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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전쟁.
Level 4   조회수 129
2019-11-19 13:56:38

그냥 나와 수험생으로서의 나.

너무 오래 수험생으로 살았기 때문에 수험생이 아닌 나를 생각하기 어렵다.

이전의 나에게 겨울은 어떤 계절이었을까.


나는 요즘 민감하다. 정도가 지나친 면역세포다.

감정은 지나가겠거니, 새벽에 해가 뜨는 것을 기다리듯이 긍정이 찾아올 때까지 버티면 일시적 휴전이 찾아온다.

그래 그래도 내가 깨달았구나, 마음은 평안해지고 나는 꿈지럭대다 늦게 일어난다. 고개를 슥 돌리면 보통 열한 시. 자괴감이 밀려온다. 

씻지 않고, 밥도 안 먹고 독서실로 가고 싶다, 노력이 다 무성하게 평정을 잃는다.


나는 나를 어른다. 그러면 안 되지. 


마음 급하다고 무작정 재촉만 하면 넘어진다.

머리를 안 감은 찝찝함은 두 사간도 버티기 힘들고 배고픔도 마찬가지니까 

중간과정을 빼먹어서는 안 된다. 오후 4시에 일어나도 10시간 공부를 달성했던 날을 떠올리며 괜찮다고 말한다.

이걸로 괜찮아지면 얼마나 좋을까.


수험생으로서의 내 마음에는 계절이 있다. 규칙성으로 팽팽하게 무성한 여름이 있는가 하면

떨어지는 낙엽이 칼날처럼 상처를 내고 그걸 버티면서 공부해야, 하는 그러고 있음 손발이 퍼렇게 어는 것 같은,

죽고만 싶은 겨울도 있다. 감정은 지나가겠거니,

싸우는 나와 나를 휴전시켜도 결국 전쟁 없이는 평화가 오지 않는다.

무너지지 않으려고 마음을 챙기는데 무너지고서야 사실은 정리가 되기 시작한다.


이럼 차라리 마음챙김 없이 빠르게 무너지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

빨리 터뜨리고 무너져서 재조립하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


남들같은 평온을 얻고 싶다.

남들은 행복하다는 일반화는 중단된 사고에서 온다.

생각을 이어붙이자. 가족이 건강함에 화목함에, 나의 건강함에 배 굶지 않음에.

겨울이 와서 꽁꽁 얼어버려도 감사하기 위해 감사하자. 펜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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