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껏 돈 내서 학원 보내났더니 제대로 안다녀? 숙제를 안해오는 아이를 보면 이런 생각을 한다 하지만 당장 화를 내는 건 오히려 공부에 대한 부정적인 마음을 심어 주어 좋지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른들은 숙제를 안해오는 아이들을 보면 노력을 안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틀렸다 숙제를 안하는 아이는 두 유형으로 나뉜다 숙제를 안해서 밝은 아이, 숙제를 안해서 우울한 아이 숙제를 안해도 해맑은 아이는 숙제 할생각이 없는 것이다 숙제도 안해서 힘들지도 않을텐데 우울한 아이는 왜 우울할까? 이런 아이는 숙제를 해야 오히려 밝아진다 우울한 아이는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의지가 강하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아서 우울한 것이다 나는 연세대 합격 전까지 나 또한 몸이 따라주지 않는 어려움을 겪었다 때는 고등학교 3학년, 대형학원에서 수학을 배웠다 숙제를 잘 해가기 위해 내 나름대로 노력해서 수업이 끝나고 빈 강의실에 남아서 숙제를 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숙제를 다 하지 못했다 분명 할 시간이 있었는데 왜하지 못했지? 의문이 들었다 그 당시에는 무엇이 문제인지 혼란스러울 뿐이었다 지금은 안다 adhd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걸 adhd의 암이라고 불리는 미루기는 adhd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이다 미루기의 유형은 다양하게 있다. 그 중 다른 생산적인 업무를 하면서 자신이 하기로 했던 일을 미루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으로 공부를 시작할 때 책상 정리를 하고 시작할까?와 같은 방식으로 나타난다 나는 학원에서 수학 문제 풀이 숙제를 하려 할 때 아 이건 개념을 먼저 공부해야 돼 라고 생각하면서 학원에 남은 3시간동안 개념 공부만 했다 나름 이유가 있고 생산적인 일을 했지만 정작 해야할 일을 하지 않은 것이다 나는 오늘 과제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어 그런데 왜하지 못했지? 나는 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수업도 점점 따라가기 어렵게 되면서 자기 비난은 더심해졌다 학원에 혼자 남아서 공부했던 노력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허무하고 슬펐다 어느 날 어머니가 학원에서 집으로 나를 부르셨다 어머님이 내가 학원숙제를 안해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신 것 같았다 어머니는 숙제를 하지 못했다고 들었어 어떤 이유가 있었던 거니? 숙제를 하는데 어떤 어려움이 있니? 우리 같이 어려움을 해소할 방법을 찾아보자 라고 말씀하시지 않았다 숙제 안할거면 학원 때려쳐 라고 말씀하셨다 어머님은 실망하셨을 것이다 학원을 잘 다니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기대했던 것과 달라 당황스러우셨을 것이다 하지만 내 입장은 억울했다 나는 학원을 잘 다니고 싶은 의지가 있었고 내 나름대로 계속 노력하고 있었다 다만 어려웠을 뿐이다 이를 어머니께 말씀드리니 어머니는 차갑게 웃으셨다 변명이라고 여기신 것 같다 나는 상처가 났다 내가 했던 노력이 폄하당하는 것이 속상했다 안그래도 마음처럼 몸이 따라주지 않아 절망스러운데, 내가 의지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존재가 나를 믿어주지 않으니 더이상 할 수 있는게 없다고 느껴졌다 그래 때려칠게 라고 말하고 나는 수포자가 되었다 숙제를 하지 않는 아이는 어떻게 대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가 의지가 있다고 믿는 것이다 사실 좋은 성적을 받고 싶지 않은 아이가 어디 있을까? 어른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아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을 마주했고 어떻게 해결 할지 몰랐을 뿐이다 어른의 역할은 그 어려움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게 하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게 돕는 것이다 이때 의지가 있다고 믿는 것은 쉽지 않다 아이가 어려움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고 싶지 않아 온갖 방어기제(거짓말, 자기부정, 과장된 자기 비난, 회피)를 펼치기 때문이다 특히 adhd가 있는 경우 생각이 과장되어 방어기제가 심화되는 경향이 있다 그 방어기제 속에서 의지를 찾아야 한다 다음 글에 adhd가 가지는 여러 방어기제와 그 방어기제를 인식하고 개선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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