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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03. 23.
Level 4   조회수 34
2019-03-23 15:20:57

근황


요즘 공부가 다시 흔들린다. 어제 다른 누군가에게 "꽤 흔들리는 편인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비하하는 발언도 아니라서 기분나쁘지는 않았다.

다만 그 대화 상대자를 '진심으로 대하지 않고' 적당한 말들을 지껄이는 내가 너무 놀랍게 느껴졌다.

대체 이게 뭐하는 놀라움이지?

 

일단 왜 내가 지금 불안정한지부터 생각해 보았다.

 

1) adhd 특유의 감정 조절 능력 부족


+ adhd의 다른 부분들을 잡아주기 위한 페니드의 부작용, 불안을 야기함.

 

2) 어린시절부터 거듭된 실수와 부정적인 피드백 축적으로 인한 불안장애


 

3) 졸업 이후, 학업을 제외한 다른 여러가지 일들에서 실패. 자기효능감이 부족함.


>일단 내가 뭔가를 못한다고 상정하고 일을 짜고 계획하는 게 남들에게는 이상해 보임. 근데 나는 그러지 않을 수가 없음.

이건 절대 자신감이 없는 게 아님.

 

4) 나를 깊이 이해해준 베프가 자살한 뒤로, 연락을 받지 않는 특정 인물들이 죽었을까봐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음.


>모두가 과한 걱정이며 현실이 아니라 니 불안이라고 하지만, 최근에 그 일이 또 일어났고, 다른 하나는 연락이 끊긴 채 정말 생존조차 알 수가 없음.

모두가 불안과 현실을 구분하라고 했지만, 실제로 또 일어난 것임. 내 입장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싶음. 안 겪어본 사람들이 이 현실감을 못 느끼는 것 같음.

예전에 아버지가 사기를 당할 뻔 했을 때 세상에 사기꾼이랑 속는놈밖에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셨는데

내 버전으로는 세상에 자살하는 사람과 자살하지 않는 사람만이 존재함. 나를 깊이 이해한 베프였던 사람 중에 지금 살아있는 사람이 없음.

정말 어제는 속이 다 타서 찢어질 것 같았고 지금도 별로 상태가 좋지 못함. 정말로 여기서 못 버티면 폐인이 될 것 같음.

 

5) 일반인도 불안한 수험생활중 지금 84일 남음.


 

반성


 

이렇게 내 불안정의 이유들을 나열한 뒤에 내가 왜 놀랐는지 다시 생각해 보았다.

다시 생각해보니 대화를 하면서 처음 느낀 것은 이질감이었다.

대화를 하고 있지만 입을 닫고 있는 감각, 그 이질적인 느낌, 앎에 대해서 나는 놀란 것이다.

 

대부분의 공동체에서,

앞으로 내가 만날 사람들에게

내가 나를 진심으로 보여줄 일은 이전까지만큼 많지 않겠구나.

예전에는 사람을 만나는 거, 대화를 하는 거 다 기쁘고 좋은 일이었는데

금방 사람들이랑 친해지고 친구가 되곤 했는데

이제는 몇발짝 멀리 떨어져서 울타리 치고 바라보는 게 나에게 편안한 스탠스구나...

 

열심히 공부해서 빨리 합격하고 고양이라도 한 마리 키워야겠다.

고양이가 자살할까봐 무서울 일은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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