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아는 퇴근 후에 찾아라'는 말이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맞는 말은 아니겠지만 저는 요즘 자아실현에 대해 고민이 많습니다. 왜냐면 그동안 직업에 대해 생각이 많이 변했기 때문인데요.
대입을 준비할 때는 교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대학을 가보니 가르치는 일은 너무 좋은데 그동안 좋아했던 전공이 저와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도 계속 열심히 했으면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결국에는 일찍 포기했었죠. 당시에 인문학에 심취하던 탓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다 어느 순간 커피에 빠지게 됩니다. 평소 커피를 좋아해서 유명한 곳을 떠돌며 다니던 저는 커피를 배워서 업으로 삼기로 하죠. 자격증을 따고 카페에 취업해서 일하다가 당시의 저로서는 이 일을 계속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또 이 일을 그만두게 됩니다. 공부가 하고 싶더라고요.
그렇게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다가 4학년이 되었습니다. 그때 생각을 해봤죠. 내가 하고 싶은 공부는 뭘까 하고요. 그랬을 때 떠오르는 게 신학이었습니다. 종교가 있고 그것을 진지하게 생각하던 저는 신학이라는 학문에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구체적으로는 신학을 공부하고 동시에 그 속에 소외된 사람들을 돕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공부를 하려면 서울을 가야 했습니다. 부산에 살던 저에겐 큰 고민거리였죠. 왜냐면 아직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것과 혼자 올라가면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는 문제였습니다. 그래도 운 좋게 생활적인 문제가 해결되었고 서울을 가겠다는 마음을 먹은 저는 두 달 뒤 졸업을 하고 올라가게 됩니다.
서울에 적응도 하고 일도 하며 공부를 하던 저는 중간에 군 복무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거기서 시작되었습니다. 복무하던 기관이 저와 잘 맞기도 했고, 당시 미래와 경제적인 문제와 지금껏 치열하게 살아온 모습에 대해 회의감을 가지던 저는 안정적인 직업이 갖고 싶어졌습니다. 살면서 절대 하지 않을 것 같았던 공무원이 되고 싶어진 거죠.
사실 지금은 공부를 시작했다가 잠시 중단한 상태입니다. 학원에 다니다 사정상 그만두고 혼자 하게 되었는데 그때부터 이전에는 자신의 기질이라 생각하고 무시했던 @의 증상들을 절실히 느낀 거죠. 주의력 결핍과 충동성을 강하게 느끼며 그때는 정말 일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하기 싫은 일이라고 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대학 내내 알바를 하고, 휴학하고도 공사장에서 번번이 일하고, 다음엔 알바를 세 개씩 해서 시급이 5,000원 일 때 200을 넘게 벌도록 일하고 그랬지만, 돌이켜보니 그 또한 무언가 마음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한 것이구나 싶었어요.
지금껏 하고 싶은 일들을 하기 위해서만 살아왔는데, 그래서 힘들어도 의욕 있게 해온 거 같은데 이제는 더이상 의욕이라든지 동기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누군가는 지쳐서 그렇다. 좀 쉬면 어떻겠냐고 하지만 결국 이 일은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니라서 그랬다고 하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압니다. 다른 사람들이라고 해서 하고 싶은 일만 하는 건 아니라고, 다들 그렇게 산다는 걸요. 하지만 아직 그동안 살아온 방식을 바꾸는 게 힘든 거 같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저보고 안개 속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본질적인 질문은 당장 풀 수 없고 앞으로 조금씩 가다 보면 깨닫게 되는 거라고, 거기를 나와서 할 수 있는 걸 하라고 말이죠.
좋은 말씀이고 마음에도 와닿았지만 그게 맘처럼 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그냥 정지한 것 같아요. 다시 일어나서 앞으로 가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게 그간 했던 공부를 다시 하는 것인지는 아직도 마음이 정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상입니다. 다음에는 좀 더 희망찬 얘기를 해볼 수 있게 이 마음을 좀 더 행동으로 바꾸고 와볼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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