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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 단상
Level 4   조회수 127
2020-06-10 10:35:15

#1.

시험이 다가오고 알게모르게 긴장이 높아지는 와중에 예전에 좋아했던 분이 떠올랐다.

여전히 내 마음속에 좋아하는 사람 자리에는 그 분이 계시지만, 알 수 없다.

아직도 좋아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매양 그 자리에 놓여있는 액자처럼 바꿔놓지 않았기 때문에 그대로 그 자리에 남아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불안이나 우울, 분노처럼 나를 휘어잡는 정념이 일어날 때마다 마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일지도.


사실 나는 아무나 좋아할 수 있다. 외모나 성격이나 성별을 떼어낸 상태의 무엇으로서의 사람을 상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런 상태의 사람은 동등하기 때문이고, 특별해서 좋아한다기보다 좋아해서 특별해지기 때문이다. 새 그림을 좋아하게 되는 것이야 아주 약간의 계기만 있다면 가능하겠지만, 그 액자를 바꾸기 위해서 좋아하지도 않는 그림을 그 자리에 놓는 짓을 굳이 할 것도 없다. 잠시만 있으면 새 그림에게 다시 진심이 되겠지만 어쨌든 시작지점에서 사람을 용도로 쓰게 되니까 나는 그게 싫다. 그냥 이렇게 있어야지. 그러면 떠올리지 못하게 될 때 쯤에 나도 모르게 없어져 있을 거다.


#2.

그분을 좋아했던 내 마음이 남긴 흔적이 하나 있다. 한 번 단둘이 2차를 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 그분이 사귀는 분이 있는 걸 알아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 거절했다. 어쨌든 나한테는 그게 중요한 선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이후로 나는 단순히 노는 자리더라도 이성과의 1대1 자리는 피하게 되었다. 왜 이런 바보같은 규칙이 생겨버렸을까? 알바하던 독서실 총무가 급여 지급하면서 카페로 불러도 거절하고 알바처 차장님이 일 끝났으니 밥이나 한 끼 사주겠다는 것도 묘한 기분이 들면서 가기 싫어져 가지 않았다. 내가 나를 원망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근데 이건 고쳐야겠지.


#3.

가끔 이거 어떡해? 하는 문제들이 종종 발생한다. 때론 그냥 냅두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러면 알아서 자연스레 변하는 부분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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