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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리
Level 3   조회수 65
2020-12-28 23:29:16

좋아하는 재즈 힙합 플레이리스트입니다. 심신안정에 이만한 게 없어요 ㅎ  https://youtu.be/Lz2rTgXx2aI



 전역 후 반년 동안 죽어라 발버둥 친 것 같습니다. 카니보어 다이어트도 해보고, 말년 병장 때 부터 조금씩 기른 머리로 쉐도우펌에 염색도 해보고, 금연도 해보고, 책도 무지하게 읽었습니다. 재즈 힙합 들으면서 눈 내리는 한겨울에 창문 다 열어놓고 뜨끈한 핸드 드립 커피 마시면서 방구석 프로이트도 돼보고, 블루투스 스피커 하나로 방구석에서 락 페스티벌도 열어보고 예술의 전당도 만들어보고 참 별짓을 다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우울증에 걸렸습니다. 안 하던 짓을 억지로 한 행동은 전부 다 아닌 척, 괜찮은 척 혼자 부정하고 무엇인가 바꾸면서 위안 삼은 거였습니다. 빈지노가 말한 것처럼 인생은 오렌지색의 터널인 것 같았어요. 나트륨등 아래에선 색도 개성도 죽어버립니다. 나를 잃어버린 느낌이었습니다. 나름 세워왔던 계획이 도미노처럼 무너지고 불안함이 엄습하기 시작했습니다. 죽으라고 발버둥 쳤는데 제자리였습니다. 딱 러닝머신 11로 맞춰놓고 뛸 때의 그 느낌입니다. 친구들의 전화도 일부러 몇 번 피했습니다. 바깥에서 만나자고 하면 코로나를 핑계로 완곡하게 거절하는 스킬은 아마 우리나라에서 저를 따라올 사람이 없을 겁니다. 왠지 모르게 노량진의 공시생처럼 벽을 치고 살아야 할 것만 같았습니다.


 잠이 안 오고 기억을 더듬어가면서 상처받고 후회하는 생각을 반복하면서 도저히 개인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한 시점에 병원을 방문하게 됐습니다. 정신과는 군대에서 다쳐서 입원했을 때 슬쩍 본 폐쇄병동밖에 접해본 적이 없어서 내심 무서웠고 실제로 진료 대기 할 때 죄지은 사람처럼 손이 부들부들 떨렸습니다. ㅋㅋ


 그 날 우울증과 같이 ADHD를 진단받고 지금까지 꾸준히 약 먹으면서 일기랑 복약일지도 쓰고 좋은 글도 많이 읽고 있습니다(앞뒤 다 자르고 괜찮다는 식의 자기계발서는 오히려 거부감이 들던데 저만 그런가요?). 매사에 긍정적이었던, 밝고 바른길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이런 생각하게 하는 걸 보면 코로나 참 무서운 것 같습니다. 먼지보다 작은 게 사람 여럿 잡는 것 같아요.


 정말 간절히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마음만으로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ㅎㅎ 그렇게 좋아하는 노래방을 못 가니 열불이 터지네요. 2021년은 서서히 코로나가 잠잠해지길 기대하면서 정적인 취미 생활을 두어 개 만들어야겠습니다. 양초도 만들어보고 싶고 프라모델도 만들어보고 싶고 붓글씨도 써보고 싶네요. ADHD답게 또 하고 싶은 건 많아가지고 ㅋㅋ 


 내가 도움이 필요할 때 기꺼이 도와주었던 사람들에게 한 번씩 감사의 표현도 풍부하게 하면서 방어기제를 더욱 성숙하게 만들어가는 2021년 새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행복하게 지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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