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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개인적인 내 인생 회고록
Level 2   조회수 112
2023-12-17 13:12:01

(TMI 시작) 


내 인생을 회고하는 것으로 글을 시작하고 싶다.


중학교 2학년 때 공부 잘하는 친구랑 친해지게 되었다.

그 친구는 수업에 집중하고 공부를 열심히 하길래, 이유도 묻지 않고 자연스럽게 나도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다.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됐다.

전교 50등이던 나의 전교 등수가 한 자리로 바뀌더니 전교 1등을 하기도 했다.

전교 1등이 그 당시 내 인생 목표였다. 나는 해외 유학을 가고 싶었는데, 유학은 돈이 많이 드니까 안된다고 부모님이 말하셨다.

그럼 방학 때 1달 만이라도 해외를 보내달라고 하니까 전교 1등을 해오라고 해서 전교 1등을 했다. 근데 사실 거짓말이었다며 그냥 먹고 싶은 것이나 좀 사주고 용돈 좀 주고 끝냈다.

처음에 공부를 시작했을 때에는 공부가 재미있었는데 좋은 성적을 받기 시작하니 나의 성적은 엄마의 얼굴이 되었고, 좋은 성적을 받아오는 것은 의무가 되어 내 족쇄가 되었다.

전교 1등이라는 목표를 향해 경주마처럼 달리다가 그 목표를 이루니 난 인생에서 원하는 것이 없었다. (이걸 수능 끝난 뒤에 느꼈어야 했는데,,) 그래서 공부를 안하게 됐다.

그냥 전교권에 드는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 억지로 꾸역꾸역 공부를 했다.


특목고도 자사고도 아니지만 일반고보다는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가는 사립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았고, 공부하는 방법도 다 잊어버렸다. 그냥 친구들이랑 노는 것만 재미있을  뿐이었다.

성적으로 큰 걱정을 하던 엄마는 나를 다시 내 고향 고등학교로 전학시켰다.

전학 간 학교에는 나와 같은 중학교를 나온 아이들이 많았고, 내신 따러 전학 왔다, 특목고에서 전학왔다, (한번밖에 못해본) 전교1등이 전학왔다며 허황된 소문이 나를 힘들게 했다.

전학 가기도 전에 페이스북 메세지로 너 전학 오는거 사실이냐는 연락이 왔고, 전학을 가고 나서 모두들 나를 경계하며 청소 시간에는 "아 얘가 걔야?" 이런 소리를 들으며 우리 안에 있는 원숭이가 된 기분이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수학 내신 시험에서 OMR 마킹 실수도 했다. 성적은 좋지 않았고 나에 대한 반감적인 기대는 사라졌다.


친한 친구를 다 포기하고 전학을 온 나에게 오직 목표는 좋은 성적, 좋은 대학 입학 뿐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되고 나서 문/이과로 반이 나눠지고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기 위해 다들 이야기를 할 때

난 그 시간이 아까워서 친구를 사귀지 않고 공부만 했다.

그리고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난 고등학교 친구가 없었다. 나중에 생각해보면 친구를 사귀지 않은 것이 약간 후회가 된다.

너무 쓸쓸했다. 외로웠다. 이동 수업 시간에 같이 갈 친구가 없다는 것이 부끄러웠고, 급식은 겨우 같이 먹어 주는 친구가 있었지만 난 그냥 들러리였다.

어느샌가 외로움이 커지고 감정적으로 힘들어지니까 공부는 뒷전이 되었다.

특히 허리디스크에 걸려서 시험 이주 전에 입원을 한 뒤로 허리가 너무 아파서 공부를 더 포기하게 됐다.

고등학교 졸업식에 난 가지 않았다.

그렇게 고등학교 졸업을 하고 지방 대학교에 입학을 했다.


솔직히 쪽팔렸다. 이 지역에선 나름 인정받는 대학교이지만, 내가 이것밖에 안됐었나 싶은 생각이 크게 들었다.

고3에는 무기력증이 심했어서 내 대학이지만 하나도 관심 없고 얼렁뚱땅 최저 맞추고 대학 입학증 받은 뒤에 맨날 넷플릭스만 보면서 놀았다.

대학 입학을 했는데 첫 1년은 울면서 학교를 다녔다. 여중 여고 나온 내가 성비가 거의 남자 대학교인 수준의 학과 생활을 하니 너무 적응이 안되고 힘들었다.

특히 공부 잘해보이는 나의 외모 때문에 이유도 모르고 받는 견제는 너무 힘들었다.

전과를 할까 자퇴를 할까 고민을 많이 하다가 여자 교수님과 상담을 한 뒤에 그냥 남아서 존버하기로 했다. (이때의 선택을 후회한다)

겨우 졸업을 했다. 정말 대학 생활을 버텼다. 이제 취업을 해야하는데, 전공을 살리기가 싫었다. 전공을 살리면 여자는 더 없어진다.

취업문은 여자에게 더 좁은 것이 현실이었다. 취업 후에도 걱정이긴 했지만..


갑자기 대학을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취를 하며 독학 재수 학원을 매월 50만원 내고 다녔고, 완전 망했다.

수능 직전엔 아예 포기하고 만화책만 보면서 놀았다.

재수를 실패했으니 편입이라도 할까 싶었다. 편입 전공책 사서 좀 읽어보다가 못해먹겠다 싶고

대학을 지금 다시 다녀서 졸업하면 30대인데 학교 간판만 높이는 것이 중요할까? 싶어졌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뭔지 고민하게 됐다.

중학생 때부터 꿈이었지만 어려울까봐 지레 겁먹어서 도전하지 못했던 꿈이 생각이 났다.

회고해보니 대학생 때도 돈을 받지 않아도 스스로 하던 활동이었다.

남을 돕는 것이 내 인생 목표라는 것을 이제서야 알았다.


이제까지 많이 돌아왔지만, 이제는 진로가 명확히 세워졌다.

남들과 비교하면 허송세월 보냈다고 시간 날렸다고 지금 이 나이때까지 이룬 것이 뭐 있냐는 소리 듣겠지만

우울증 때문에 죽을 고비도 넘겼던 나는 지금 내가 원하는 것이 있다는 점에서 너무 행복하다.

한때는 죽고 싶었고 어떻게 죽을까 맨날 고민만 했는데 그 때 기억이 전생인 것처럼 지금은 우울증도 아주 좋아졌다.


내 인생은 점점 더 좋아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에이앱에서 나와 비슷한 경험을 했던 사람들, 상처를 받고 일어나서 노력하는 사람들과 소통하며

더 잘 살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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