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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랜만에 변화 찾기
Level 2   조회수 70
2020-04-12 21:18:35

자소서를 제외하면 긴 글을 쓰는건 너무나도 오랜만이다.

미뤄왔던 블로그 글을 쓰자니 무슨 말을 써야할지 잘 모르겠다.

아무래도 첫 블로그 글인만큼 어렸을때 이야기로 시작하는게 자연스러울 것 같다.


나의 ADHD와 관련된 가장 오래된 기억은 유치원때 기억이다.

모든 유치원생들이 선생님이 읽어주는 동화책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 때 나는 친구와 교실 뒤에 있는 책상 위를 오가며 뛰어놀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어느날은 유치원 부엌에 숨어들어가 케이크를 훔쳐먹다 걸려서 혼쭐이 났다.

뭔가를 몰래 먹고 가만히 있지 못하는건 어릴 때야 흔히 있을법한 일이지만 지금 생각하면 ADHD의 전조가 아니였나 하는 생각이 든다.


크면서 그런 산만한 모습이 줄어들긴 했지만 아주 조금 줄었을 뿐이다.

학원에선 수업중 소리를 지르며 떠들어서 집에 두번이나 연락이 갔고 성적도 잘 오르지 않았다.

돈낭비에 가족 망신까지 시켰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부모님께 죄송스런 일이다. 


그냥 공부랑 안 맞는 아이... 조금 산만한 아이정도로 유년기 모습을 떠올리며 살았다.

하지만, 회사생활이 너무 힘들어 병원에 가보고 나서야 그게 전부 '증상'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나는 그렇게 31살에 성인 ADHD 진단을 받았다.


그 이후로 나는 평소보다 더 많은 후회를 할며 하루하루를 보내기 시작했다. 

어릴때 ADHD 치료를 제때 받았다면... 

이렇게까지 현재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 속에서 안 살지 않았을까.

더 많은 사람들과 친해지고 더많은 일들을 경험하지 않았을까

지금처럼 변화를 두려워하고 만남을 두려워하는 어른으로 안 자라지 않았을까.

글을 더 잘 쓰지 않았을까.

내가 살면서 놓친 것들을 떠올리다 보니 나는 나 자신을 실패작으로 보기 시작했다.


부모님께 말을 해야하나 생각했지만, 당신 때문에 내가 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자책하시게 될까봐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다.

몇몇 친구들에게 털어놓을 수 있었던게 그나마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친구중 하나가 국내에 성인 ADHD 커뮤니티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줬고, 절박함과 호기심이 섞여 처음으로 커뮤니티 활동이란 것을 시작했다.

ADHD 증상이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글을 읽고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니 상당히 많은 위안을 받았던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삶에 변화를 주고싶다는 생각을 다시 품게 되었다.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 위로받고... 위로해주며 내가 나 자신을 조금 덜 싫어했던 때로 돌아가고 싶었다.

후회를 더는 키우지 않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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