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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공학자
Level 2   조회수 99
2025-05-30 16:33:57

나는 공부를 열심히 했다. 좋은 대학에 가고 싶었다. 다행이도 재능도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똘똘한 편이었다. 특히 과학과 수학을 좋아해서 항상 꿈은 과학자였다. 쉽진 않았지만 대입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나는 내가 희망했던 대학 두군데에 합격했고 그 중 한 곳에 진학했다.


대학 생활은 어려웠다. 매주 제출해야하는 숙제, 수업 시험 쉬운 것이 없었다. 다행인지 나는 대학 진학 후에는 공부에.욕심이 없었다. 재밌게 놀았고 논 만큼 성적은 좋지 못했지만 대가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였다.


ADHD를 의심하게 된 것은 대학원에 와서였다. 내가 해야할 일들, 또는 내가 해야하지 않아도 되지만 시킴 받은 일들. 너무 많은 일거리들이 나에게 주어졌다. 학부시절은 안해도 그만이었다. 안 하고 감점 받으면 그만이니깐. 연구실은 달랐다. 내가 놓친 일들을 끝까지 추궁 받아야 했다.


결국 고통스러웠던 연구실은 그만두었다. 그리고 병원에 갔다. 약을 먹으며 느낀 것은 다들 이렇게 수업을 들으면서 공부했구나. 나에게 수업은 그저 출석체크일 뿐이었다. 들리지 않았으니깐. 시간만 때우고 공부는 혼자 했다. 그런데 약을 먹으니 수업이 들렸다. 이미 많이 늦긴 했지만.


다른 연구실에 합류했다. 다행이 이곳은 내가 해야할 일만 하면 된다. 누군가에게 책임을 떠넘겨 받지 않아도 된다. 2년간 있었는데 국내에 도입되지 않았던 기술 확보에 성공했다. 오예. 빨리 논문을 쓰자.


약을 먹으며 굉장히 잘 살았다. 아주 편해졌다. 그런데 요즘은 콘서타가 없다. 다른 약은 먹어도 조금 어렵다. 그래도 꾸역꾸역 해본다. 언젠가 들어오겠지.


과학자가 되기 위한 힘든 여정 중이다. 정확하게는 공학자이지만. 이또한 언젠가 끝나리라. ADHD라는 것을 알게 되어 다행이다. 그렇지 않았으면 그저 부적응자로 치부되어 낙오되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나 나에게나...


그나저나 이번주는 굉장히 힘들다. 졸리다. 자고 싶지만 자지 못한다. 괜히 약때문이라고 핑계대본다. 제 때 자지 않은 것은 나이지만 그냥 오늘은 핑계 대고 넘어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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