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검사와 첫 진단과.. 첫 약을 받아왔습니다.
사이트에 들어와서 블로그글에서 얼핏 본 것 중에 노력하는 재능이 없다.. 라는 문구를 보고 나니 아 나만 그런게 아니었구나, 이제 내 인생의 답을 찾은걸까 싶기도 하고 이것이 또 다른 시작이 될 것 같아 두려운 마음도 듭니다.
초중고 무렵에는 심각한 수준으로 지각을 했고 매일 반성문 쓰기 일쑤, 수업시간에도 흥미가 있는 수업에만 집중하고 나머지 수업은 집중이 어려워 수업시간은 거의 수면시간이었어요 방과 후 학원 뻉뺑이의 결과물이었던건지 의문스럽게도 학교 성적은 좋은 편이었는데 돌이켜보면 선생님들과 친밀하고 성적이 좋아서 앞선 문제요인들이 크게 부각이 안되었던것 같습니다.
내가 하루에 3시간밖에 공부를 못하는걸 내 능력이라고 생각을 못하고.. 좀 더 열심히 하면 더 잘할 수 있어 더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어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고 저를 많이 괴롭혔어요. 여차저차 학교에 진학을 했는데 대학은 또 다른 세계더라구요. 도무지 어떻게 해야 성적이 잘 나오는지 알 수가 없달까.. 레포트를 쓸 때마다 시작을 못해서 괴롭고 완성을 못해서 더 괴로운 연속의 시간들이었습니다. 이시기쯤 경제적으로 문제가 생기면서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바빴는데 학교 다니면서 알바를 2-3개씩 뛰고.. 그냥 버텼던 것 같아요 학교를 7년만에 졸업하면서 나 자신이 참 대견하다 싶기도 했었죠.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대학 다니는 내내 우선순위 없이 그냥 수업듣고 돈만 벌다보니 어떻게 구직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토익 점수도 있었고 대학졸업장도 괜찮았으니 뭔가 시도라도 해볼 수 있었을텐데 겁이났달까요.. 그 다음에는 공무원 시험의 늪에 빠지게 되었고...쿨럭 이전 수험생활 패턴과 동일하게 공부시작 > 3개월만에 탈진 > 다른 대상에 과몰입(영화, 드라마, 만화, 게임 등.. 닥치는대로 깨어있는시간 내내 몰입) 이 반복되었고.. 결국 실패하고 사기업에 취직 후 이제 삽십대 중반이 되었습니다.
블로그 글을 읽어보니 회사 생활하다가 자각하는 케이스가 많으시던데 제가 하는 일은 단순한 직무라 사실 회사 생활하면서 내가 adhd라고는 못 느꼈어요;; 다른 일로 우울이나 불안이 심해졌다고 느껴 정신과를 찾았고 ... 제 성인이후의 실패경험들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고만 생각했는데.. 약은 처방받지 않은 채 몇 번 상담을 받다가 제 만성적인 지각, 시간 관념, 어린시절 수업태도 등을 들으시더니 CAT 검사를 추천해주셔서 오늘 받고 왔습니다. 억제지속과 간섭선택에서 저하가 3개 나왔는데 선생님은 일단 약을 먹어보고 추세를 보자고 하셨습니다.
기분이 참.. 오묘합니다. ADHD 약을 먹고 있다는 친척 아이가 떠오르기도 하고... 내 나이가 벌써 서른 중반이구나 싶기도 하고 지금이라도 해답을 찾은걸까 두근거리기도 해요
긍정적인 투약 후기를 들고 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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