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제목값을 하기 위해.. 이 글을 쓰는것 자체에서부터 완벽주의를 내려놓을려고 한다. (평소에는 어디에 글을 쓰던 최소 세번은 다시쓰는 편이다.. 완전 익명으로 뻘글을 쓰는게 아닌이상..)
우선 좋은 소식부터 전하자면, 작년부터 나를 괴롭혔던 고된 프로젝트가 드디어 출시를 하게 됐다는 점이다.
작년에 세웠던 목표가 여러가지 있었지만 그중 가장 핵심은 직장에서 인정받는 것이었는데, 그것도 내 기대를 넘어선 수준으로 달성했다고 볼 수 있을것 같다.
다만.. 직장생활을 제외하고는 전부 망가져버리고 말았다.
체중은 근 1년간 20키로 가까이 늘었으며, 열심히 꾸민 게이밍하우스는 발 디딜틈 없이 쓰레기가 굴러다녔고, 가족행사도 반년 넘게 연속펑크를 냈다.
만약 이번에 또 출시가 연기되면 아예 휴직이나 퇴사후 쉴 생각이 들정도로 망가졌었지만, 다행히 이번에 휴가를 내며 어느정도 회복기를 갖게 되었다.
나는 항상 대충 하고싶은거 살면서 편하게 살고싶다고 말하고 다니지만, 이건 사실 낮은 자존감때문에 일종의 기대감을 낮추기위한 연막을 치는 의미도 있다.
오히려 자존감이 낮기 때문에 남들에게 인정받고싶어하는 욕구가 강한 편이다.
이런 상반된 두가지 감정이 항상 나를 휘두르는 느낌이다.
유유자적하게 월급루팡하며 게임과 운동을 즐기며 살다가, 일찍 은퇴하고 인디게임이나 만들고싶지만,
남들에게 충분할정도로 인정을 받은 상황에조차, 내 일을 진작에 끝내놓고도 잠깐 딴짓하는것만으로도 자책감,자괴감을 느끼게 된다.
재택근무 중에는 그게 더 심해져서, 일 없는날 내가 일찍 퇴근하고 잠든 사이에 버그가 터졌다거나 해서 다른 팀원들이 내몫까지 일하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미안한 감정이 든다.
내가 깨어만 있었다면 바로 노트북을 펼치고 대응이 가능했을 상황이니까..
이런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출근을 했을때나 퇴근을 했을때나 연락이 오면 대응을 해야된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고,
어쩌다 쉬려고 잠에 들어도 일어나자마자 핸드폰부터 확인하는.. 그런 상태까지 갔었다.
어느정도 프로젝트가 마무리되가고 출시를 앞둔 상황에서는, 할일은 없지만 뭔가 터지면 긴급대응이 필요하다보니 상태가 점점 심각해졌고,
마음의 짐을 내려놓기 위해서는 내가 이 프로젝트를 떠나는 방법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 프로젝트 이동을 요청했고, 당분간 인수인계 위주로 일을 하게 되었다.
어깨에서 힘을 빼기 위해 일부러 같이 일하는 팀원들한테 나는 곧 이동할거고 인수인계 잘 받아달라. 라고 선포까지 했지만,
그렇게 하고도 완벽주의적 강박에 의한 타인에대한 불신과 과도한 책임감이 내려놔지진 않았다.
출시가 얼마 안남았으니까.. 내가 제일 잘 아니까.. 혹시 사고칠수도 있으니까.. 라는 이유로 중요한 일은 중요한 일대로 내가 하려고 하고,
사소한 일들을 전부 맡겨버리면 귀찮은일만 짬때리는것처럼 보일것같아 사소한 일도 어느정도 하려고 하고..
나한테 윗사람의 덕목이 없는건 알고 있었지만 남들 아래에서 일할때보다 오히려 더 힘들줄은 생각도 못했다.
하필 상황이 꼬여 내가 이동할 예정이었던 자리가 당장은 인력이 필요없게 되버려서, 이도저도 못하고 있다가 결국 5일정도 휴가를 냈다.
오랜만에 가족들도 보고.. 대청소도 하고.. 이곳저곳 미뤄덨던 병원들도 가고, 운동도 알아보고 하고 있는 중이다.
이번에 어느정도 인정도 받았겠다 앞으로는 진짜로 어깨에서 힘을 빼고 일을 해보려고 하는데..
글쎄다.. 잘 될지 모르겠다. 그때는 또 인정받고싶은 욕구가 나를 괴롭히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