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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달리기
Level 8   조회수 373
2020-10-12 08:5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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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적부터 특별히 아픈 덴 없지만 운동신경은 좀 부족하고 움직이는 건 귀찮아하고 주로 앉아서 할 수 있는 놀이들을 좋아하는, 말하자면 인도어(indoor) 형 인간이었다.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걸 처음으로 느낀건 아마 중1때였던 듯 하다. 이미 어깨가 뻣뻣하고 뒷목이 뻐근해서 중1 체육 교과서 앞장에 나와 있던 스트레칭들 중 어깨와 목 스트레칭을 전부 따라해보기 시작했으니.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날까지도 끝끝내 체육시간은 싫어했지만 대학에선 체육 관련 교양을 들었고, 생각해보면 이무렵쯤엔 아마 ‘살기 위해 운동을 한다’는 단계였던 것 같다. 


그렇다고 정말로 움직이지 않고 살았던 건 아니다. 스포츠가 아니라 이동수단으로서 즐기고 있을 뿐이지만, 꽤 빠른 걸음으로 척척 잘 걸어다니고, 자전거를 타는 것도 좋아한다.


아무튼.

ADHD 진단을 받고 이 병은 무엇인가 이것저것 검색하고 알아보던 중, 유산소운동이 ADHD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말을 보았고, 그래서 달리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사실 이것은 달리기에 대한 글이다. 


예전에 ‘살기 위해서’ 한 운동은 주로 근력운동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근육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여전히 나에게 꼭 필요한 운동이지만 근력운동이란 놈은 자세를 잘 잡아 줘야 하고 내가 잘 하고 있는지 아닌지 계속 신경이 쓰였다.


그러나 달리기는 다르다. 바른 자세라는 것은 분명 있겠지만 일단은 달리는 게 중요한 것이고, 운동을 하고 있는데 누가 와서 내 자세를 지적하지도 않는다. 처음엔 헬스장 트레드밀에서 뛰다가, 헬스장이 문을 닫은 후로 좋은 운동복을 장만하고 집 주변의 뛸만한 곳들을 하나하나 돌아보기 시작했다. 좋은 운동복을 차려입은 자신의 (뇌내에서는 대단히 멋진) 모습을 뽐내며 인적이 너무 드물지도 않고 무례한 차와 사람들이 북적대지도 않는 곳을 달릴 때면 어디 광고나 영화 같은데 나오는 그런 멋있는 모습으로 자신을 상상하기도 참 좋았다. 물론 슬슬 숨이 차오르고 힘이 들고 자신과 좀 싸워줘야 하는 때쯤 되면 생각 따위 없지만ㅋ 


그러다보니 여름이 왔다. 퇴근 후에도 너무 더웠다. 하루 중 가장 시원한 시간인 일출 직후, 아침에 눈뜨자마자 달리기를 하고 씻고 출근하는 걸로 스케줄을 바꿨다. 최후의 최후까지 누워있거나 밍기적거리다가 허둥지둥 뛰어나가 지각하곤 하던, 아침에 일어나 집을 나서는 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던 내가 자진해서 새벽에 일어나 집 밖으로 나가 운동을 한 것이다. 그것도 주 2-3회 이상 꾸준히. 그리고 아침에 달리기를 한 날은 컨디션이 좋아, 필요시약으로 들고 다니던 메틸 속방정을 현저히 덜 먹게 되었다. (나중에 일반의 선생님이 해주신 얘긴데 달리기에서 얻을 수 있는 도파민이 상당하다고 한다. 어쩐지.) 


이제 또 찬바람이 불어오는 계절이 되었다. 지금은 여러가지 사정이 겹쳐 달리기를 잘 못 하고 있는데, 방해하던 사정들이 나아져서 다시 달리는 습관을 복원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다. 아침 달리기의 효과가 정말 좋아서 계속 아침에 달리고 싶지만, 추위에 약해서 어찌 될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어떻게든 나는 계속 달릴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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