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새로운 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갔다. 의사는 내가 미리 작성한 설문지를 읽으면서 중간 중간 관련된 질문을 했고 설문지에서도 우울증이 보인다고 하였다. 내가 이전 병원에서 받은건 @검사가 아니라 스트레스 검사라며 종합 심리 검사를 받아보자고 했다. 설문지를 왜 끝마치지 못했냐고 물어 볼 줄 알았는데 의외로 별다른 말이 없었다. 검사 스케줄을 잡았고 데스크에서 검사시간이 총 4시간 정도라 한번에 하기엔 집중력이 떨어질수 있다며 CAT(주의력 및 자기 조절 수준 진단 시스템. 종합주의력검사)를 먼저 하길 권유 했다. 카페에서 점심을 먹으며 MMPI(미네소타 다면적 인성검사)와 SCT(문장완성검사)를 하다 병원에 돌아가 CAT 검사를 했다. (검사에 대한 내용은 검사를 받지 않은 사람이 보게 되면 결과가 오염될 수 있는 내용이 있어서 따로 뺐다.) 그리고 일주일쯤 사정상 지인의 집에서 지냈고, 이상하게 거기 간 날부터 과수면과 폭식이 줄었다. 새로 집에 들인 식물이 어찌 됐는지 궁금했지만 너무 집에 가기 싫었다. 검사 전날 집에 갔고 식물에 물을 주다 마주친 엄마의 끊임없는 폭언이 시작됐다. 내 인스타에 올린 술안주 사진으로 시작된 말 이였다. 그 비난을 듣고 있는 동안 참 나쁜 마음이 들었다. 물론 난 일반적으로 알려진 ADHD에 비해 차분한 어린시절을 보냈지만서도 이 잘난 엄마는 비난하는 그 모습들이 바로 @의 특성인데 늘 폭언을 하면서 왜 @의심이라도 할 수 없었는지. 대학 때 만이라도, 아니 3년 전이라도 알았으면 내 인생이 달라졌을 것 만 같다며.ㅋㅋㅋ(이때 내 마음속에선 이미 확진 했다ㅋㅋ) 내가 @라고 말하면 나를 이해 받을 수 있을까? 약을 먹고 달라지면 이 비난이 줄어들까? 분명 @진단에도 너는 의지가 문제라며 노오력으로 이겨내려고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내게 암이 생긴다더라도 위로보단 내 지나온 생활을 비난 할 것만 같다고 생각 했다. 왜 그런 생각이 드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2달전 쯤 프로필 사진 지적에 지쳐 엄마를 카톡에서 차단했다. 엄마가 상처를 받을 것 같아 오랫동안 고민만 했는데 지적 받을 때 마다 내 정신이 먼저 말라 죽을 것만 같아서 그냥 해버렸다. 엄마의 외로움이 짙은 말에 인스타는 차단하지 않고 응원 했는데 결국은 날 비난하는 또 하나의 칼이 됐다. 조용히 듣다가 방으로 들어가 인스타를 비공개 했다. 일 홍보 때문에 힘들때도 꾸역꾸역 했는데 그냥 비공개를 해버렸다. 어린시절부터 기준이 높든 낮든 난 늘 성에 차지 않는 모자란 딸 이였고 내 외모 또한 그랬다. 엄마는 어떻게 생각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근 10년은 확실히 항상 비난 받는다고 느꼈다. 동생들의 사진은 엄마의 프로필이 됐으나 나는 내가 직접 했을 때 단 한번 빼고는 그런 적이 없었다. 22살까지 말랐을때 때도 화장법으로, 헤어스타일로 옷으로 온갖 기준으로 비난했다. 한번은 친구의 새하얀 원피스를 빌려 입었는데 친구는 너무 잘 어울린다며 입으라고 줬고.. 어느 날과 같이 폭언을 하던 와중 흰 원피스를 입은 모습을 본 엄마는 니 주제에 그런 옷이 말이 되냐 등등의 폭언을 해대서 잠옷으로 전락했다. 프사가 괴물 같다. 같이 다니기 창피하다. 혐오스럽다. 뭐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다. 거머리 인생이다. 사람 구실 못한다. 자주 듣는 말이고 맞는 말이라 꿈쩍도 안하려고 노력하지만 뭔가 들을때마다 공허해 지는건 어쩔수 없다. 그 후 기분이 너무 좋지 않아서 잠을 잘 수 없었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검사당일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서 그냥 지인의 집에서 병원으로 갈 걸 후회를 했다. 2시간정도 검사를 했고 선생님이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궁금할 수가 있으니 말해준다며 이렇게 말했다.
좀 간추려 기록해 보자면. @여서 실수가 반복되면 ‘자기효능감’이라는 게 쌓이지 못한다고 한다. 자기효능감이 쌓이면 자존감이 되는 건데 실수가 반복되면 효능감이 쌓이지 못해 자존감이 낮아진다고. 자존감이 낮아지면 우울할 수 있고 그런 것이 장기화 되고 있는데. 내가 감정에 잘 접촉이 되지 않는 상태라고. 어렸을 때 부모가 감정에 대해서 잘 받아주면 자기의 감정을 잘 알게 되는데, 그게 수용이 잘 안 되는 환경에 있으면 ‘우울해봤자 누가 위로를 해줄 것도 아니고, 오히려 표현 자체를 혼날 때도 있고 결국은 어차피 받아 줄 사람이 없다.’라고 느끼게 되고 ‘차라리 내 감정을 느끼지 말아야겠다. 억압해야겠다.’ 이런 식으로 생각을 하게 된단다 그러다보니 우울증이지만 우울함을 잘 못 느끼고 무기력감이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고. 우울증이 있는 상태 > 일을 하는 능률이 낮아지고 > 실수하고 > 다시 우울로 오는 패턴이 반복 된다고 한다. 그래서 @적인 부분도 중요한 분별요소겠지만 우울한 부분도 치료를 해야 한다고. 평소 선생님은 어린 환자 보호자들한테 어릴 때부터 @인 친구들이 부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받아 자존감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 어린이들이 지금은 이래도 나중엔 티가 안날수도 있지만 부정적인 피드백이 계속되면 자존감이 낮아지니 꼭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씀드린다고. 내가 검사 할 때도 위축되고 너무 확신 없이 말했다고 했다. 심지어 검사하며 우기는 사람도 있는데 자꾸 선생님 눈치를 본다며, 얼마나 눈치 보고 살았는지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와 우울을 같이 약물이랑 상담 치료를 하면 실수가 줄고 자기 효능감이 올라가고 좋아질거니 우리 힘내서 열심히 치료받자~~블라 블라 희망찬 이야기를 해주었다. 장장 2시간동안의 검사, 날 평가하는 테스트라고 인식하고 받으면서 더 힘들었지만. 반대로 선생님의 토닥임을 들으면서 털어놓으니 왠지 모를 위로가 되는 것 같았다. 또 마지막 말들을 곱씹으니 나를 일부 이해하게 됐고 내 기전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파악하게 됐다. 분명 어린 시절의 나는 공부도 곧잘 했고 미술도 잘했다. 늘 학원의, 학교의 기대주였다. 인간관계도 자주 삐걱 댔지만 운 좋게도 곁엔 소중한 이들이 많았다. 대학 때문에 이사를 오면서 아빠에 관한 스트레스도 줄어들었다. 그렇게 흐르던 인생이 어느 순간부터 내 나태함과 반복되는 실수들 속에서 난 패배자라고 느끼게 했다. 그러면서 바뀌지 않는 내가 너무 싫었다. 원인은 나인데 내가 바뀌지 않았다. 우울증이 오기전 대학생때쯤부터도 내가 정신병이 있는 건 분명한 거 같은데 도무지 무슨 병인지 몰라 괴로웠는데 올 여름 @를 알게 된 순간 어쩌면 나태하고, 멍청하고, 한심한 내가 문제가 아니라 병이 원인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이번 검사에서 @ 아니라고 확정 받는다면... 내 인생은 내가 이전에 느끼던 그대로. 쓰레기라고 확진 받는 거라고 생각됐다.
이전 병원에서 @일수도 있지만 우울증 먼저 치료를 해야 한다고 했다고 했을 때 부터 내가 @에 대해 말할때마다 넌 @가 아니라 우울증 이라고 했던 대학동기는 (의사가 @가 아니라고 안했고 이럴때마다 짚었지만 계속 '넌 의사가 @아니라고 했다며' 라고 반복해서 이미 짜증이 낫다.) 니가 멀티가 심하게 안 되는거나 무언가를 하고 있을 때 말을 걸면 가끔 아예 안 들리는 것 같은 점 외에는 내가 @같지 않다고 했다. 별 문제 없는 결과가 나오길 바란다며 내가 말하는 그런 문제 정도는 약 없이 고칠 수 있다고. 본인을 진료한 정신과 의사는 @환자는 대학 자체를 가기도 어렵다고 했다며 하물며 우리 모교는 더 아닐거라고 했다. 내가 눈치를 엄청 보는데 눈치가 없다고 하니 말 자체가 말이 안 되고 넌 눈치가 빠르다고 했다. 그렇게 병적으로 부주의 하지도 않다고. 니가 왜 그렇게 느끼는지 모르겠지만 우울증세지 전혀 @같지 않다 했다. 친구와 이야기를 하며 내 의지로 해결이 안 되는 내 인생에 얼마나 힘들었고. ‘병적이지 않아 보이는 부주의’ 정도를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그 단계 속에서 얼만큼 좌절 했는지를 설명하다 신경질이 났다. 그러다가 내가 왜 @확진을 받고 싶을까. 차라리 우울증이면 그나마 쉬운 문제 일 텐데. 나 자신도 나를 이해할 수 없는데 친구의 반응은 당연할 수도 있음을 깨달았다. 이미 알고있는 우울증의 문제뿐 아니라 차라리 @ 였으면 하며 병을 바라는 내 인생이 좀 서글펐다.
얼른 결과만 나왔으면 좋겠다라는 생각만 가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