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29일 에이앱 유튜브 새 시리즈를 위한 촬영이 있었다. 워낙 ADHD와 보험에 관해 궁금해하는 분이 많아, 그리고 이참에 나도 좀 자세히 알아볼까 하는 마음으로 기획한 시리즈였다.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며 두 달에 걸쳐 쓴 거 같다 (두달 내내 썼다는 소리는 아님ㅋ) 다뤄야 할 내용이 무지 많았다;; 한두 편으로 집약시킬 수 없는 수준이어서 결국 6회로 나누기로 했다. 에일님이 지원자로 나서줬고(딕션깡패!) 에일님과 대본을 주고받으며 다듬는 과정도 거쳤다. (대본이 6개나 된다는 것에 놀라셨을 듯... 하지만 정말 최선을 다해주신 점 무한감사 드립니다 흐규흐규) 유튜브는 그동안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고 실사촬영은 처음이나 마찬가지라 준비할 게 많았다. 적당한 촬영 장소, 카메라, 조명, 마이크 등을 알아보고 물색하는 대신 유료 스튜디오를 쓰는 게 낫겠다 싶어 검색했고 강남의 모 스튜디오가 낙점됐다. 에일님과 미리 답사도 갔고 스케줄에 맞춰 예약도 했다. 모든 장비가 구비돼있어 프롬프터 역할을 할 아이패드만 가져가면 된다는 게 큰 장점이었다. 촬영 전날부터 에일님과 숙식을 함께하며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 아무래도 본인이 쓴 대본을 읽는 게 아니라 힘들고 어색한 점이 많았다. 여건 상 6회분을 한꺼번에 찍어야했는데 무엇보다 분량이 너무 많은 게 문제였다ㅠ 원래는 목 밑으로만 찍으려고 했는데 막상 그렇게 앵글을 잡아보니 손놀림으로 시선이 가 에일님의 어색함이 +10됐다ㅋㅋ... 차라리 평범하게 찍고 마스킹을 하자 해서 지금처럼 바뀌게 되었다.
약속 시간보다 일찍 스튜디오로 갔고 또 연습을 하다가 촬영을 시작했다. 요새는 프롬프터 거치대도 좋아지고(카메라에 간단하게 장착) 글자 속도를 조절 해주는 앱도 있어서 카메라를 응시하며 대본 읽는 게 굉장히 수월하다. 그리고 화면을 커다란 모니터로 볼 수 있게 해 놔 (난 왜 내가 뷰파인더를 보며 찍을 거라 생각했지? 역시 옛날사람..) 여러가지로 편했다. 에일님은 아나운서 뺨치는 딕션으로 금방 적응했다. 중간중간 틀리는 부분은 바로 다시 읽고 다시 읽고 했다. 어차피 편집하면 되니 부담이 없었다.

촬영하다 뭔가 허전함을 느꼈다. 얼핏 세팅이 다 되어있는 거 같은데 마이크가 없었다. 영상물에 있어 소리가 얼마나 중요한데 왜 없..? 내가 모니터링할 수 있는 헤드폰도 없었다. 담당자를 불러 사운드가 제대로 들어가고 있는지 확인해달라고 했고 문제 없다는 답을 들었다 (?) 갸웃했지만 시간을 지체할 수 없어 그냥 찍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소리는 카메라에 내장된 마이크로 들어가는 시스템이었다. 그래서 음질이 꽝이었다! 아무리 방음스튜디오라고 해도 그렇게 되면 생생한 사운드가 힘들다. 말소리에 거리감이 느껴지고 룸톤도 크게 들어간다. 그대로 내보내기에는 자존심이 상해(...) 편집시 사운드 보정 과정을 거쳤다ㅜ 한 시간을 더 연장해 총 4시간을 촬영했는데 막판에 작은 사고도 있었다. 메모리카드가 다 끝나 카메라가 꺼져있었는데(신호라도 줄 것이지 걍 꺼짐) 그걸 모르고 모니터만 보고 있다가 종료 10분 전에 알게 된 것이다. 진짜 깜놀했다! 담당자를 불러와 어디서부터 녹화가 안 된 건지 체크해보니 분량이 적지 않았다. 연장은 안 된다고 하고 시간은 5분밖에 안 남았고 아놔. 정말 둘 다 초긴장+초집중해 재촬영을 한 것 같다. (아주 기냥 스릴 만점이었다)
근데 그 5분 재촬영을 하며 ‘왜 물병 위치가 바뀐 것 같지’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 그거 따질 경황이 아니라서 그냥 넘겼는데 알고 보니 메모리카드 갈아끼우는 사이 에일님이 테이블 위에 ‘세팅’해놓았던 물을 마신 것이다! 이거슨 스포인 것입니다. 6회차 끝에 물병 위치가 슬쩍 바뀝니다 여러분 (아주 살짝..)
마치고 나와 우리 둘 다 떡실신 됐던 기억이 난다. 막판 서스펜스(...)도 대박이었지만 에일님은 4시간 동안 말을 했고 나는 4시간을 서서 모니터를 보며 프롬프터 콘트롤을 했다. 근처 수제햄버거에 들어가 허겁지겁 먹으며 그래도 무사히 끝났음을 축하했다ㅋㅋ..  (뭔가 있어보이고 싶어서 첨부)
편집은 루마퓨전을 이용하고 있다. 아이패드 용 편집앱인데 과연 소문대로 가성비가 쩐다. 프리미어나 파이널컷프로가 아쉽지 않을 정도다. 그렇게 사부작사부작 편집을 완료하고 1회를 업로드했다. 사실 1회는 약간 맛보기에 가깝다. 뒤 회차로 갈수록 고급정보가 많이 나올 것이다. 보험 관련 궁금증들은 모두 담길 것이다 (아마도) 기대해주세요~~
<정신의학신문과의 인터뷰> 3주 전 정신의학신문에서 에이앱 운영자를 인터뷰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남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아 작년에 강연 요청을 고사한 적도 있지만 이건 텍스트로만 나가는 거라서 그리고 좋은 기회인 것 같아서 수락했다.
지방에 있는 차분님과 스케줄을 맞추다 보니 3주가 지난 7월11일에 인터뷰가 진행될 수 있었다. 미리 질문지를 받아보았는데 답변을 참고하기 위해 이곳의 AAPP 뉴스를 모두 읽어보았다. (2017년 7월13일부터 적었음) 차분님과 어떤 시행착오를 거쳐 현재에 이르게 됐는지 그 역사가 아련하게 떠올랐다ㅎㅎㅎ 만들 당시의 초심이 무엇이었는지, 지금 바뀐 상황은 무엇무엇인지.. 인터뷰 때도 얘기했지만, 대책 없고 끈기 없고 유리멘탈인 걸로 이름난(?) ADHD들이 커뮤니티를 결성해 여기까지 온 것만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앞으로의 목표도 매우 소박하다. 그저 유지만 되는 것.
“하고 싶은 걸 하기보단 할 수 있는 걸 하자”
뭐뭐를 할 거야! 하고 큰소리 빵 치고 나중에 수습 못해 스스로 자괴감+경솔의 아이콘이 되어버리는 상황을 아주 싫어한다. 운영진이 하는 일(단톡방들 포함 여러가지를 관리하고 있다)이 결코 적지 않기에 우리 선에서 할 수 있는 걸 꾸준히 해나가면 그걸로 된 것이다. 에이앱이 직업도 아닌데 유지만 해도 훌륭한 것 아냐? 라고 만족하련다 껄껄
에이앱의 창립배경, 취지, 현재상황과 보람 등에 대해 이야기한 것 같다. 밖에서 보는 에이앱에 대한 시선도 알 수 있었다. (체계가 잘 잡혀있고 양질의 정보가 많은 곳으로 인정해주심... 감사합니다ㅜ) 인터뷰어가 정신과 전문의셨는데 그분께 뜻밖의 이야기도 들었다. 요새 “에이앱을 보고 왔다”고 하는 ADHD환자가 꽤 많다는 것이다. (띠용) 게다 그분도 종종 접속하신단다. 정신과 선생님은 이런 환자 커뮤니티를 안좋은 시선으로 볼 거라는 막연한 궁예를 했었는데 역시 진리의 사바사였다. 인터뷰와 별개로 의사가 환자에게 궁금한 점, 환자가 의사에게 궁금한 점 등을 편하게 나누다 자리를 마쳤다. 여러가지로 좋은 만남이었던 것 같다. 이 기회로 에이앱의 정체성에 관해 차분님(+운영진)과 함께 논의, 공유할 수 있던 것도 의미가 컸고, 무언가 우리만의 작은 공간이 아님을 인정받은 듯해서 기뻤다.
오늘로 에이앱 출범 3년이 되었다. 여기까지 올 수 있어 다행이고 참 고맙다. 5년 후에도 10년 후에도 이곳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 긍정의 기운을 준 곳으로 기억되었으면 한다. 성인adhd여러분 에이앱과 함께 편안해지셨으면 좋겠습니다~♡♡
*기사가 게재되어 추가합니다. http://www.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20679
|