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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와 우울증 진단을 받은 후 2달동안의 이야기
Level 2   조회수 457
2020-02-04 16:57:18

풀 배터리 검사 결과가 ADHD와 우울증으로 진단이 나왔다.
최근들어 특히 큰것부터 작은 일들까지 너무 헷갈리고 기억력이 극도로 안좋아졌다.
그래서 난 너무 멍청하다는 생각을 자주 했는데 지능지수가 상위 10프로 이내라고 한다.
사실 나는 그날 너무 많이 틀린게 느껴져서 하위 10프로라고 해도 믿을것같았는데..
내가 놀라며 검사전에 커피를 먹거나 해서 더 잘 나온게 아니냐며 물으니
우울증 때문에 발휘 할 수 있는 능력이 줄어들들고
@적인 실수가 많이 생기면 충분히 그렇게 느낄 수 있을 거 같으나 아니라고 했다.
이해가 안됐다. 그럼 그게 낮은게 맞은거 아닌가?


일단 @약부터 먹어보자고 해서 콘서타 18mg1주일 치 처방 받았다.

약간의 집중력 향상은 있는 것 같으나 잘 체감되지 않았다.
뭔가 약간의 기분 향상이 있는것 같기도 했다. 플라시보 효과 였을까?

 

두번째는 복용량을 27mg 늘렸고 2주일 처방받았다.

증량 후에도 뭔가 내 상상처럼 드라마틱하게 집중력이 향상되지는 않아서 콘서타가 나에게 잘 안 맞나 실망하던 중 약발을 느꼈다.

 

이날은 친구 만나러 가려고 급하게 준비를 했다. .

화장하면서 폰으로 영상을 보고 중간중간 빨래를 돌리고 널고, 고객 문의를 받았다.

나갈 땐 텀블러와 업무용 물품을 잊지 않고 다 챙겼다.

..어 제 시간에 도착했다. 미친...ㅋㅋ이건 기적이라고 생각했다.ㅋㅋㅋㅋ

여유로운 상황에서도 뭔가를 하면 다른 뭔가를 해야지 하다가도 뒤돌면 잊는 건 당연하고 뭐할지 적어둬도 그 자체를 잊는 경우가 많다.

진짜 심하게는 신고 나갈 '신발 위'에 챙길 걸 미리 둬도 신발 신으려 잠시 옆에 두고 잊고 나간 적이 있을 정돈데...

그리 급한 상황에서 머릿속에서 차례차례 정리되고 다 해내다니.

정말 기적의 약이라고 기뻐하다 아니 설마 이게 별거 아닌가? 이정도 멀티플레이는 다들 하고 사는 건가 싶어 씁쓸했다.

왜 가족이 내 '덜렁거림'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렇게 비난하는지 약간은 알 수 있었다.

 

 

나는 프리렌서 디자이너다. 올해는 업계 전체가 유독 좋지 않았고. 심지어 겨울은 원래 비수기다.

당시 가끔 투잡을 뛰고 다음 시즌 준비를 하며. 시간을 때우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아무것도 안 하는 날 약을 먹기 아깝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루 이틀 빼다가 2주 처방받은 약이 5알이나 남았고 예약을 미뤘다.

그 미룬 예약 날이 오자 늦을 것 같아 미리 취소했다.

그러다가 며칠 뒤 갑자기 몰아친 파도에 휩쓸려 감정이 요동쳤고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지금까지 병원에 가지 않았다.
그 파도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도 생각나지 않는다
.

 

 

11월 동생이 여행을 가자고 했다내가 좋아하는 강릉으로.

여행지에서 술을 먹던 동생이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뭘 물어보는걸까?딱히 할 수 있는 말이 없어서 그냥 미안하다고 했다.

동생이 제발 무슨 말이라도 좀 해보라고 가족 아니냐고. 자기가 그렇게 의미가 없냐고 했다.

한참을 생각해도 내가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랐다.

번뜩 내가 죽으면 다시 강릉에 왔으면 좋겟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얘기를 했다.

동생이 갑자기 그런 이야기를 왜하냐며 울기 시작햇다

그냥 강릉 오니까 좋아서 드는 생각이라고 얼버무렸다.

보통사람은 그런 생각을 안한단다. 안그러나?

둘이서 한참을 울었다.

나도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아니 생각은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11

친구들과의 약속도 미루고 미루고 또 미뤘다.

한달에 2개의 스케줄을 소화하는것도 힘에 부쳐 2주에 하나씩 약속을 잡았다.

가을쯤엔 모임에서 뒤돌아 오는 길이 허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의 주기가 짧아져 이젠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문득문득 고개를 돌리면 허했다.

뭔가 다 부질 없는 것 같았다.

울쩍해도 즐거운 척 하는 게 더 편하다고 나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그마저도 힘들어서 몸이 아픈 척을 했다..

 

12월
약속을 잡자는 친구들에게 일이 바쁘다고 혹은 스케줄이 꽉찼다고 거짓말을 쳤다.

이상하게 오히려 가깝고 나를 잘아는 친구를 만나기가 불편하고 힘겨웠다.

정말 몇년만에 만난 친구들의 약속에만 겨우 나갔다.

 

 

사실 나는 액티브..던 사람이다.

우울한 지금도 가끔 친구들은 인싸라며 내가 친구가 많고 다양해서 부럽다고 한다.

상태가 이렇게 나쁘지 않았을땐 사람 만나는게 너무 즐거웠고 새로운 사람들과의 자리는 더 좋았다.

분명히 인간관계에서 어떤 갈증을 채웠던것 같다.

 

요즘은 그냥 모든게 지쳐서 예민하고 날카로워졌다.

원래부터 예민했고 불편한게 많았지만 아닌척 넘어가면 나도 못느낀 것 처럼 금방 잊곤 했다.
그런탓에 무던하고 착하다는 말도 종종 들었다.

근데 요즘은 척을 하기 전부터 불편한 반응이 나온다.
날이 서있고 
다른사람에게 좋지 않은 기운을 전염시키는 느낌이다.

 

자꾸 살기 싫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하다못해 부모님도 바쁘게 살아가는데.

무언가 건설적인 일을 하려고 힘을 내다가도 그냥 이렇게 살다 가면 편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내가 우울함을 파고들어 더 우울 해진걸까? 아니면 내가 게으르기 때문에 우울을 이유로 이렇게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걸까?

난 왜 자책하면서 병원에 안가지? 다들 어떻게 인생을 버티나..

나만 왜 이렇게 목적도 의지도 없이 허우적 대는 느낌인지.왜 이렇게 유난스럽게 힘들어하는지 왜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살지 못하는지

꼬리를 무는 질문들에 답은 없어 더 막막해졌다.

 

몇주 뒤 서른. 남들은 다 뭐라도 되어 있는 것 같다.

그냥 생각을 하지 않기로 했다.

 

 

작년 겨울 유난히 길고 추웠는데 왜 또 다시 겨울이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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