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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약을 받아오면서...
Level 3   조회수 44
2019-07-23 01:07:39
요며칠 예민한 마음에
매우 비관적이고 우울한 글을 썼다.
그리고 주제 넘게 힘내라는 댓글에
욕설에 가까운 댓글을 남겼다.
진심으로 날 걱정해주시는 마음으로 댓글을 써주신 분들께
상처를 입혔다.

정말 죄송하다는 마음입니다. 머리 숙여 사죄합니다.
감정에 휘둘려 함부러 말하지 않도록 늘 스스로를 경계하고 조심하겠습니다.

사실 그 글을 쓰게 된 연유는
어설픈 가능성에 기대어 항상 불안해했던 스스로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어서이다.

완벽주의 성향이 강한 나로서
모든 과정은 '완벽히' 해내야 한다는 메시지가 은연중에 스며들면
거기에 헤어나오는 데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문득 과거에 비해 내가 얼마나 나아졌는지 살펴보는 와중에
체중 감량, 독서, 특강 수료, 글쓰기 등
뭐 하나 제대로 이룬 것이 없다는 부정적인 생각에 휩싸였다.

저번에 상담관님께서
"형설공님은 지금 아픈 상태입니다. 지금 무엇을 하려고 하더라도 잘 안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죠.
너무 스스로를 자책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라고 하셨지만 자기 제어가 무척이나 힘든 이 시점이
여전히 견디기 힘들기에
악에 받쳤다.

이전의 글은 다소 우울해 보였을지 모르지만 내면에는 깊은 분노가 깔려있다.
내게 근거 없는 비관적인 생각을 주입하려거든
"그래 그건 네 생각이고.", "어쩌라고." 라는 식으로 되받아치는, 그런 분노를 표출하고 싶은 마음이
그 글 바탕에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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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고 미루던 수면 클리닉에 가서 진단을 받았다. 대기 시간이 얼마나 길던지 2시간 정도 기다린 것 같다.
내 차례가 되었고 의사 선생님을 뵈었더니
무슨 이상한 그래프를 보여주고 설명을 하셨다

낮잠을 주기별로 재우는 검사를 했었는데
거기서 잠에 들어가는 데 기면증 환자와 비슷한 시간에 잠에 들어간다고 했다.
그런데 렘수면 수치가 0이라서 기면증은 아니니 안심하라고 하셨다.
진단서에는 과다 수면 장애로 적혀 있는데 선생님의 설명을 들어보니 증상이 꽤 복잡한 듯하다.

프로비질 200mg을 15일치 처방받았다.
@의 멤버들께 여쭈어보니 각성 효과가 매우 크니 조심하라고 하셨다.
주간에 졸음이 많이 쏟아지는 것으로 봐서는
100mg이라도 먹어야 할 것 같다.

이제 일찍 자야겄다.
11시에 잠을 자도록 노력해야지.

선생님께선 매우 중요한 얘기를 흘리셨는데
아침에 기상하고 나서 2시간 내에 햇빛을 쬐고, 밤새워서 뭘 하지 말고 차라리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하라는 것이었다.

"알고 있더라도 행하지 않으면 아무런 쓸모가 없다."
"행함이 없는 앎은 진정한 앎이 아니다."

오늘도 무릎을 탁 치고 집으로 돌아갔다.

중독에서 벗어나고 싶다.
하루종일 노트북과 아이패드 앞에서 자극적인 영상을 쉴새 없이 보았고
거기서 만족감을 얻기보다는 하지 않으면 불안에 떠는,
마약 중독자와 비슷한 상황이 계속되었다.

인생을 파멸로 몰고가는 심각한 문제임을 알고 있음에도
여지껏 행동하지 못했다는 것을 통해 난 중독되어 있음을 시인한다.

한국 사회가 바라듯이 모든 것이 '빨리빨리' 변할 수는 없다.
하지만 변화의 과정에서 고통은 언제나 수반되고 그것을 감내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꾸준히 자기 속도에 맞추어 걸어나가야 한다.
나는 허황되었다 싶은 커다란 이상향을 꿈꾸지만
거기에 너무 매몰되어 스스로를 파멸로 이끌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이 글을 마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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