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첫 글 Ciello 조회수 35 2019-07-26 00:58:04 |
후덥지근하던 하루, 블로그 입주가 완료되었다는 반가운 메세지가 뿅 하고 날아들었다.
살아가며 어떠한 문제도 없는 사람도 그다지 많지 않을테고,
문제가 있다고 모두 비통하고 끊임없이 괴로운 것은 아니나,
문제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으로 삶은 치열해질 수 있으면서도 쓰리다.
직장이라는 것을 갖기 전 까지는- 아니, 직장을 가지고서도 어느 정도는 내가 ADHD라는 것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싫어? 그럼 안 해. 하고 싶은 거? 당장 할 거야. 그만두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고, 무엇인가를 시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게 그냥 나의 성격이라고, 나는 그저 조금 더 열정적이고 솔직하게 내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시간이 지나며 당연히 나이를 먹고 쌓아올린 것은 커녕 허물어져가는 것들을 지켜보면서
많은 것이 무서워지고 아파오기 시작했다.
나라는 개체는 퇴화하고 있는데 모두는 성장하고 있구나.
내가 이리 튀어오르고 저리 뛰어나가던 시간은 성장하는 시간이라 아팠던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저 흘려보낸 시간이 되어 움츠러들고 뒤로 가고 있는 것인가 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쳐도, 상담사든 전문의든 누군가의 앞에서 펑펑 울어보고 싶다가도
내가 해 왔던 선택들이 날카로운 부메랑이 되어 내게 꽂혀왔던 것 처럼 이번의 선택도 그러한 것이 아닐까 두려웠지만,
끊었던 약을 다시 먹고(라기 보다는 한국으로 돌아오며 자연스럽게 먹지 않게 되었던 것이지만)
나를 내려놓으며-또는 나를 열어보이며 나는 조금씩 아물어가는 것 같다.
물론 또 아프겠지. 쭈그러들고 하찮게 느껴지고 끔찍하겠지.
그래도 역시 내일에 대해서는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기대하는 것이 좋다.
아무것도 잘 하는 것이 없어도, 모든 것이 어설프고 모자라더라도(그런데 그 기준은 누가, 어디서 정하는 건데?)
나는 그냥 나 그대로 괜찮다고. 그렇다고.
그러니까 내일은 즐거울 거고, 모레는 평온하고 신날 거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