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백 년(?) 만에 블로그 글을 올리네요. 글쓰기에 대한 창작욕이 여태껏 없어서 한때 1일 1글을 작성하던 형설지공이 풀이 꺾이고 말았습니다.
다시 심기일전하여 글을 써 보겠습니다. 주제는 자유로워도 괜찮겠지요???
1. 구질구질한 노트북에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 2016년 막 대학교 샌애긔가 된 형설은 외삼촌으로부터
HP에서 만든 노트북을 선물받았다. 무게는 너무나 무겁고 쓸 데 없는 터치패드가 담겨 있는 이 고물 노트북... 휴대성에서 빵점을 받은 이 노트북을 버리고 전역을 하면서 엘지 그렘을 겟또했다.
한동안 쓸 일이 없어서 구석에 고이 모셔두었다가 어제 아는 동생이 놀러와서 노트북을 가지고 재밌는(?) 짓을 했다.
무거우니 집에 두고 쓰면서 개발자용 노트북으로 탈바꿈을 해보자! 라는 거창한 목표를 가지고
윈도우에 우분투(리눅스)를 깔아 쓰는 다중 OS 노트북으로 만든 것이다. 호오... 2016년부터 굴린 우리 노트북 쨔응이지만 나름 밥값을 하는 것을 보니 기특하다 크흑!
2. 놀러온 동생이랑 아무 생각없이 덕질 하면서 놀았다. 이 친구는 군대에서 만난 후임이자 1살 어린 동생이다. 나처럼 컴퓨터를 무척이나 좋아해서 나와 더불어 IT 너드로 소문이 자자했다. 한셀을 가지고 스크립트 짜고 그랬으니 크흠...
요 몇 개월 동안 C++이라고 하는 무시무시한 언어를 너어어어무나 깊게 공부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엄청난 고통을 받았는데 이 친구와 함께 고오오급 기술까지 훑어가며 공부를 했다.(사실상 개인 과외)
나는 혼자 책으로 독파하며 공부해도 이 수준까지 도달할 수 없었는데 중급자용 문법서(무려 1900쪽!)를 독파하여 문법의 자잘한 내용까지 잘 알고 있는 친구라서 정말 크게 도움을 받았다. 애매해서 막히고 꼬이는 부분에서 명쾌하게 설명해주니 은근 컴퓨터 공부해보고 싶은 막연한 기분이 들었다.
사실 이 친구가 집에 가고 나서
잠시 접어두던 C언어와 자료구조 책을 복습했다 허헣
3. 내 @를 처음 발견하시고 지금까지 담당해주시던 원장님이 다른 병원으로 가신다. 목요일에 약이 떨어져 병원에 갔는데
다른 병원으로 가신다는 말씀을 듣고 좀 놀랬다. 음?! 갑자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그날 내가 들고 다니던 책에 관심을 보이시길래 음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싶었다.
내가 집에서 병원까지 가는데 전철 안에서 버리는 시간이 너무 많아 이동하면서 책을 읽는다. (물론 어그로가 끌리지만...)
무슨 일이 있으셔서 다른 병원으로 가시는지 여쭙고 싶었지만 너무 당황스러워 여쭈어보지는 못했다.
그동안 잘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원장쌤!!!
4. 도스토옙스키의 <지하로부터의 수기>를 완독한 후 오에 겐자부로의 <만엔원년의 풋볼>를 읽고 있다.
둘 다 어두운 작품이다.
특히 <지하로부터의 수기>는 한 '지하인'이 광기 어린 문체로 써내려가는 자기 고백록이다. 처음에 난해하여 몇 페이지 읽고 덮었던 책인데 그걸 이번에 다 읽어버리고 말았다.
주인공이 리자라는 여자와의 만남에서 저지르는 큰 실수가
내게 너무 마음이 아팠다. 리자가 주인공의 뒤틀린 열등감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 느꼈기 때문이다.
무척 우울하고 괴롭고 고통스러운 소설이지만, 이상하게 그의 처지에 공감하고 안타까움을 느끼며 내 마음이 치유된 것 같다. 이게 문학, 그 중에서도 위대한 고전의 힘이 바로 이런 것인가.
지금 읽고 있는 <만엔원년의 풋볼>도 비슷하다.
2차 대전 이후 안보투쟁으로 혼란스러웠던 60년대 일본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로테스크한 장면도 심심찮게 등장하고 비참하게 죽어가는(자살 포함) 사람들이 자주 등장한다.
더 읽어보면서 작가가 묻고 싶었던 질문을 더욱 명확하게 해야겠지만, 이 책도 무겁고 생각이 깊어지게 만드는 책이다.
나는 왜 이렇게 어두운 책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지금 읽는 소설도 다 읽으면 정치,사회학 책이나 역사,문화,자연과학 책을 읽어야겠다.
5. 영원한 숙제 열등감과 자기 비하, 그리고 거기서 비롯된 조급함.
금요일 정기 상담을 받으러 갔다. 대화를 이어가다 보니
위의 제목을 주제로 주로 얘기를 했었는데 늘 나를 가슴속 깊이 괴롭혀오던 문제이다.
여태껏 인생을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 더 나아가, 존재의 의미까지 탐구하게 했던 그런 주제이다.
난 이에 대한 답을 모른다. 어디서부터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래서 전문 상담사를 찾아간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책에서도 얻을 수 있는 원론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경우 나는 그게 내 맘에 와 닿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변해 보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지만, 이를 통해 얻고자하는 효과가 눈에 선하게 보이고 그 해결책이 가지고 있는 치명적인 모순점이나 한계를 나도 모르게 찾게 된다.
이런 내 습성이 문제일지도 모른다.
기존부터 지적받아 온 1. 자기 자신에 대한 칭찬이 처절하게 부족함. 2. 자기 비하가 심함. 3. 힘들 때 자기를 돌보기는커녕 심하게 채찍질함.
위 세 가지를 이번 상담에서 또 듣게 될 줄이야.
나도 알지만... 해결하고 싶다... 위 세 가지가 지금 내 삶을 좀먹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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