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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3개월 복용 후기
Level 2   조회수 353
2020-06-10 21:35:43

 처음에 약을 먹었을 땐 처음부터 50mg을 주셔서 먹고 부작용으로  많이 힘들고 우울해졌습니다. 또 약 먹는다고 척척 모든 것을 다 잘하는 것도 아니고 생활 습관 중에 생물학적으로 고쳐지는 게 있는가 하면  아닌 습관들도 분명 있었습니다. 처음 약을 시작하게 된 시기가 기말고사라서 막연히 과제와 학교를 미룬 스스로에게 화가 났습니다. 약으로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몇푼 되지도 않는 돈으로 검사와 약값을 냈는데 학교와 관련된 부분은 좀처럼 개선이 되지 않더군요. 예를 들어서 책을 읽는 건 2시간 만에 한 권을 읽을 정도로 강하게 집중할 수 있는 힘이 생겼고 잠이 많은 제가 교양 수업을 들으면서도 졸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학교를 시간에 맞춰 다니거나 과제를 제출하고 혼자 과제의 퀄리티를 올리는 시간을 갖는 건 도저히 안 되더라고요. 여지껏 작업한 것을 사진만 찍어 인쇄만 하면 제출인데도 방에 누워서 핸드폰만 만졌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난 약을 먹어도 안 되는 인간이구나 하며 자책했고 상의 없이 단약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다시 약 복용을 결심해 병원에 찾아가 약을 처음 먹고 느낀 감정이나 느낌을 설명했는데 대답을 들어보니 그렇게 속으로 앓던 게 그냥 용량 과다 문제더라고요. 그래서 10mg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근데 또 용량을 줄이자마자 바로 나아지는 게 아니더라고요. 최소 용량인데도 불안하고 초조함이 한 달하고도 2개월이란 기간 동안 나아질 기세가 안 보여서 병원 다니는 동안 계속 말씀 드렸습니다. 처음에는 의사선생님도 얼마 안 가 적응할 거라고 하셔서 내가 남들은 다 참는 걸 못 참는 거구나 싶어 초조함과 답답함을 열심히 참았습니다. 심지어 의사선생님에게 엄살 부리는 환자로 보여지기 싫어서 2주 동안은 생활이 나아진 얘기만 하고 제가 느낀 부작용에 대해서는 일절 말하지 않은 적도 있습니다. 근데 찬찬히 생각해보니 나의 지속적인 부작용 증상들을 있는 그대로 얘기해야만 의사 선생님이 나에 대해 알 수 있고 나와 잘 맞는 약으로 처방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뒤늦게 들더군요. 너무 당연한 생각인데도 왠지 모르게 의사선생님이 저를 한심하게 볼까 봐 혼자 검열한 부작용 얘기들이 참 많았습니다. 그래서 결심한 뒤 바로 사실을 털어놓았고 의사 선생님이 제 개인적인 부분에 대한 질문을 몇 가지를 더 물어보셨습니다. 그리고 2주 뒤 먹고도 불편하지 않은 약을 먹게 되었습니다. 전에는 약을 먹으면서 느꼈던 확실한 효과를 놓치고 싶지 않지만 너무 불편했던 부작용들이 많았기에 포기할까 말까 고민 참 많이 했었습니다. 근데 이렇게 깔끔하게 해결된다는 게 믿기지 않네요.



 참고로 제가 제일 고치고 싶었던 부분은 지각입니다. 약을 먹기 전엔 밤에 잠 드는 것도 오만가지를 생각하다 3~4시간 뒤에야 잠들고 다음날 아침에는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잤었습니다. @약을 처방 받으면서 의사선생님이 아침에 일어나버릇 하라며 정해놓은 시간에 일어나 샤워하는 연습을 권하시더라고요. 근데 저는 잠에서 깨는 게 고역이었고 일평생 제일 자신 없는 부분을 순식간에 어떻게 고치라는 건가 싶어서 얘기를 듣고도 좌절했습니다. 그런데도 약효 때문인지 이게 그놈의 의~지와 노~력인지는 모르겠다만은 결국 어떻게든 일어나버릇 하는 연습을 했고 지금은 새벽 5시 40분 쯤 되면 눈이 떠집니다. (의사 선생님이 이것도 별로 좋진 않은 거라고 약 조정했지만요 ㅎㅎ;) 덕분에 지각도 안 하게 됐어요. 반복적으로 지각해서 맞닥뜨려야만 했던 문제가 더이상 생기지 않아서 삶이 많이 개선되었음을 느낍니다. 어려운 문제를 풀어야만 꺼지는 알람도 소용없던 제가 이렇게 변하게 되는 게 너무 놀라웠고 이런 하루하루를 기록하고 싶어 맨날 사기만 하고 쓰진 않던 다이어리를 꽉꽉 채워 쓰게 됐습니다. 약 복용 전의 달은 백지인데 복용 이후부터는 글씨가 늘어나더니 이제는 페이지에 검은색 글씨가 꽉 차있어요. 스스로도 대견하더라고요. 물론 과제는 아직도 미루고 아직도 부족한 부분은 있지만 스스로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이 보여 저에게 변할 시간을 주기로 했습니다.



 습관을 고치는 게 분명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치료를 하며 의사 선생님을 꾸준히 만나 더 나은 삶을 사는 법에 대한 조언을 듣고 변화된 양상에 대한 칭찬도 듣게 되니 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의사선생님이 조언한 대로 습관 개선에 대해 노력하니 확실히 헤매는 시간도 단축되는 것을 느껴요. 인생 절반을 습관개선만 보고 헤매다 포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렇게 빠른 길이 있는 줄 몰랐네요. 또 @와 함께 있던 우울과 불안에 대해서도 캐치해주셔서 그 부분도 약을 먹고 있습니다만은 그래서인지 조금은 더 나은 생각과 행동을 하게 되는 것 같네요.


 만약 본인이 약을 먹어도 안 되는 게 스스로 한심하다고 느낀다면 그대로 의사 선생님과 상담을 하시고 본인에게 맞는 약을 처방받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본인의 잘못이라고 덮어두고 돌아가지 마시고 더 빠른 길이 있으니 전문의와 상담하세요. 


사실 이런 글을 쓰게 된 계기는 민감한 내용일 순 있겠으나 본인에게 안 맞는 것 같은 약을 의사 상의 없이 빼고 먹어본 뒤에 반응을 본다든지 남들이 겪은 약에 대한 부작용에 대해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이시는 분들이 있어서 쓰게되었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주변 환경과 과거의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되어온 특이한 불안과 우울이 공존해서 그 부분의 약도 함께 복용하고 부작용이라 생각한 증상이 완화되었습니다. 이렇듯 각자 살아온 과정과 몸의 반응이 다르듯이 약 또한 당연히 본인의 몸과 상황에 맞게 조절되어야만 효과를 봅니다. 또 저의 경우 불안,우울 약을 함께 먹어야만 부작용이 완화가 되기 때문에 의사와 상의 없이 특정 약물만 먹으면 당연히 보완해주는 약물이 없으니 부작용이 심해지겠죠. 뭐든 본인의 선택이지만 적어도 남에게는 추천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단순히 제 바램이지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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