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경우 좋은 점은
1. 나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됐다. 그동안 성격이라고 생각했던 많은 부분들이 증상, 혹은 그에서 발현된 성향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왜 그렇게 새로운 일, 자극적인 일에 집착했는지, 평범한 일상에는 행복을 느끼기 어려웠는지, 왜 미친듯이 열정적이다가도 또 미친듯이 게을러지는지 등 많은 부분을 이해하게 되었고 이해하기 조금은 내려놓게 되더군요. 도파민을 향해 미친듯이 달려가던 행동이 온전한 내 욕구가 아니라 뇌의 작용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2. 나의 실수들을 용서하게 됐다. 그동안 살면서 잊을 수 없는 기억들, 누군가를 실망시키고, 스스로를 실망시켰던 기억들. 그게 온전히 내 잘못이 아니었음을 아는 것만도 가시가 녹는 기분이었습니다.
3. 내가 겪고 있는 문제를 인지하게 됐다. 너무 당연해서 문제라고 생각 못했던 부분들이 문제였음을 알게 됐습니다. 제가 생활에 남들보다 많은 불편을 겪고 있었다는 것도, 그리고 그것이 정상이 아니었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덕분에 주변 사람들이 겪고 있을 불편도 이해하게 됐습니다.
4. 내 증상을 아는 만큼 대비할 수 있게 된다. adhd라는 걸 몰랐을 때에는 위험한 액티비티에도 마구 도전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실수가 많고 부주의하다는 것, 중간에 다른 곳에 집중을 뺏길 수 있다는 것, 뭐 하나에 집중하면 주변 인지를 잘 못한다는 것, 일의 순서를 잘 생각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된 뒤로는 조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제가 해야하는 행동의 순서를 미리 되내이고, 그것에만 집중하기로 마음을 먹고, 그런 환경을 조성하게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험한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거을 인지하게 됐습니다.
그 외에도 자꾸 주의 집중이 뺐기는 저를 위해 일부러 알람을 더 많이 맞춰놓고, 할 일을 여기저기 적어두고 자주 상기하고, 미루기가 심한 저를 위해 일부러 다른 사람에게 제 마감일자를 알려 피할수 없도록 하는 등의 대책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5. 가까운 사람에게 이해 받고 도움 받을 수 있다. 가족, 친한 친구, 연인 등 에게 저의 증상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게 됐습니다. (자꾸 깜빡하니 한번 챙겨달라거나, 무언가에 집중하는 중에는 못들을 수 있으니 반드시 내가 집중하고 있는지 확인하거나 여러번 말해달라고 하는 등) 그동안 이해되지 않고 답답했던, 때로는 상처가 되고 피해가 되었던 제 행동이 증상이었음을 알고 나니 주변 사람들도 오해를 풀고 제 실수를 이해해줄 수 있게 되었고, 제가 실수하지 않도록 일부러 상시시켜주거나 챙겨주기도 하더라고요.
다만 안 좋은 점도 많습니다.
1. 나의 단점, 문제에 대해 많이 알게 된다. 일상 생활의 많은 부분들이 사실은 문제였음을 인지하게 되니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게 되기도 합니다. 사실 알기 전의 나와 지금 나는 똑같은데도 말이죠.
내가 이렇게 바보처럼 살았구나, 내가 이렇게 행동했구나, 하루에 많은 시간을 이렇게 행동하는 구나... 제 문제에 대해서 알아가는 건 좋은 점 도 있지만 분명 마음의 무게가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2. 내 실수, 내 문제를 adhd로 여기고 노력하지 않게 된다. 사실 앞서서는 아는 만큼 대비하게 된다고 적었지만, 아는 만큼 노력 안하게 되는 부분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난 게을러, 이건 내 성격 무제가 아니라 증상이야' '난 실수가 잦을 수 밖에 없어' 라고 생각하면서 넘어가게 되는데 그게 정서적으로는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노력을 안하게 되는 이유가 되기도 하네요.
또한 adhd의 증상이 너무나 다양하다보니, 극복할 수 있을 법한 문제, 혹은 다른 원인과 해결책이 있을 법한 문제도 adhd 성향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넘어가게 되는 경우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3. 나의 한계를 adhd를 기준으로 설정하게 된다. 난 실수가 많으니까 이런 일은 안하는게 나을거야, 난 꾸준하지 못하니까 저런 일은 하면 안돼 하는 식으로 제 한계를 설정하게 됩니다. 예전엔 모르니까 시도라도 할 수 있었는데 말이죠.
4. 주변 사람들에게 이해, 용서를 바라게 된다. 모든 사람들이 내가 adhd라는 걸 안다고 해서 나를 이해해주지는 않죠. adhd가 병이라는 것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고, 가볍게 여기는 사람들도 많고요. 워낙 증상이 다양하다보니 '핑계'로 듣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adhd라고 해서 모든 실수를 이해받을 수 있는 게 아니기도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를 바라게 되는 마음이 생기는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특히 과거에 내게 큰 실망을 하고 떠난 누군가에게 이걸 말해주면 이해할까? 용서할까? 하는 마음을 계속 갖게 되는데 주변 사람들의 경험을 통해 오히려 그런식으로 말해봤자 상처가 될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adhd를 말하나 안하나, 약으로 드라마틱한 효과를 보고계신분이 아닌 이상 결국 나는 나이고 전과 다를 게 없기 때문에 굳이 주변 사람에게 많이 알릴 필요가 없기도 하더라고요.
여러분들은 어떠세요? 좋은 점, 안 좋은 점 어떤 게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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