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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을 먹으면서 느끼게 된 점
   조회수 29
2019-04-09 22:41:49
오랜만에 글을 남깁니다.

 

저는 글을 참 못 씁니다.

글을 잘 써보고 싶어 책도 여러 권 읽어보고 지금도 가끔씩 읽곤 하지만

글 쓰는 쪽으로는 소질이 없는 것으로 자체적으로 판단을 내렸습니다.

몇 번이나 글을 쓰다가도 지우길 반복하다

댓글 하나 남기면서 블로그에 글도 써봅니다.

 

보시는 글에 대해 불편함이 있을 수 있기에 미리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작년 말 ADHD를 판정받으면서

2주 간격으로 콘서타 18 -> 27 -> 36mg  까지 늘려보았습니다.

하지만 일상 생활에서의  큰 변화를 감지하지 못했고

54mg 을 처방받고 나서야 눈에 띄는 변화를 느꼈기에

그것에 대해 아래에 적어보겠습니다.

 

 

 

1. 낮에 몰려드는 피로감이 사라짐

어릴적부터 워낙 잠이 많아 고1때 0교시부터 야간자습시간까지 잔 적이 있어

부모님께서 학교에 오셨던 경험이 있습니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2. 복잡한 상황에서도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것을 생각할 수 있게 됨.

정상인이 업무를 처리함에 있어

우선적으로 해 낼 수 있는 정도가 어느 수준인지 제가 판단할 수는 없지만

순차적으로 하나씩 풀어나가면 해낼수 있는 일임에도

첫 단추를 잘못 꿰는 순간 머릿속에 뒤엉켜지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현저히 줄어들었고

다음 플랜으로의 대처가 가능해졌습니다.

 

3. 식욕저하

36mg를 복용할 때까진 점심식사 전 배가 고프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식사를 하면서 먹는 음식이 맛있다는 느낌과 음식물을 섭취한다는 심리적 포만감을 느낄 수 있었는데

7시 아침 식사 후 콘서타 54mg을 먹고 난 뒤로는

배가 고파져 '곧 점심시간이 다가오는 구나'란 생각은 커녕

어떤 음식을 먹어도 예전에 느낄 수 있던 미각의 10%도 느끼질 못하며

평소 식사량의 절반밖에 먹지 않았음에도  더 이상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아 음식을 남기게 됩니다.

 

4. 순간적으로 몰려오는 짜증과 제어하기 어려운 마음의 격동

ADHD에 관한 국내 다큐에서 집에서 짜증내고 밖에서 난폭운전하는 그런 분들을 다뤘는데

저도 비슷한 부류의 사람입니다.

이 부분에선 낮은 용량의 약에서도 바로 체감할 수 있었는데,

누가 내 앞에서 갑자기 끼어들거나 할 때 순간적으로 끓어오르던 화를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진정시켜주는 느낌이 상당히 이질적이었습니다.

ADHD판정 전에도 이런 성향을 어느정도 감지하고 있었기에

되도록 차를 최대한 몰지 않거나 통행량이 적은 도로, 늦은 시간 위주로 운행했었고

지금도 교통량이 많은 시간과 장소는 최대한 피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36mg까지는 별 다른 변화가 없어 조급한 마음도 있었고

다른 분들의 복용 후 변화에 대해 의구심을 갖기도 했습니다.

54mg를 처음 처방받은지 두 달정도 된 것 같은데

지금은 63mg로 올려서 처방을 받아보고 싶은 생각도 있고요...

 

 

약을 복용하면서 느끼게 되는 신체적 변화에 대해 조심스럽기도 하지만

왜 그리 조급함과 욕심이 많냐 만약 물으신다면

ADHD임을 알기 전엔 이 사람이 나와 맞지 않는 것 같다라고 넘어가거나 피해갈 수 있는 것들이

ADHD인 것을 알게 된 뒤로 내가 혹시 실수하거나 놓친게 있지 않나하는

자기검열의 과정을 머릿속에서 수 없이 반복하게 된 것이

앞으로 풀어가야 할 또 다른 문제가 되어버렸습니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것에 대해선 이전 직장에서 겪었던 트라우마일 수도 있고,

제가 굳이 추구하지 않아도 될 완성형에 대해 불필요하게 집착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내려놓을 건 내려놓아야 하는데 무엇을 내려 놓아야 할지에 대한 판단이 쉽지가 않습니다 ㅠ

 

내일도 정상인의 모습으로 하루를 보내기 위해 이만 부족한 글을 마치면서

여러분 모두 각자 위치에서 잘 버텨나가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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