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에게 우습게 보이는 방법 2 이 글을 시작한 계기는 작년에 어떤 예능프로에 출연한 연예인(이하 B)으로 인해 나의 아련한 기억이 떠올라서이다. B는 어리지 않은 나이임에도 엉뚱발랄과 예의 없음, 무개념을 넘나들고 있었는데 그것을 특유의 애교와 귀여움이 상쇄시켜 유쾌함을 주고 있었다. 방송 이후 태도 논란 기사가 떴을 정도였지만 악의라곤 1도 없는, 순수함에서 오는 무개념이었기에 다른 출연자들은 방송 내내 B를 귀여운 사람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나이 어린 출연자들도 B를 철없지만 재미난 누나로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B는 확실히 재밌는 사람이었다. 예의 없는 돌출발언으로 갑분싸를 만들고 상대를 아연실색케 만들었지만 해맑은 에너지로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다. B가 없었으면 그 프로는 정말 노잼이었을 것이다. 무언가 익숙한 느낌이 왔다;; (물론 나는 B처럼 미모의 소유자도 아니고 대놓고 귀염 떠는 부류도 아니지만) 내가 아는 것 같은, 겪어본 듯한 상황과 분위기였다. 나는 학창시절 내내 요새 말로 인싸에 속하는 사람이었다. ‘특이하고 당돌한 애’라는 시선은 줄곧 존재했지만, 허당미(?) 때문인지 동성 친구도 이성 친구도 많았다. 대학 때는 내 방이 우리 과 친구들에게 여관처럼 이용될 정도였다. 너구리굴 속에서 특히 후배들과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농담 따먹기를 하며 밤을 새우곤 했다. (물론 지금은 발달장애인답게 은둔생활 중이다ㅎ..) B도 아마 그럴 것이다. 언제라도 함께 놀 수 있는 동료들이 많을 것이고 소외감 같은 건 받아본 적 없을 것이다. 무시 당한다고 느껴본 경험도 거의 없을 거다. 하지만 B가 어느 날 갑자기 진지열매를 먹고 나타난다면 어떨까. 갑자기 정색하고 진지한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내가 니 친구냐?” 같은, 선배로서 자존심 세우는 발언을 하면 어떨까. 뭐지? 이 선배가 장난치나? 하는 반응이 돌아올 확률이 높다. “안 어울리는 짓 하지 말고 원래의 캐릭터로 돌아오셈”이란 소리를 들을 것이다. 고민 많은 친구가 인생상담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선 어떨까. 과연 B를 찾을 것인가. 다른 친구를 찾을 가능성이 크다. B는 함께 노닥거리는 친구이지 삶의 어려움을 논할 친구는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그런 사람이었다. 인기는 있었을지언정 신뢰와 존중은 받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랬을 것이다) 다른 종류의 무시가 존재했을 거란 뜻이다. 내적 무시라고 할까? 어른스러운 활동에선 부지불식간에 배제되는 그런 사람 말이다. 뭔가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지극히 당연한 생리다. 25살이라면서 15살처럼 행동하는 사람을 어떻게 25살로 대해줄 것인가. ‘나는 애기야’라는 기운을 스스로 내뿜고 있는 사람을 어떻게 어엿한 성인으로 대우해주나. 내가 상대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방송을 보며 내가 저 후배라면 B에게 겉으론 존대해도 속으론 우습게 여길 것 같다고 생각했다...) 현실 나이 같은 건 중요치 않다. 사람의 성숙도를 나타내주는 건 그 사람의 태도고 행동이다. 나에게 ‘가볍게 굴어야지’ ‘귀여운 사람이 돼야지’ 같은 의도 따위 있었을 리 만무하다. 나이 먹기를 거부하는 피터팬 컴플렉스 또한 아니었다. 남에게 만만히 보여지길 바라는 사람은 세상에 없을 것이다. 후배 A에게 십수년이 지난 현재까지 무시받는 사람이 되길 내가 과연 원했을까? 나의 타고난 기질이 나를 그렇게 만든 것이고 그 과거는 이제 지울 수 없다.
3편엔 어떻게 나는 존중받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는가, 즉 남에게 우습게 보이는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적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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