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이 다 지나가는 지금 내 나이 33살, ADHD가 있었다는 걸 알게된 건 약을 처음 복용하게 된 29살이었다. 약을 먹고 한 달 동안은 많이 울었다. 내가 이유없이 남들에게 맹해 보였던 상황들이 그제서야 인식이 되었다. 잡념에 빠져 보낸 나의 10대 20대가 너무 아깝단 생각이 들었다. 왜 나에게 이런일이 일어났을까 답없는 문제를 고민하면서 몇 달을 보냈다. 직장에서 따돌림을 당했다는 것도 약을 먹고 나서 알았다. 내 마음 속에는 약을 먹고도 해결되지 않은 상처들이 가득했다. 억울한 마음, 뒤쳐진 내 사회적 지위에 대한 불안감, 여러가지 면에서의 자격지심.. 나는 adhd 때문에 인생에서 많은 댓가를 지불했다. 내 인생에서 중요한 것들을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내어놓아야 했다. 내어놓다는 표현이 정말 딱 맞았다.
사주상에서는 머리가 영특하다고 표현되는 글자가 많았는데 왜 세상을 살고 있는 내 현재 모습은 그렇지 않을까 왜 나는 이런 모습일까 가슴이 답답했다.
어쨌거나..약을 먹고는 머리 회전이 잘 되었다. 기고만장하게 3년을 살았다. 뭐든 다 할 수 있었고 남들 눈에 보이지 않는 세세한 것들이 한 눈에 들어왔다. 29살부터 32살까지 계약직이지만 직장에 다니면서 인정 받으면서 살았다. 10대 때 못했던 공부와 명예욕에 대한 갈망 등등.. 나는 과감하게 퇴사를 하고 공무원 준비에 도전했다.
그렇게 공부를 시작하고 2개월 지난 무렵 알바하다 오는 길에 사고가 났다. 당시 고시원에서 지냈는데 6시간씩 자고 온종일 공부만 하던 내 몸에 조금씩 통증이 있었다. 그러던 와중 교통사고가 났고 그 때부터 약효가 전혀 않들었다. 그렇게 길고 짧은 고시원 생활을 정리하고 다시 집으로 올라왔고 나의 두번째 슬럼프가 시작되었다. 차라리 죽어버리고 싶었고 그렇게 2022년 10월쯤 부터 2023년 8월까지 거의 폐인모드로 지냈던 것 같다. 여기저기 기사를 찾아보니 확실치는 않지만 나의 몸에 만성염증 때문에 불특정한 곳에 수시로 통증이 있었던 것 같고 지금은 어느 정도 회복된 듯 하다. 지금은 전공을 살려 학원강사로 활동을 하고 있다. 다시 약을 복용해야 할 거 같은데 두렵다. 계속 증량을 했던 사실도 부담이 되었고 다시 약이 들지 않을까 무서웠다. 엊그제 메디20을 받아왔다. 오랜만에 뵌 의사선생님 앞에서 많이 불안했던 감정이 터져 또 언제나처럼 펑펑 울고 나왔다. 집에서 기차로 버스로 이동해서 1시간 반이 걸리는 곳으로 병원을 다니고 있는데 유일하게 전전했던 병원들 중 내 마음을 잘 이해해주시는 의사선생님이셔서 늘 죄송하고 감사하다. 나의 주요한 증상 중 제일 괴로운 증상은 이유없는 멍때림, 사건의 연계가 되지 않아 앞일이 예측안되는 것 이 두개인데 자존심 강하고 커리어에 대한 욕망이 강한 나는 최근까지도 이것과 관련해서 두려움 트라우마 등등과 싸우고 있는 중이다. 사실 콘서타 27에서 36까지 증량을 했었는데 메디를 받아오면서 100프로 정상화가 되지 않을 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인쇄물을 들고 내가 뭐하고 있지? 생각하면서도 분주하게 손을 움직이는 나를 보고 절망스러웠다. 오늘도 학원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달을 보면서 소원을 빌었다. 제 뇌를 회복하게 해 주시면 수명이 짧아져도 좋다고.. 제발 제 기능을 다하고 살다 죽게 해달라고...머리가 엉키는 증상이 8살때 수학학원에서 있던 장면을 기억한다. 그 때 갔어야 했다. 그때 갔더라면 그 때 갔었어야 했는데 이생각이 나를 많이 힘들게 한다. 그냥 버티고 있다. 일단은 앞으로 가지도 뒤로 가지도 않고 버티고 하루 하루 이겨내는 느낌이다. 증량을 해야 하나.. 다시 잠을 못잘텐데........하하 이대로 감정의 늪에 빠질까봐 주기적으로 일부러 이주일에 한번은 친구와 약속을 잡는다. 아무 고민이 없는 귀여운 동생들이 주변에 많은데 의미없는 말들이라도 듣고 하고 그러고 나면 좀 마음이 가벼워진다 절대 adhd로 인한 힘듬을 얘기하지는 않지만 이상하게 그래도 조금 덜 외롭더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