기간의 공백때문에 능력이나 멘탈적인 부분에서 나 자신에대한 의구심이 있었고,
이런 상태의 나라도 필요로 하는곳, 회사 규모는 소소하더라도 즐겁게 일할수 있는곳, 보상은 적더라도 여유롭고 편하게 다닐만한곳을 찾아 취업을 하게 됐다.
다행히 우려와는 다르게 얼마 안걸려 내 능력을 다시 되살려낼 수 있었고, 멘탈적인 부분은 어쩌다 한번씩 문제가 되긴 했지만,
이대로 쭉 다닐수 있으면 만족스러울 것 같았다.
그러나 회사에 악재가 몇가지 생기면서 흉흉해지기 시작하는 분위기를 보며,
저번처럼 버티고 있다가는 또 망가질수 있다는 생각에 반년만에 퇴사를 하게 됐다.
능력적으로는 다시 자신감을 찾을 수 있었지만,
2년간의 공백과, 반년만의 퇴사.
이런 지저분한 이력을 가지고 어떻게 다시 취업을 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이제는 정말 어디를 가야하나 막막하던 차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예전에 같이 일했던 지인분께 연락을 드렸다가
생각지도 못했던 좋은 기회로 지인분이 다니는 회사에 합류하게 되었다.
몇년만에 연락을 드렸는데도 불구하고 믿고 맡겨주신 지인분께 무엇보다도 감사하고,
예전에 정말 치열하고 의욕적으로 일했던 시기의 나자신이 보낸 선물이자,
3년간 뒷걸음질만 해온 인생의 변환점이 될수있는 하늘이 주신 기회라고 생각하고,
의욕적으로 자기관리도 하고 근 4년만에 정신과도 다시 다니는 중이다.
신뢰를 받은 만큼 실망시키고 싶지 않기에 벌써부터 부담감이 쌓이고 있지만, 잘 해낼 수 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