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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발전하고 있는걸까요?(약복용 편: 부프로피온 후기)
Level 3   조회수 813
2020-10-21 17:55:48

#부프로피온 그 이후
이제 약얘기를 해보려 합니다. 확실한 발전이 있었지만.. 또다른 문제를 얻은 이야기에요. 약후기 겸해서 적었으니 저와  비슷한 문제가 있으신분께 도움이 된다면 더 좋겠습니다.

저는 그동안 메디키넷과 항불안제를 먹어왔고, 약효가 비게 되는 특정시간, 특히 기상직후시간을 정말 힘들어했습니다.
일어나서 약을먹을 기운이 나질 않아서 멍하니 누워있다가 다시 잠들어버리곤 했거든요.

그리고 밤에는 산만해져서 기절직전까지 폰을보다가 잠드는것이 일상이었습니다.

약이 작용할 때와 아닐 때의 격차가 너무 커 그것을 줄이고싶었고 의사선생님과의 상담끝에 부프로피온이라는 약을 추가로 받기로 했습니다. 효과는 메틸보단 못하지만 도파민 농도를 살짝 올린채 꾸준히 유지해준다고 하더라고요. 

약간의 희망과 부작용에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아침 메디키넷과 함께 복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당시는 본가에서 머물던 때 입니다. )

그리고 그것은 제 일상에 엄청난 변화를 주었습니다.

복용 이후 깨달은건데 저는 항상 잠에서 깨는것을 엄청나게 힘들어했습니다. 아침식사는 남은 잠과 싸우느라 항상 지옥이었고 밥을 물고 조는게 기본이었습니다. 식탁의자에 앉는것은 몸이 너무나 괴로워 근질거리는 행위였고 제 몸뚱아리는 지금당장 정말 죽겠으니까 부엌바닥에라도 누워 자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술에 몸을 휘청거릴만큼 취해있을때보다 정신력을 유지하는 수준이 더 떨어졌던게 제겐 기상직후였습니다. 오히려 술마셨을땐 정신을 차리려고 더 노력했고 그 노력이 응답을 하는 상태라 제 몸 하나 챙기는것은 많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기상직후는 본능90이 지배하는 몸에 겨우 붙어있는 이성 10퍼센트가 인간구실을 해달라 애원하는 상태였다고 해야할까요...
*밥을 입에 넣으라고 손에다 애원하기..
*다시들어가서 누워 일정을 포기하지 말라고 다리에 애원하기...
*잠을 깨우는 엄마에게 빡쳐서(...) 험한말(..) 나가지않게 정신바짝차리고 조심하라고 뇌에다가 애원하기..


평생 그렇게 살아왔으니 이게 당연하다 생각했고 남들은 이걸 이겨내고 학교에 가고 직장에 간다고 생각했습니다. 대단하다 생각했죠.

20년이상을 저를 깨워오셨던 엄마는 "너는 10번을 깨워도 일어날까말까 한다"고 가끔 하소연하듯 말씀하셨었어요.

저는 10번이라는 그 구체적 수치를 과장일거라고짐작하고 있었습니다.(엄마미안ㅎ) 왜냐면 10번을 깨움당한 기억이 없었거든요.
제 기억속엔 2~3번 정도만이 존재할뿐이었고 좀 힘들긴 하지만 그정도의 횟수로 일어날수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부프로피온이 누적되어 작용을 하기 시작하는 시간인 2주가 지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꿍꿍아 일어나~"라는 목소리가 들렸고 저는 평소처럼 일어나 부엌으로 나갔습니다. 

평소엔 2,3번 불러야(본인체감상) 일어나는점과 조금 몸이 가뿐했고 제정신이 빨리 도는 점에서 오? 이게 약효인가 란 생각이 잠깐 스치더군요. 엄청나게 특별하게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정말 놀라운건 엄마의 반응이었습니다.

"뭐야? 어떻게 한번 부른거에 일어나? 잠이 깨졌어? 아니면 아까부터 반쯤 일어나있었니?"

아닌데 라고 답하며 식탁의자에 앉는 저를 엄마는 계속 관찰하듯 쳐다보며 너무 낯설다라는 말을 반복하시는겁니다.

대체 어땠길래 자꾸 그러냐는 물음에 돌아오는 대답으로
저는 위에서 설명한 제 구체적인 아침시간의 모습을 기억못하던 범위까지 (깨우는 초기 7회에 하는 헛소리..등...)들을수있었고,
10번깨운다는 말은 과장이 아닌 사실이며 제가 기억을 못하던것이라는걸 알게되었습니다. 상당히 충격적이었어요.
거기에 엄마는 지금 너 말하는거나 앉아있는 모양새도 숟가락 뜨는것도 평소 아침처럼 정신빠져 보이지않고 마치 일어난지 2시간쯤 지난것같다고 덧붙이셨습니다. 어쩐지 아침밥이 점심먹듯 잘 들어가더라고요.

그날 이후로 매일매일 엄마는 실험하듯 저를 대충(?)깨웠고 저는 거기에 일어나 오늘도 한번에 일어났냐고 물으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3일쯤 반복하고 안정적인 결과를 보이자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고 오전시간을 사람답게 쓸수있어졌으며 결국 일주일내내 아침을 거르지않는 기적(ㅋㅋㅋ)이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또 좋았던것은 엄마에게 드디어 ADHD에 대해, 그리고 저도 몰랐던 제 과거의 노력에 대해 인정을 받았다는점 입니다.

엄마 본인께서 매일매일 수행해야했던 <<지옥의 딸깨우기 챌린지>>의 난이도 급감을 경험하면서 약의 효과를 몸으로 체감함과 동시에 평생 알 수 없으실 메틸페니데이트의 효과까지 짐작하실 수 있게 되었고,

"전에는 이해하려 노력했지만 이해할수 없었는데 이제서야 조금 알것같다. 왜 약이 필요하고 그것이 너의 삶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라는 말과 함께


"그동안 그몸으로 이만큼 해내느라 정말 고생많았겠다. 생각해보면 매일매일 그렇게 힘들게 하루를 시작하면서도 학교도 안빠졌고 지각 손에꼽게 했고 심지어 깨워주는 사람도 없이 대학교1도 잘다닌건 정말 기적 아니니? 그동안 몰라줬어서 미안해." 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동안엔 저를 공부시키면서도 과연 쟤가 할수있을까 라는 의문이 있었는데 이번일로 이제야 확신이 좀 드는것같다며 그때도 그상태에서 그만큼, 정말 정신력하나로 해냈는데 이제는 적절한 치료도 받고있으니까 정말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잘할수있을거라고 응원해주셨습니다. 


아마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날들 중 하루로 기억될것같아요. 

(이제 정말 저만 공부잘하면 될것 같은데.. 아마 그 문제가 최종보스이지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ㅠ)


현재 고시원에 있으면서도 부프로피온은 제게 좋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일어나는 것도 전과 비교도 안되게 잘하고, 좀 더 빨리 하루를 제정신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새로 생긴 문제는... 나는 언제 자더라도 이젠 원하는 때에 잘 일어날수 있다는 망할 근자감(..나름 근거있..는 자신감..)이 생겨서.... 자는걸 미루고 논다는 점 입니다(....) 

전에는 일어나는데 자신이 워낙없으니 멜라토닌이라도 꼬박꼬박 챙겨먹고 잤는데 그러지조차도 않으며 뻐기는날이 많아졌습니다...(왜냐? 난 일어날수있거든! 낄낄ㄹㄹㄹ<<<퍽 )

대환장인거지요.... 노는거 좋아해서 어따쓸려는지 참...


의사선생님은 그러다 3일 밤새고 커피로 버틸때와 유사한 좀비상태(..)가 올 수 있다고 주의를 주셨습니다. 정신차리고 올빼미의 시간을 즐길 유혹을 떨쳐내야할텐데 고민이 많아지네요. 그래도 이만하면 행복한 고민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동안 나름의 해결책을 찾고 제 자신을 다독이며 잘 살아왔던것처럼 이 문제도 곧 어떤 방도를 찾게될거라 생각합니다. 

(핸드폰이 너무 재밌어서 탈이네요.. 차단어플도 써봤지만 홈버튼 누르면 뚫리던데요(?)) 


제가 좀더 절실해지면.. 하루의 즐거움보다 수면시간을 중요시하게되는 날이 올까요.. 꼭 그럴수있으면 좋겠네요. 지금의 저도 발전해가는 과정일거라고 생각하고 더 나은 하루를 보내기위해 애써보겠습니다. 

여러분도 모두 화이팅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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