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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한 밤에
Level 4   조회수 130
2019-10-27 21:37:18

요즘 공부가 잘 안됐다. 문제풀기가 무섭고 집에서 나오기가 독서실에 앉기가 부질없는 짓처럼 느껴졌다. 무슨 일이든 안되는 부분만 생각하면 안되기마련이고, 90퍼센트를 준비해야 10퍼센트의 운을 만나서 쓸 데가 있는 것이거늘,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10퍼센트가 무서워서 90퍼센트를 준비하는 걸 부질없게 생각하고 말았다.


그래도 그런 나를 이해할 수는 있었다. 저런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는 그 생각을 하는 나를 앗싸리 믿지 말아야 하는데, 판단력이 떨어졌을 때 오히려 내 잘못된 믿음을 믿고 만다. 뭐든지 다 안 될 것이라고... 당연하다. 판단하지 않을 판단력이 없기 때문이다. 술 취했을 때처럼...


운동의 좋은 점은 그럴 때 강제적으로 내 중심을 몸으로 옮겨준다는 점이다. 처음엔 너무너무 우울해서 기어가듯이 간 헬스장이었고 즐거움도 없었는데 요즘은 가서 3킬로 딱 뛰는 게 너무 좋다. 나는 개를 닮았다. 생각없이 뛰면 기분이 좋다. 공부도 아무 생각 없이 하면 기분이 낫다. 남을 지식은 남고 부족한 부분은 날아가겠지. 다음엔 더 잘 쌓이겠지. 어쭙잖게 조절하려고 하다가 더 망치고 만다. 기분이 나쁠 때는 생각을 그만두자. 그냥 뛰자.


이래놓고 또 감정에 휘말리겠지. 오늘은 일요일이고, 헬스장이 안 열고, 그래서 내가 더 이러고 있다. 어쩌면 이런 좌절감을 제외하고서는 나를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럴 때는 생각을 말자. 생각을 말자는 생각은 어떻게 실행하지. 아무 생각 없이 노력만 하고 싶다. 앉아서 독서실에서 이미 그런 내가 된 연기라도 해야겠다. 고등학생이 많은 독서실이라 담배를 피울 수가 없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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