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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직장은 정말 오래 다니고싶었다.
Level 3   조회수 204
2020-10-10 15:06:46

신체증세가 심해지면서 출근불가를 알렸고,

퇴사일을 더 앞당기게 되었다.


사실 별일은 아이었다. 한마디로 직장상사의 막말로 상처받은 내가

버티지 못하고 그만둔거다.

지금까지 아르바이트를 포함해 다양한 직업을 경험했지만,

경중을 따지자면, 살면서 이보다 더 힘든 일들이 훨씬, 정말 훨씬 더 많았다.

똑같은 일을 하며 서면계약서도 제때 안쓰로 돈떼먹힌적도 있었고

텃세때문에 막말들으면서 허허실실 웃는대응밖에 못한적도 있었고

직장내 갈등을 나만의 문제인것으로 돌린 일도 있었고

갈등탓에 팀원들이 따돌려서 간수치600올라 입원도했었고

인생의 전환점인것만 같은 데이트폭력도 있었고

계약했다가 일자리가 펑하고 없어진 적도 있었고


어떤이는 내인생으로 소설을 써보라하고

또 어떤이는 굿이라도 해야하는거 아니냐고 하고

모두가 얼마나 힘든일을 겪어왔는지 알지도 모른 채,

너를 위한 말이라고 하면 막말이 다 포장이 되는 것일까?

내가 화가났던 부분은 '공황장애가 100%완치되는 병도 아니고' 서부터 계속 화가났었고.

내가 눈물이 났던 부분은 '아이들 앞에서 그러면 어떡할꺼냐' 하는 부분이었고.

내가 정말 마음속으로만 상상했던게 그 입을 찢고 칼로 난자하고 싶었던 부분은

"그렇게 아프면 일을 하지마"였다.


티는 안내도, 늘 자살사고가 끊이지 않는 나 이지만

어떻게는 독립하고 싶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애쓰는게 나이다. 그리고 또 같은실수를 하고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나는 누구보다 나 스스로에게 기준이되는 비뚫어진 혹독함이 있다.


까도 내가 까 처럼. 아픈 나를 누구보다도 부정하고 싶고 죽고싶은건 나인데,

무슨 권리로 내게 저런 말을 한 두 문장도 아니고 계속 했던 건지 모르겠다.

늘 병과 내 자신을 의식적으로 분리하려는 연습을 했건만,

이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속에서 역겨울만치 끊임없는 울화가 치밀어오르는걸 보면

그 연습이 충분하지 않다는 거겠지. 병은 내 일부분일 뿐인데,

전체가 부정당하는 기분이었으니까 말이다. 


역지사지로, 내가 사업주여도 아픈사람 쓰기 싫은건 사실이다.

그럼 난 아픈사람인가 아닌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 아닌가.

답답한 나머지 의사에게 몇번이고 화를내도 토로해보아도

'스스로에게 득이 될만큼 유용하지 않을뿐더러 기능적으로 큰문제가 있을 정도는 아니니,

진정하시라. 그만뒀으니 쉬었다 새로 직장 가지면 되지 않냐'한다.


장애등급을 받을 수 있을만큼 충분하게 아픈것도, 

아픈게 아닌것도 아닌 나인데 나는 이렇게 내가 제일 혐오하는

전형적인 ADHD로 의심되는 삼촌 중 한사람처럼 테크타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평생직장이라는 말이 사라져가는 시대에, 1년도 안되서 그만두는 게

뭐 대수라고 사람들은 가볍게 여길지 모르겠으나,

나는 나를 아니까, 이런 패턴이 반복되는게 보이니까 내가 한심한거다.


작업기억능력이 뭔지. 적당히 한다는게 뭔지.. 눈치껏 한다는게 뭔지

나에게는 너무 어려운 일인데 일반사람들은 그냥 된다는게 신기할뿐이다.


내 능력치가 떨어진다는걸 잘 알고 있기에,

더 열심히 하려고 애쓰고 인정욕도 크고,

양이 많거나 무리하게 되기 시작하면 부당하다 못한다 말도 제대로 제때 못하고,

어떻게든 애쓰다가 혼자 넉다운. 그사이 병이라도 탄로나면 배려는 바라지도 않았는데,

약점이 되어 화살이 돌아오는 현실.


어디서부터 이 연결고리를 끊어야 할지 모르겠다.

저번 상담에서 배운 것 중 하나는

내가 약자라고해서 삶의 전략을 

남을 늘 받아주고 배려하려 맞춰주기만하는,

을의 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설계해서 살아가면 안된다는 것이다.

가족에게도. 연인에게도. 직장에서도. 살아가는 모든 관계에서

나는 늘 을의 stance 에서 있었다는걸 못느꼈다.


어수룩하게 꼭 조리있게는 아니어도 연습해야한다.

결국엔 그게 나를 존중하는 행동이라는걸 느꼈고

작게나마 시도했을때 뿌듯했다.


이 직장은 정말 오래 다니고 싶었는데...

일에대한 열망이 덮혀질만큼 상사의 발언이

아직도 가시잘 않는다. 할수만있다면 병원끌고가서

당신이 내 장애등록이라도 받을 수 있으면 받아달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다


그리고 그 발언으로 속상해하는 부모님한테 사과하라고 하고 싶다.

이렇게 힘들어할때마다 건강하게 낳아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씀하시는 어머니인데.

나는 내 병이 부모탓도 내탓도 아니라고 받아들이기까지 이렇게 오래걸렸다.

당신 말대로 100%완치되는 것이 아니니 꾸준히 치료중에 있으며,

무슨 기준으로 아프면 일하지 말라고 하는건진 모르겠으나

당신이라고 평생 건강하기만해서 일하며 살수 있는지 한번 두고보자고 하고 싶다.


글에서 너무 화가 많이 느껴진다.

계속 근무했다면 더 힘들었을 것이 느껴진다.

일에 미련갖지 말고, 잘 짚고 넘어가야지.

더이상 감정적으로 배려하고 후에 후회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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