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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앞만 보기로 했다.
Level 2   조회수 107
2023-11-01 10:08:12

어릴 때는 조용하고 남에게 폐 안 끼치고 말 잘 듣는 아이었다. 그렇기에 ADHD를 발견하기 더 어려웠는 것 같다. 하지만 건망증 심한 것, 뭐에 빠지면 못 헤어나오는것, 약속 시간은 미루고 미루다 임박해서야 겨우 뛰어가며 맞추는 등 그때부터 이미 증세는 있었다. 다른 데 한눈 팔지 않고 시키는 대로 집 학교 학원을 벗어나지 않았고, 나쁘지 않은 대학에 들어갔다

대학 생활도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여전히 지각을 하고, 여전히 과제 기한을 놓치고, 여전히 덤벙거리고, 여전히 특이한 애 소리를 듣기는 했지만

문제는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고부터였다. 처음 다니던 기업에서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었다. 사기업은 원래 힘들다고 생각하고 공공기관에 들어갔다. 거기서도 실수가 많았고 질책도 많이 받았다. 나에게 맞는 곳을 찾아야겠다 생각하고 사표를 쓰고 유학을 준비하다 코로나로 막혀 방황했다. 다시 전공공부 NCS공부하고 면접봐서 들어간 다른 기관에서도 마찬가지로 열심히는 하는데 일은 잘 못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사회생활 시작하면서 우울증 치료는 몇 개 병원에서 받았다. 우울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새로 이사한 집 가까운 병원에서 말해주기 전까지 ADHD 진단을 내려 주는 곳은 없었다. 조용한 ADHD ADD는 발견하기가 참 어렵다. 처음 ADHD일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이게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인가 싶었다. 그러나 ADHD의 증세를 보고 곧 이거 완전 내 얘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진 검사에서도 ADHD 판정이 나왔고 세컨드 오피니언을 들으러 간 다른 병원에서도 ADHD 처방을 받았다.

약을 먹으니 반푼이가 칠푼이는 된 것 같았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한 30%는 내게 큰 어려움이었다. 실수가 줄었지만 없어지지는 않았다. 신입을 더 이상 뽑지 않는 30대 나이에 나는 몇 년 다니던 기관을 관두었다. 모아 둔 돈과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며 내게 맞는 일을 찾는 중이다. 뭘 원망하고 싶지는 않다. 이미 원망은 수도 없이 했다. 다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남의 눈 신경쓰지 말고 나에게 맞는 것을 찾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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