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을 끊고 다시 먹고 반복을 한지 14년째..
작년 초에 ADHD에 대한 뉴스들을 접했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나에게 포커싱이 되었다.
이전 병원에서 ADHD를 호소하니 대부분의 의사들이 고개를 저었다.
ADHD검사를 받아도 딱히 큰 소견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뭔가 기억력, 주의력, 집중력 부분에서는 100% ADHD가 맞을정도로 내 지력이 그정도였다.
자세히 찾아보니 예전에는 그려려니 생각했던 나의 대부분의 습관, 생활양식, 양상들이 모두 ADHD에 해당되어있었다.
확신을 하며, ADHD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들은 모두 모아 의사에게 건넸다.
현재 진료를 받고있는 병원에서는 집중력과 주의력, 기억력 부전에 대한 부분이 ADHD보다 우울에 기인한 점, 현재 상태에서 좀 더 차분한 상태로 ADHD검사를 받을것을 요함을 들은 나는 순간 허탈하다못해 실소가 나왔다. 그날 부로 약을 또 끊었다. (몇번 이렇게 자주 끊었었다.)
초중고 생기부부터 예전병원 진단서며, 관찰일지며 제반 서류들을 뭉치로 같다대도 결국 '반려'가 된 것이다.
이후부터 나의 생활은 급격하게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무기력이 심하게와서 집에서 종일 누워있고, 잘 못씻고, 정리가 안되고....
예전에도 큰 마음 먹고 하는 일들을 더이상 할 수 있는 힘이 나지가 않아서 정말 죽을 힘을 다해서 했었던것같다...
흡연을 가끔 하는데 담배맛도 이상해져서 피면 항상 역했다.. 1주일에 한갑을 태울까 말까 하는 이 소중한 시간도 나에게는 허락이 되지 않았다.
눈도 뭔가 초점이 안맞고, 손은 가끔 떨리고, 흥분될때 팔이 장시간 떨리며, 손에서 진액이 나오는 느낌도 잦아져 일상의 불편에서 내 인생이 나락으로 가고있다고 느껴지게될쯔음,
그러다가 다시 약을 받으러갔을 때, 의사가 웰부트린을 권했다.
무기력 -> 웰부트린 150복용시 약간의 활력과 집중력 향상이 느껴졌다.. 행복했으나, 아직 완전히 누리면 안되는 행복이었다. 뭔가 이 행복이 없어질거같은 단기간의 신기루같을까봐 매우 애지중지 했던 생각이 든다.
이후 300으로 증량 후 문제가 터졌다.
한번은 나도 사람인지라 성적인 생각을 하였는데, 그것이 마중물이 되어서 도파민이 분비되니 팔이 저녁부터 아침까지 떨렸었다.. 예전에도 이런 느낌이 있었는데 그때는 단약기간이었고, 지금은 심지어 약을 먹고있는데도 이 현상이 일어나니 파킨슨인지 뭔지 감도 못잡겠는 이 느낌이 너무 두려웠다..
그러다가 불안 -> 무망,울적 -> 초조 ->극도로 초조 ->ㅈㅅ관념 ->ㅈㅅ충동까지 가는데는 불과 1주일이 안되었다.
특히 이 ㅈㅅ 관념,충동 3일의 시간은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가장 극한의 고통이 일각여삼추에 달할 정도로 내 인생에서 가장 괴로운 시간이었다.
이때 내가 실수한 것이 있었다.
아마 울적,초조로 넘어가는 시기에 내가 에너지가 없어서 이런가 싶어서 고용량 레드불과, 카페인 영양제를 같이 먹었다.
아마도 이 부작용이 저것들과 교호작용으로 항진이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고통이 절정이었던 날, 친구 집에 가서 제발 나좀 살려달라고 울며빌었다.
지금 그친구는 내 생명의 은인이다.
내 거의 모든걸 아는 친구, 중2때 학폭을 당하다가 처음 사귄 친구이다.........
평소 우울증상이 있는건 알았어도 일관적으로 장난스러운 성격인 내가 그런 몰골로 왔으니 본인도 굉장히 당황스러웠을것이다.
그래도 의지하는 사람이 있어 어떻게든 같이 고통스러워하며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간을 삭였다.
친구가 중간에 산책이라도 가자고해서 간 그 느낌은.. 매우 괴로운 기억중 하나였다. 산에서 본 학교, 무덤, 아파트 모든것들이 생기가 없어보이다 못해 내가 느끼는 모든 장소들이 전부 죽음을 부르기 충분한 장소들로 셋팅되었다.
중간에 간 평소에 차려입고 가고싶었던 카페를 누더기차림으로 가서 친구에게 앓는 소리를 하며 억지로 먹었던 블루베리스무디는 지금도 가끔 그 곳을 지나갈 때, 않좋은 기억이 억지로 반추될 때 생각이 나곤 한다. 다만 악몽같은 시간이 대부분이었던 내 집, 내 작업장이 더 큰 불안감이 지금 가끔 생각이 날 정도였다.
그러다가 그 다음날 역시 같은 증상으로 너무 괴로워 다시 병원을 찾아 악몽같은 길거리, 지하철을 타고 병원에서 접수하고 대기할때쯤 이 악몽, 악귀와 같은 기분이 서서히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진료실에서 나는 의사에게 방금까지의 기분을 설파하며 제발 이 고통좀 지워달라고 연신 반 울음 호소를 하니, 의사도 동공의 변화와 함께 웰부트린을 제외한 리튬,자나팜,인데놀 등등의 약물을 아침/취침전에 먹으라 이야기를 하며 진료가 끝났다.
끝나고 나서 뭔가 그 죽을거같은 기분이 빠져나가니 살거같으면서도 되려 조심스러워졌다. 일단 내가 제일 좋아하는 후렌치후라이를 파는 맥도날드에 가서 하나를 시켰다..
3조각 먹고 입맛이 전혀 돌지 않았다.. 일단 그 상태로 가만히 있다가 3,4시 정도가 되니 몸에 활력이 생기기 시작했다.. 뭔가 극적이었다.. 이제 내가 살아나는건가??
주변에게 내 이야기를 했다! "야! 이제 나 예전처럼 돌아온거같애! 힘도 생긴거같아!" 주변에서 기뻐했다.
다만 나는 그 약을 먹지 않았다.
이후 단약 20일..
무기력은 그대로 돌아오고 변화가 온건 식욕... 식욕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무망감이 추가가 되었다.
6월 약 재복용 전까지는 무기력만 했고 식욕은 항상 있었으며, 무망감이나 절망감보단 남들은 저렇게 열심히 살아가는데 나는 진짜 어떻게 해야하나 와 같은 막막하나 비교적 약한 절망이었다.
다만 재단약을 했을때에는 희망이 없는 느낌이 너무 지배적이었다.
ㅅㅈ충동은 들진 않지만, 내가 왜 살고있지? 저사람들은 왜 저렇게 열심히 살지? 저 부부는 어디서 저렇게 힘이 나서 행복하게 살지? 어디서 다들 힘이 나는거지? 그리고 저렇게 사는데 어쨌든 종국에는 다들 하늘부름 받고 올라갈 제생들 아닌것인가.. 이런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이대로 살다가 진짜 큰일날듯해서 다시 병원에 가서 단약을 이실직고 하고, 기존에 먹던 웰부트린 300을 빼고, 자나팜,인데놀,리튬... 을 약 2주간 먹었던 것 같다.
지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별로 효과가 없고 무기력이 심하다하니 의사가 웰부트린을 다시 권했다. 150을 다시 해보자고...
몸이 아려오는 순간 속에서 차악을 선택해야만 하는 순간이었다. 확실히 150복용때에는 효과가 나타났었다.
하지만 300의 부작용을 생각하니 죽기보다 너무 싫었을 상황이었다.
그러나 어쩌랴.. 다른 약물을 처음부터 생체실험하기에 나의 인내와 나의 신체와 나의 모든 정신은 바닥이 나와있었고, 모든 자극에 대한 역치 또한 매우 낮아져있었던 거의 폐차 직전의 몸인걸..
결국 웰부트린 150+ 자나팜 0.25, 인데놀 10 을 아침약으로,
리튬 150, 큐로켈 12.5, 자나팜 0.5, 인테놀 10 을 취침전약으로,
이렇게 셋팅된 약물을 복용한지 9일째...
괜찮아지다가 어제 초저녁쯤 무망감과 설명못할 불쾌한 느낌, 오늘 초저녁쯤 전에 ㅈㅅ충동으로 힘들었을 상황들이 오버랩되었다..
?
혼란이 왔다..
그러다가 최근에 안해본 운동을 해야하나? 싶어서 집 앞 운동장에서 시체처럼 트랙을 돌다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366m트랙을 다섯번 뛰었다.
뛰고나니 뭔가 아주 조금 나아진 느낌이 든다. 그러나 집중,주의,기억면에서는 효과가 없다.
유튜브에서 다이하드 전편 요약을 보아도 내용이 이해되지않아서 몇번이나 되돌려보고 하는 내가 참 불쌍하다.
이러나 저러나 내일은 온다.
그 내일이 과연 어떤 모습으로 올지 나는 수만가지 생각을 한다. 수만휘에 수만행인가...
아직 9일차라 약이 재적응하기 짧은 시간.. 부프로피온 제제는 최소 2-4주 정도가 되어야 효현될 수 있는 제제이므로... 부프로피온은 불안에 영향을 주지 않는... 이런 문구들에 나는 왜 지금 초조불안이 있는것인가.. 다른 약물의 문제인가.. 자나팜인가.. 리튬인가.. 수도없을 차수의 약물 필터에 질려버려 지금은 내가 어떻게 해야 되겠는지도 모를 상황이 되었다.
일단 지금까지는 무망감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 상황이다.
하지만 불안,초조 이 부분이 내일 또 올까 걱정이다.
이 걱정 누구도 이해해줄 수 없는 부분이다.
내가 오롯이 감내해야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너무 힘들다.
지금 이 상황에서 조금 더 나아지면 예의 제목에 왜 내가 아직도 사람이 그리운 수식어를 채웠는지 이야기 하고자 한다.
다들 행복한 하루 되셨으면..
* 정말 신기했던 점
웰부트린 300복용후 ㅈㅅ충동과 같은 부작용이 심해지기 3일전 약을 끊고, ㅈㅅ충동이 사라진 당일 밤정도에 친구와 맥주 500정도를 먹고 집에가서 잠을 청하는데 순간 머리회전이 빠르고, 긍정적인 생각, 계획들이 엄청 생겨서 계획수립같은걸 할정도로 굉장히 활력이 돌았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예전 그 초조한 느낌 (ㅈㅅ충동 일어나기 전)으로 다시 돌아감
그러다가 저녁즘 되어 괜찮아짐
이후 아침의 우울하고 미칠것같은 불안초조와 저녁의 괜찮아지는 느낌의 강도가 서서히 옅어짐..
(지금 저녁이 저때보다 행복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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